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정보 및 통신 기술 발전으로 형성된 디지털 사회입니다. 디지털 형식에 의해 정보가 생성되어 전달, 저장, 가공되며 관련 기기와 기술이 널리 보급, 활용되는 사회가 디지털 사회 핵심입니다. 디지털 사회 현대인은 컴퓨터 기기, 스마트폰, 방송 등 미디어 기기, 기타 수많은 디지털 생활 기기를 생필품 및 무기 삼아 일상생활을 합니다. 그래서 광의의 디지털 사회는 이제는 생필품 디지털 기기는 물론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인공지능 등 기술과 관련된 사회적 변화와 현상을 모두 포함하는 사회입니다.
한편, 우리 디지털 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적 현상들은 대부분은 일반적이지만 일부는 우리만의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디지털 사회를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중추는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서비스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이를 중심으로 한 정보의 생산, 전달, 저장, 유통 과정 또는 결과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현상 가운데 두드러진 몇 가지를 살펴보고 문제점을 찾아봅니다. 아울러 개인과 집단의 슬기로운 대처 방안과 바람직한 삶을 찾아봅니다.
다중에 휘둘리는 여론, 침묵하는 소수
우리의 미디어(매스미디어를 말함) 가운데 중추라고 할 수 있는 방송은 개인 방송인 유튜브를 제외하고 등록 기준으로 400여 개를 넘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미디어가 생성한 뉴스 등 정보와 컴퓨터, 스마트폰, TV 등 방송 기기의 모든 플랫폼을 통해 접촉하는 하루 시간은 아무리 적어도 2~3시간은 된다. 우리나라의 미디어 관련 수치는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디어가 개인, 집단,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언론학자들은 현대 디지털 사회에서 엄청나게 큰 미디어 영향과 효과를 이름하여 미디어 강효과 사회라고 명명한다. 일반적으로 방송 등 미디어는 시청자나 수용자에게 영향을 주어 사회 다수 여론을 더욱 강화하거나 약화하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면 특정 정치인이나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더 우호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약화하기도 한다.
사람은 사회 내에서 자신의 견해가 다수의 우세 의견에 속하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그렇지 않은 소수에 속할 경우는 침묵하는 속성이 있다. 방송 등 미디어 플랫폼이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인 우리 디지털 사회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우세한 여론이나 이미지는 많은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면서 더욱 증폭되며 강화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다수에게 지지받는 의견은 더욱 힘을 얻게 되고, 소수 의견은 점차 힘을 잃고 침묵하게 된다. 특히 정치, 사회적으로 이슈가 컸던 사건·사고, 논란거리가 있던 사안, 민감한 남북문제 등과 관련한 과거 여론의 추이와 그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행태에서 이러한 양상이 나타난다.
이것은 인간이 '사회적 고립을 두려워하는 근원적 심리‘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사회로부터 거부당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여론의 향방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구분하는 본능적 능력을 활용하여 대응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세한 여론이 방송, 신문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반복적으로 증폭되며 강화되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 여론의 편에 서고자 하는 심리를 갖게 되어 행위를 하고, 반대의 경우는 침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디지털 사회의 방송 등 미디어의 가공할 영향력을 예로 들었다.
디지털 사회에서 꽃피우는 팬덤 문화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세계적인 천재의 목소리다. 죄인이 아닌 성자로 거듭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교통 사범으로 구속 위기에 놓인 한 대중가수 팬덤이 언론과 사법부에 건의하는 듯 항변하는 인터뷰가 온갖 미디어를 채운다.
대통령을 한번 역임한 미국의 정치인은 도덕성 및 인품에 있어 치명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그의 생각과 신념은 극성 지지층 팬덤을 열광시키며 다시 유력한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있다. 인품이 훌륭하기로 알려진 유력 정치인들도 그의 가능성과 팬덤을 의식하며 속속 지지를 선언한다. 미국 내외 엄청난 수의 정치 팬덤이 그의 뒷배인 듯싶다. 지금 우리 사회는 특정 정치인을 열성적으로 지지해서 생긴 현상 소위 팬덤 정치에 대한 논란과 비판이 거세다.
팬덤(fandom)이란 ‘열광자’라는 뜻의 ‘Fanatic‘과 ‘세력권’을 뜻하는 Dom의 합성어이다.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문화적 사회적 현상을 뜻하는 팬덤은 예전에는 없던 용어이다. 일반적으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작가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을 이르는 명칭은 팬클럽이다.
팬클럽에서 참여도, 지지도, 활동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생긴 팬덤은 산업사회의 대중문화 부문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팬덤은 지지자에 대한 적극적인 선호와 능동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이나 비판보다는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팬덤 문화는 일반적으로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간주한다. 대중문화 팬덤의 고전적인 모습은 남진, 나훈아, 조용필의 팬클럽 ‘오빠 부대’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대중가요 팬클럽을 ‘팬덤’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은 필자 생각으로는 K-POP의 원더걸스, 소녀시대, 동방신기가 국내외 팬덤을 폭넓게 확보하던 때 인 것 같다. 세계적인 대중가요 그룹 방탄소년단은 팬덤을 아미(A.R.M.Y)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호칭하고 있다.
