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원 교수님은 지난 2월 포천좋은신문 지면 창간과 함께 '살며 생각하며'라는 타이틀로 칼럼을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보석처럼 귀한 글을 선물해 왔습니다. 그런 서 교수님께서 9월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바쁜 강의 스케줄로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아쉽지만 당분간 연재를 쉬겠다고 전해왔습니다. 그동안 좋은 글을 보내주신 서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편집자 주] 어머니와 고구마 포천뿐 아니라 산간지역에 많이 재배되는 농작물이 고구마다. 고구마는 물 빠짐이 좋은 산기슭 부식토 밭에 잘 자란다. 내고향 포천의 산촌은 특히 산이 많아서 부식토 밭이 많고 고구마가 잘 재배되고 맛이 아주 좋은 편이다. 그래서 포천의 고구마는 상품 가치가 높아 농가의 쏠쏠한 수입원이 되어 왔다. 무더운 여름에서 늦가을까지 우리나라 전역에 재배되는 고마운 농작물-고구마는 감자, 메밀, 호밀 등과 더불어 벼, 밀, 보리 등 곡류가 흉작일 때 대신 허기진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는 고마운 구황작물이다. 고구마는 한국의 농촌, 산촌, 어촌의 가난한 사람들의 허기를 채우고 중요한 수입원이 되어주는 농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고향인 포천시 창수면에는 고구마를 많이 재배했다. 땅이 좀 척박해도
스마트 폰은 대단한 존재이다. 스마트 폰보다 폭넓고 깊게, 자주, 그리고 가까이 인간의 사랑을 받은 문명의 이기가 또 있을까? 그는 이제 문명의 이기를 넘어 인간의 친구요, 지구, 우주와도 비교되는 또 다른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스마트 폰 없이는 불안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찾는 것도 바로 스마트 폰이다. 그가 없으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스마트 폰과 우리와의 인연 핸드폰은 스마트 폰의 사촌 형님 정도가 된다. 스마트 폰을 말하려면, 훨씬 일찍 태어난 카폰과 핸드폰과의 인연을 먼저 말해야 하기에 스마트 폰의 조상에 해당하는 ‘카폰’ 이야기를 먼저 한다. 카폰은 우리나라에서는 1961년에 출시되었는데, 당시 이용자가 80여 명밖에 되지 않았고 이때가 핸드폰의 고대 시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일반 유선전화로 시외 교환원을 호출하여 차량 전화번호를 알려 주면, 교환원이 선택 호출장치 버튼으로 전파신호를 발신하여 차량 전화의 벨을 울리는 복잡한 방식이었다. 통화 질도 나쁘고, 수요도 충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카폰은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
걱정거리 없는 건강한 무료함이 오히려 일상의 행복 모처럼 무료한 주말이다. 걱정거리도 없고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평안하고 몸이 가볍다. 산책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원에 나가니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산책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공기가 상큼하다. 이른 봄이라서 가로수에는 아직 움이 돋지 않고 있다. 공원 잔디밭 공터에 있는 냉이들은 찬 기운이 감도는 시퍼런 하늘을 향해 씩씩하게 솟아오르려다 찬바람에 주눅이 들었는지 보라색 날개를 감싸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나이가 들었나 보다. 오십 대에는 좀체 하지 않던 산책을 하고, 길가의 가로수를 찬찬히 쳐다보기도 하고, 땅에서 자라나는 냉이, 꽃다지도 들여다보게 된다. 주위 환경이나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두기도 하는 것이다. 삼사십대에만 해도 오늘 같은 주말이면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서 기껏 술을 먹거나 시내를 헤매기 일쑤였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즐기거나 혼자 건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몸을 들썩이며 불안해하기까지 했다. 1990년대에 복지나 교육이 괜찮다고 하는 나라로 이민을 가 자리를 잡고 행복하게 사는 후배가 있다. 큰 볼일이 없어도 이
