▲필자 김은성 작가. Day-10, 명품 아울렛 the Mall Firenze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으나, 전날 밤 천둥소리가 들렸을 뿐 하늘이 파랗다. 왕복 13유로 티켓으로 호사스러운 이층버스가 피렌체 관광의 꽃 중의 하나인 명품 아울렛에 데려다준다. 아름다운 토스카나 구릉들 사이에 아울렛이 현대식 건물로 멋있게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모든 매장을 갤러리 보듯 둘러본다. 미국의 아울렛 쇼핑몰에선 만나볼 수 없을 것 같은 식당에서 고급스럽고 맛있는 점심도 사 먹으며 한참을 쉬다가 계속 구경했다. 그러나 총 5시간 동안 관람(?)했는데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물건을 못 만나서 빈손으로 왔다. 미국에 비해서 심하게 싼 가격이어서 유명 디자이너 작품 한 개라도 건져야 하는데, 별로 필요할 것이 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토스카나의 구릉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현대식 아울렛 몰. Day-11, 피렌체의 중앙시장 오늘은 피렌체 관광 중요 리스트로 꼽히는 중앙시장(Mercato Centrale Firenze)으로 간다. 가죽 제품 파는 길거리 수레에서 한국말로, "언니, 아줌마 싸게 줄게"라면서 호객행위를 한다. 수레에 있는 물건을
▲필자 김은성 작가. Day-8, 두오모 완전정복 피렌체의 상징, 아름다운 이 도시의 꽃인 대성당 탐방은 햇살도 좋은 오늘 드디어 결행한다. 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라는 긴 이름 대신 두오모(Duomo)라고 불리는 이유는, 라틴어로 두오모가 집이라는 뜻인데, 성당을 하나님의 집이라고도 부르기 때문이다. 첫 번 피렌체 방문 당시엔 명동 성당 앞의 길보다 훨씬 좁고, 긴 골목을 걸어가서 만나는 광장에 거대한 성당이 믿을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갑자기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 이번에는 근처에서 유숙하는 주민이 되어 매일 오가며 눈으로 어루만지고, 감동하며 상당히 친해진 대성당과 깊숙이 만나보기로 한다. ▲피렌체의 상징, 대성당. 피렌체 대성당( 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은 13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지기 시작하여, 15세기에 천재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에 의해 벽돌로 쌓은 동그란 dome이 얹어지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부와 그들의 pride의 상징이다. 물론 지금의 피렌체 사람들도 자랑스럽기가 그 당시보다 덜하지 않겠지만... 92m 붉은 dome 지붕 위의 전망대
Day-6, 피렌체의 과학 시간 시차에 시달리느라 오늘 아침 눈뜨니 10시. 잃어버린 시간을 아까워하기보다 남아 있는 시간을 기뻐하자! 오늘은 햇살도 숨바꼭질하며, 종종 쨍 하고 볕 들 날, 아니 볕이 내리는 순간들을 선사한다. ▲우피치 뒤쪽 아르노 강변에서 오랜만의 햇살을 즐겨본다. 르네상스 시대는 시간상으로 14세기에서 17세기로 역사에서 그리 긴 연대는 아니지만, 현대인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역사적인 시대 개념일 듯하다. 오늘은 그 시대 과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갈릴레오 뮤지엄으로 간다. ▲갈릴레오 뮤지엄. 이 뮤지엄은 아르노강을 바라보는 강가에 서 있는 피렌체에서 제일 오래된 건물 중의 하나로, 무려 11세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이층집도 호사였건만, 유럽사람들은 천 년 전에도 이렇게 높은 복층에서 살았다는 것은 매일 볼 때마다 경이롭다. 메디치는 예술에만 돈 쓴 것이 아니고 과학의 발전에도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 요즘 개념으로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와 개발),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서 신기술을 개발해나간 거라고 하면 너무 인색한 평가일까? 지동설로 인해 교황청과 맞선 갈릴레오도 메디치의