한편, 정치 팬덤은 문화 팬덤 형성에 뒤이어 디지털 사회의 도래와 함께 미디어 플랫폼의 확산, 정치인들의 지지층 확보 필요성에 따른 노력 등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정치 전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노사모, 박사모가 그 초기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정치 팬덤은 정치인의 정치적 목적과 지지자들의 선호가 맞물려 활성화되면 정치 소통과 지지자들의 참여 공간으로,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비합리성에 근간한 여론몰이, 무비판적인 지지와 맹종, 편파 등 다양한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팬덤 정치의 문제점은 특정 후보를 무조건 맹신적인 지지를 하는 태도이다. 이런 정치적 태도는 우리 정치 전선을 ‘열광’과 ‘냉소’의 극한 대립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그 전선에서 만들어지는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흑백 논리는 우리 사회를 반목과 극한 분열로 만들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국가, 사회, 정당의 문화나 전통, 규범, 가치를 중시하지 않고, 공익에 대한 의무와 책임감보다는 팬덤과 그 중심 정치인의 ‘편파적 생각’, 우리 편이 아닌 자와 싸워 이기려는 ‘권모술수와 꼼수’, ‘광적 열기’로 소수 이익을 탐하는 파당적 팬덤 정치는 우리 국민, 사회, 국가 모두에 어려움을 준다는 사실을 경계해야 한다.
IMF 경제위기, 그리고 디지털 사회가 만든 양극화
필자는 우리 사회를 대립, 분열시켜 갈등을 만들 수 있는 팬덤 정치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는 물론 일부 OECD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 또한 사회적 측면 등에서 이에 못지않은 부정적 요소를 가진 걱정거리라 할 수 있다.
IMF 경제위기 극복, 21세기 들어 맞이하게 된 디지털 사회 - 이 두 거대한 격랑은 우리 가정 경제를 소득과 소비 부문을 중심으로 뒤흔들고, 사회 전제 구조마저 재편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국가,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중산층, 중간계층, 평균 계층, 중도 성향 등은 엷어지고 양극단 층이 넓어지는 통계적 측면에서 보면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앞에서 디지털 사회의 미디어 강 효과를 말한 바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강한 주의 주장, 정책을 격하게 표현하던 여론 세력들은 각기 지지하는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였다. ‘대립하던 양극의 상대적으로 우세한 여론 세력’들은 각기 미디어의 강력한 지지를 얻으며 세를 부풀린다. 그리고 그 중간, 평균이 사라진 빈자리를 빠르게 차지하며 우리 정치, 경제, 사회의 지배적 여론의 쌍두 마차가 된다. 그 결과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이다.
양극화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양극화, 사회적 양극화, 정치.이념의 양극화 등으로 나뉠 수 있다. 각각 원인과 해결 방법은 모두 다르지만 표출되는 사회적 양상은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즉 불평등, 열패감은 심리적 현상과 대립과 갈등으로 나타나고 해당 집단과 구성원에게 일반적으로 박탈감, 상실감, 열등감, 피해의식, 불안감이 조성되고 생활 전반에서 무질서, 혼란, 불편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우리 디지털 사회, 현대인을 믿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고도 산업 사회 이전에는 사회적 전통과 가정이 맡아오던 가치관과 정체성의 확립을 현대 디지털 사회에 들어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서비스, 방송 등 미디어, 주변의 집단이 대신하게 되었다. 디지털 사회 인간들은 보통 타인들의 생각과 관심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며 집단에서 격리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외형적 사교성과는 달리 내면적으로는 고립감과 불안으로 언제나 번민하는 '고독한 군중'이 바로 디지털 사회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그래서 정치 팬덤의 생각이든 양극의 여론이든 '인터넷 네트워크, 혈연 지연 학연 주위 집단’의 생각이든 그것을 외면하지 못한다. 만약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그러한 집단의 그것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고독한 군중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결국에는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를 돌이켜 살펴보면 인류는 중세의 칠흙 같은 권위적 신권, 전제적 왕권, 근.현세의 전체주의적 독재 권력과 끊임없이 싸워 휴머니즘, 인본주의, 인권을 지켜냈다. 그래서 디지털 사회의 고독한 군중 현대인 역시 그러한 소중한 유산을 지혜롭게 잘 지켜가리라 확신한다.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역시 주위의 우세한 여론 또는 생각과 함께 하든, 그렇지 않든 인간의 최고 실존적 가치인 ‘인간다움’을 기본으로 한 ‘사랑, 자유, 평등, 평화, 행복, 생명, 진실’ 등을 존귀하게 생각하는 삶을 살아갈 것으로 믿는다.
서재원 교수
. 창수초등학교, 포천중
, 포천일고, 서울대 졸업
. 한국방송 KBS 편성국장, 편성센터장(편성책임자)
. 차의과학대학교 교양교육원장, 부총장
. 포천중.일고 총동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