양극화, 대한민국만의 트렌드인가 대한민국이 IMF 외환위기를 겪기 직전, 흔히 말하는 경제발전 고도성장기에 해당하는 시기에는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어떤 가구나 개인이 그런대로 상대적으로 성공하였느냐 그렇지 못하였느냐 잣대는 일반적으로‘중산층’에 속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였다. 당시는 중산층에 대한 열망과 기대치가 보통 높은 게 아니어서 스스로 중산층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가구 수가 실제로 OECD 분류 기준치를 훨씬 넘어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곤 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체감 중산층 수치와 실제 OECD 수치를 비교할 때 꽤 큰 괴리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서민층이 확대되고 중산층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모두가 너무 길었다. 모 대학교에서 작년 말에 발표한‘트렌드 코리아 2023’의 첫 번째 키워드가 ‘평균 실종, 양극화로 중간이 사라진다’였다. 이 조사 연구발표가 경제 분야에서 소비 중심 조사연구발표라 하더라도 한국사회의 방향성을 시사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 발표에 따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는 이미 경제, 사회, 정치, 이념 등 부분에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불행한 역사, 다시 없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기존의 경제, 외교 글로벌 네트워크를 깨고, 미국-EU를 축으로 한 서방세계와 중국-러시아를 축으로 하는 이른바 반미, 비서방 세계가 대립 갈등하는, 소위 ‘신냉전’ 시대를 공고히 하는 데에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또 3년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펜데믹이 이 신냉전 시대의 도래를 앞당긴 것으로 진단한다. 우리 한반도는 1945년 8월 15일 해방 직후 이념적으로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정치 외교적으로는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구 민주 세력과 소련, 중공을 주축으로 한 공산 세력과의 극한적 냉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6.25 전쟁이라는 참극을 겪고 휴전하여 지금의 남북 분단의 비극적 상황에 이르고 있다. 만약에 앞에서 전제한 작금의 상황이 신냉전 기라는 진단이 맞는다면, 우리가 글로벌 차원에서 동아시아 지역을 넘어 서방 블록에 참여하는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됨으로써 세계적 갈등과 대립, 그 격랑 속에 또다시 휘말리는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가 있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6.25 전쟁 3년은 대한민국, UN군, 북한 측, 중공군 모두 합하여 560만여
소녀는 할머니와 이른 저녁을 먹는다. 저 멀리 공원 너머 야트막한 서쪽 산이 석양에 물들고 있다. 할머니 운동을 시켜드리고 근처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한다. 그녀의 가슴에는 모처럼 포근한 바람이 일고 있다. 오늘처럼 계속 마음이 편했으면 싶다. 낮에 엄마와 기분 좋은 통화를 했기 때문이다. 엄만 잘 있고 일이 잘되어 내년쯤이면 할머니, 사랑하는 딸과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엄마의 말씀. 신도시 조성으로 불행이 시작된 어느 일가(一家) 할머니, 엄마, 아빠 등 소녀 가족은 꽤 많은 전답을 가지고 벼농사, 비닐하우스 등을 하며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가족에게 광풍이 불어 닥친 건 그놈의 신도시 때문이었다. 정부는 인근 수십만 평을 신도시 지역으로 정하고 강제 토지 수용을 시작했다. 아빠는 평소 불만이던 농사를 유감없이(?)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비교적 넉넉한 보상가가 책정되어 조상 대대로 살던 삶의 터전을 별 불만 없이 떠나 새로 조성되기 시작한 신도시 외곽 빌라와 원룸이 들어서는 지역에 희망차게 자리를 잡았다. 한껏 들뜬 아빠는 분수에 맞지 않은 임대 사업과 장사를 시작하였다. 작은 빌딩을 지어 원룸 등의 임대업
어린이는 ‘푸른 하늘을 나는 새, 푸른 벌판을 달리는 냇물처럼’ 자유로워야 한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줄이어 있어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이 많은 기념일 중 행사가 성대하고 그 규모나 수 등에 있어 으뜸이 되며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는 기념일이 5월 5일 어린이날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린이는 우리 가정과 사회, 국가의 내일이고 미래의 소망인 새싹들로 보배이기 때문이다. 겨울이 끝나 3, 4월이 되면 아름다운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만물이 움이 터 소생을 시작한다. 나뭇잎은 새싹이 오르기 시작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보통 4월 초 순경에는 나무에 물이 올라 표피가 봉긋하게 솟아오르고, 싹을 틔울 준비를 한다. 새싹이 수줍게 잎을 열기 시작한다. 이때의 잎을 움 또는 눈초라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연녹색의 움은 돌잡이도 안 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에 해당한다. 