▲김은성 필자. Day-5, 천재들의 도시 쌀쌀한 날씨다. 아침에 숙소를 나설 때 집 열쇠를 두고 나와 문을 잠가서, 아래층 식당 쉐프에게 전화 빌려서 집주인 불렀더니 한달음에 와준다. 친절하기도 하고 사기성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인데, 돌아서면 늘 친절만 기억에 남는다. 오전수업 1교시, 청렴하고 소박한 생활을 추구하는 도미니카수도회 소속인 산마르코(San Marco) 수도원으로 향한다. 이곳엔 수도사들의 기도와 묵상을 위한 숙소마다 아름답고 성스러운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복도에 그려진 안젤리코 수도사(Fra Angelico)의 '수태고지'는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동정녀의 수태 소식을 가브리엘 천사가 전하는 그림은 많으나, 그 배경이 실내였던 그림들과 달리 야외이며 원근법이 사용된 최초의 그림이다. 르네상스의 일등공신 코지모 메디치가 수도원을 위해 안젤리코 수도사에게 벽화를 그려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메디치 가문에 천문학적인 재물이 허락되어서, 이토록 가슴을 뛰게 하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500여 년 세월을 남아있음에 무조건 감사했다. ▲수도사들의 거처인 방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
Day-3, 보티첼리의 흔적을 따라서 어젠 하루를 뚝 잘라 반나절만 살고 잠자리에 드니, 새벽 1시 넘어도 말똥거려서 할 수 없이 수면제 반 알 삼키고 아침 8시에 기상하는 데 성공했다.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10시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피렌체의 두오모 앞을 지나며 출근 도장을 찍는다. 두오모 뒷골목에 거주해보는 벅찬 감동을 매일 음미해보려고 한다. ▲오만가지 색의 대리석을 색종이처럼 오려 붙여 지은 피렌체의 두오모를 매일 만나는 기쁨을 누린다. 지난여름 독일의 바바리아 지방을 여행하며, 뉘른베르그에서 독일을 대표하는 르네상스 화가인 알브레트 뒤러와 찐하게 만나 그의 흔적을 따라 여행한 것처럼, 이 겨울 피렌체에서 나의 감성을 뚫고 깊이 들어 온 예술가는 보티첼리이다. ▲작품 가운데 그려 넣은 보티첼리의 자화상. Alessandro di Mariano di Vanni Filipepi라는 길고 긴 본명 대신 작은 술통이란 뜻의 별명, Botticelli라고 불린 artist가 피렌체에서의 나의 여정을 이끈다.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간 그는, 뮤즈였던 시모네타의 발치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가 묻혔다는 Ognisanti 성당에 찾아갔는데 관람객을
▲김은성 작가 현재 미국 워싱턴 디시에 거주하는 김은성 작가는 포천좋은신문 창간 1주년을 맞아 새롭게 유럽여행기를 연재합니다. 김 작가가 연재할 유럽여행기의 첫 번째 도시는 이탈리아 피렌체. 김 작가는 피렌체가 어떻게 르네상스의 발원지가 되었으며, 그 르네상스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년 전 겨울 피렌체를 찾았습니다. '피렌체에서 만나는 르네상스'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는 김은성 작가의 유럽여행기에 많은 응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첫째날, 르네상스를 만나러 피렌체로 향하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꿈꾸는 여행은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영어로 Tuscany) 지방에서 한 달 지내는 것이라고 한다. 2016년 여름, 초등학교 친구들과 환갑여행 삼아서 피렌체(영어로 Florence) 근교에서 한 달 묵으며 토스카나 지방을 여기저기 둘러본 후,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충분히 공감해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었던 듯 생각되는 한 달간의 사연은 너무 길어서 다른 기회에 나눌 수 있길 바라며, 이번 연재에서는 피렌체 중심부 구도시에서만 2주를 지내고온 2019년 겨울 여행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 번 여행은 8월에서 9월에 걸쳐
▲르네상스의 대표작, 아테네 학당. 라파엘로가 그리스의 유명했던 학자들을 표현하면서, 얼굴은 자신을 포함한 ‘르네상스를 이끈’ 예술가들로 그려 넣었다. 포천좋은신문을 통해 '포천의 르네상스'를 기대하며 연일 전국에서 십만 명 이상의 감염자를 기록하며 잦아들 줄 모르는 바이러스 재난의 불길과, 늦여름의 폭염으로 뜨거운 2021년 8월의 끝자락, 워싱턴 디시 근교 나의 뒷뜰에는 몰래몰래 단풍이 들고 있다. 어김없이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는 증거이고, 포천좋은신문에 글을 써 보내기 시작한 지도 1년이 되어온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주는 시각적인 메시지기도 하다. 한 달 정도 냉장고를 비우며 집콕으로 견디면 끝나는 건 줄 알았던 팬데믹이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던 지난해 봄, 포천좋은신문이 태동하고 있었다. 학연으로 연결된 편집장이 고국을 떠난 지 40년이 넘는 나에게, 정기적인 칼럼을 부탁해왔다. 그가 꿈꾸는 신문의 비전이 나의 가치관이나 비전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져서 흔쾌히 수락했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을 향하여 글을 써본 적도 없고 전문적인 글쟁이도 아닌지라 망설여졌던 마음은, 나의 첫 번 칼럼에서 나눈 바 있다. 산정호수와 한탄강 등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포천은
