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칼럼]워싱턴發 종이비행기

포천좋은신문 창간 1주년을 축하합니다

필자 김은성은 79년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갔다. 메릴랜드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80년부터 96년까지 미국 소아과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97년부터 병원 관리직과 소아산부인과 이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했다.

▲르네상스의 대표작, 아테네 학당. 라파엘로가 그리스의 유명했던 학자들을 표현하면서, 얼굴은 자신을 포함한 ‘르네상스를 이끈’ 예술가들로 그려 넣었다.

 

포천좋은신문을 통해

'포천의 르네상스'를 기대하며

 

연일 전국에서 십만 명 이상의 감염자를 기록하며 잦아들 줄 모르는 바이러스 재난의 불길과, 늦여름의 폭염으로 뜨거운 2021년 8월의 끝자락,  워싱턴 디시 근교 나의  뒷뜰에는 몰래몰래 단풍이 들고 있다.  어김없이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는 증거이고, 포천좋은신문에 글을 써 보내기 시작한 지도 1년이 되어온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주는 시각적인 메시지기도 하다.
 

한 달 정도 냉장고를 비우며 집콕으로 견디면 끝나는 건 줄 알았던 팬데믹이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던 지난해 봄, 포천좋은신문이 태동하고 있었다. 학연으로 연결된 편집장이 고국을 떠난 지 40년이 넘는 나에게, 정기적인 칼럼을 부탁해왔다. 

 

그가 꿈꾸는 신문의 비전이 나의 가치관이나 비전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져서 흔쾌히 수락했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을 향하여 글을 써본 적도 없고 전문적인 글쟁이도 아닌지라 망설여졌던 마음은, 나의 첫 번 칼럼에서 나눈 바 있다.


산정호수와 한탄강 등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포천은, 1년간 포천좋은신문의 가족으로 살며 더욱 깊숙이 나에게 다가왔다.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 전국구 신문보다 훨씬 진하게 느껴지게 해주는  지역신문의 장점이 잘 반영된 포천좋은신문으로 인하여, 종종 포천에서 주민으로 살고 싶어지기도 한다. 


포천좋은신문엔 전국구 신문에선 볼 수 없는 기사들이 넘쳐나지만, 편파적이거나 자극적이거나 품격 없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동네 이웃들의 경조사들도 따스했다. 또 문화행사 소식과 꽃소식 등, 내가 그곳에 산다면 듣고 싶은 소식들이 늘 담겨있어서 포천 주민인 듯 즐겁게 읽고 있다.


대한민국과 얽혀온 역사로 가까운 듯도 하지만, 지리적 정서적 문화적으로 먼 나라 미국에서 보내는 나의 칼럼을 열심히 읽어주시는 포천의 독자들의 열린 마음에도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린다.  40년을 타향에서 살아온 사람의 다른 시각과 정서가 불편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많은 성원으로 부족한 필자를 초대해준 김승태 국장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집에 갇혀 지내는 동안, 적당히 긴장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숙제가 주어져서, 시기적절하게 허락된 기회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아마추어인 나의 원고에 대하여 아무 말도 안 하고 묵묵히 받아서 올리는 김국장은 사실 깨알 잔소리하는 편집장보다 무섭다. 스스로 깨우쳐가며 발전해갈 것을 믿는다는 한마디로 나에게 막중한 짐을 떠넘기는 고수이다.

 

▲워싱턴 디시 근교 나의  뒷뜰에는 몰래몰래 단풍이 들고 있다.  어김없이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는 증거이고, 포천좋은신문에 글을 써 보내기 시작한 지도 1년이 되어온다는 것을 기억하게 한다.
 
15회에 걸쳐서 연재한 미대륙 횡단기를 마치며, 기록해둔 여러 여행기 중에 비교적 짧게 마칠 수 있는 2주짜리 피렌체 여행기를 연재해보겠다고 편집장에게 얘기했다.

 

'피렌체에서 만나는 르네상스'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연재를 준비하면서,  그 여행에서 깊숙이 느끼고 배우고 온 르네상스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정리하다 보니,  포천좋은신문은 포천 지역사회에 르네상스를 불러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르네상스는 '부흥', 영어로 rebirth라는 의미의 프랑스어이다. '부활'은 다시 태어난다는 비슷한 관념 같지만, 만져지는 물체인 몸도 살아나는 것을 의미한다.  '부흥'이란 보이지 않는 가치, 문화, 예술 등이 다시 생명을 입고 태어난다는 의미이다.


요즘 전국구 신문이나 미디어들을 통하여 따스한 소식과 치우치지 않는 기사를 접해본 적이 있는지 돌아보면 안타깝게도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유명세에 부합하거나 상업적인 목적이 없는 문화계의 소식도 접하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년간 포천좋은신문이 펼쳐준 지역신문의 모습은, 우리가 지키고 아끼고 품어야 할 가치를 과장 없이 보여주고 실천해온 것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 칭찬은 앞으로 더욱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막중한 짐을 얹는 미끼이기도 하다.


타향 가운데에서도 아무 연고 없는 워싱턴 디시 근교에서 직장을 얻고 정착하여 살아와 이곳의 주민이 되었다. 주민이라 함은, 이 동네에 세금을 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포천에 세금을 내고 있지는 않지만, 포천좋은 신문에 세금 대신 칼럼을 보내는 동안에는 정서적으로 포천 주민이라고 생각한다. 포천을 향한 애정과 관심은 주민으로서 당연히 갖게 되는 마음이다.


지난 역사 속에서 유럽의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이끌어간 사람들이 있었듯이 포천좋은신문이, 물질만능주의에 의해 밀리고 있는 공평과 정의라는 가치와, 성숙한 지역사회의 연대의식, 자긍심 등이 부흥되는 르네상스를 주도해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다시 한번 포천좋은신문 창간 1주년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