꽃이 피고 움이 트는 4월을 지나노라면 본격적인 성장의 계절, 싱그러운 5월이 다가선다. 신록의 계절이다. 수필가 이양하 선생의‘어린애의 웃음 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오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 교통수단을 주로 이용하는데, 갑자기 거친 언어나 행동으로 분노를 표현하여 다른 승객들을 불쾌하게 하거나 놀라게 하는 이를 볼 수 있다. 우리 사회, 정치 현상을 싸잡아 고성으로 거칠게 비난하는 분, 일행 간에 심하게 다투는 분들, 다른 승객이나 운전자에게 시비를 거는 분,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으나 지하철 플랫폼 벽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는 분 등...... 필자도 나이가 들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 고집이 세어지고, 서운하게 느껴지는 적이 있어 심술이 시퍼렇게 날을 세우거나 이유 없는 분노가 슬며시 고개를 드는 일이 있어 자제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속 이상 현상 또는 감정상의 분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하면 외로움, 서운함 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함에서 비롯되는 엉뚱한 열등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다. 마음에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요인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다른 대상과 비교하여 권리나 자격 등 당연히 자신에게 있어야 할 어떤 것을 빼앗긴 듯한 느낌, 즉 자신은 실제로 잃은 것이 없지만 다른 분이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잃은 듯한 기
근거를 통계 수치로 제시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부문의 집단 간, 개인 간 갈등은 2000년 이후 점차 심화하는 경향을 보이다 최근에는 사회적인 혼란으로 비취일 정도로 심각해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갈등의 외형적인 원인은 모두 그럴듯한 추상적 가치를 가진 ‘명분’또는 국가, 국민을 위해서라는‘당위성, 정당성’이다. 그러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내면의 진정한 원인을 파헤쳐보면 갈등의 한 편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지 않은 주관적 입장, 치우친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곡학아세(바른길에서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 사람에게 아첨하는 것)와 물리적 힘으로 그 집단, 개인의 속물적인 탐욕이나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갈등의 그 충돌 과정에서 인간의 도리, 도덕, 인권을 저버리고 본성마저 저버리는 모습을 보게 되어 마음이 착잡해진다. 포천시 국립수목원 옆에 봉선사라는 유명한 절이 있다. 세조와 정희왕후가 잠들어 있는 광릉을 지나가다 보면 길옆에 있는 절이다. 1946년 봉선사 다경향실(지금은 새로운 건물), 가야마미쓰로라는 50대 중반의 남자가 기숙하며 조용히 참회록을 쓰고 있었다. 그는 2년 후에
우리는 대부분 경사로운 일을 소원하며 살고 있다. 출생, 혼사, 입학, 어려운 시험 합격, 입신양명, 부의 취득은 대체로 큰 기쁨을 주는 일이다. 경제가 매우 어렵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생활이 힘들고, 장사는 되지 않고, 인심은 점점 삭막해져 간다고 한다. 살기가 팍팍하고 영 재미없다 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인생 역전의 한방을 바라는 풍조가 더욱 확산되어 로또 등 각종 복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대박’을 노리는 사회적 심리가 우리 사회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듯하다. 이 대박이라는 말은 2000년 초까지는 어린이나 젊은이의 대화, 특정한 분야에서 다소 저급하게 사용되던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큰 횡재 등을 바라는 심리를 담은 일상어가 되었다. 대박이란 말은 영화계 등에서, ‘흥행에 성공함’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한 것 같다. 이 말은 ‘바다에서 쓰는 큰 배, 큰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큰 배가 입항을 하면 뜻하지 않은 많은 수익이 생기는 일이 있어서 오늘날의 유행어 대박의 의미를 지니기 시작하지 않았나 유추해 본다. 흥부가 큰 박을 터뜨려 횡재하는 장면을 연상하여 ‘큰 박 → 대박’과 같은 말의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