▲김은성 작가 아름다운 자연과 넓은 영토가 주는 무한한 잠재력, 총 차고 말 타고 가축을 몰고 다니는 단순함과 강인함, 야생성과 촌스러움까지…. 그리고 넓은 자연 가운데 제멋대로 뛰놀며 자라는 가축들의 이미지가 요즘 와서 더욱이나 설명하기 힘든 미국의 모습을 그나마 상징성 있게 설명해 준다고 생각되었다. ▲미국의 카우보이. 카우보이는 소 떼들을 돌보는 목동이라는 직업군을 표현한 단어일 뿐이다. 구약의 유명 인사 다윗도 양을 돌보는 목동이었고, 요즘도 중동지방에선 고대처럼 양을 치며 살아가는 베드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럽의 알프스 근처 마을에서도, 커다란 종을 목에 달은 소나 양들을 계절에 따라 산 위로 아래로 몰고 다니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카우보이는 구대륙보다 스케일이 훨씬 넓은 신대륙 광활한 땅에서 말을 달리며 소 떼들을 몰고 다니는 목동을 일컬으며 생겨난 신조어인 거 같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미국의 정서와 문화의 상징성은 카우보이의 이미지가 함축적으로 표현한다는 생각이다. ▲스위스 목동. 박완서 작가의 수필집 '호미'에 해방 후 개성에 들어온 미군들을 묘사한 대목이 기억난다. 질서정연하고 절도 있는 일본 군인들의 모습에 익숙해진 눈에,
▲필자 김은성 작가. 워싱턴 디시를 둘러보는 관광코스에 꼭 포함되는 장소 중 하나는 알링턴 국립묘지이다. 포토맥강을 건너면 바로 만나는 버지니아주 영토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물론, 그리스 부자에게 시집갔던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그리고 무명 용사들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봉사한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묻혀있는 곳이다. 재클린 오나시스가 첫 남편 케네디 대통령 옆에 잠들 수 있게 해준 것은, 나이 많은 그리스 부자에게 시집가 버렸을 때 국민들이 느꼈던 섭섭함보다는, 나라를 위해 일하던 남편을 총탄에 잃은 사실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워싱턴 디시 중심부에서, 국립묘지가 있는 버지니아주 방향을 향해 가다 보면,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의 아름다운 언덕 위에 네오 클래식으로 지어진 하얀 저택이 보인다. 이 저택은, 남북전쟁 때 남군의 가장 존경받는 장군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소유였다. ▲알링턴 국립묘지.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가장 존경받는 장군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소유였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부인, 마사 워싱턴의 전남편 소생인 아들 John Parke Custis이 산 농지 1,100에이커에 그의 아들
▲필자 김은성. Day-41, Icefields와의 해후 그리고 작별 이곳에서 허락된 마지막 날, Canadian Rocky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재조명해본다. 어젯밤의 폭우로 말끔하게 세수하고 그 찬란한 미모를 구름 사이에서 훤하게 드러낸 캐나다 로키를 보며, 빙하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방대하고 넓게 퍼져서 icefield(얼음 벌판)라고 부르는 고대의 얼음덩이들이 즐비한 길, 캐나다의 자랑거리, Icefields parkway를 달린다. 가는 길에, 이곳에 수다한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 Bow lake에 잠시 서서 귀여운 기념품을 발견하고 구입하려는 순간, 신용카드가 없어진 걸 알게 된다. 숙소로 돌아가 확인하고 없으면 분실 신고하자고 하니, 남편은 '오늘 놀 거 다 놀고 돌아가서 확인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잊으라고 한다. 조바심이 났지만, 그 말도 맞는 듯 해서 잊으려고 엄청 노력하기도 전에, 말도 안 되게 잘생긴 로키산맥의 미모에 정신이 빼앗겨 금방 잊는다. 빙하에 매료된 남편이 제일 행복해 하며 8시간 운전을 즐겁게 해낸 건 좋은데 너무 신나게 달려서 재스퍼 가는 길목에서, 캐나다 경찰에게 속도위반 딱지도 선물받는다. 벌금 액수가 기둥뿌리 뽑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