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눈이 보배다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옛말에 '눈이 보배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신체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특히 눈만큼 중요한 기관은 없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눈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중증 장애인 헬렌 켈러의 저서 '사흘 동안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 장님이었던 그는 우리가 당연히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항상 감사해야 한다고 깨우쳐준다.

 

헬렌 켈러는 이 책에서 "만일 기적이 일어나, 사흘 동안만 앞을 볼 수 있다면, 첫날은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 특히 설리번 선생님을 꼭 찾아가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 그리고 둘째 날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먼동이 트는 모습을 볼 것이며, 셋째 날은 큰길에 나가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후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와 사흘 동안 눈을 뜨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겠다"고 술회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요즘, 주위에서 눈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하면 열 사람 가운데 너덧 사람은 눈에 관해 이런저런 병이 있다. 근시와 난시, 원시는 물론이고 백내장도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눈병이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안경을 쓰거나 라식, 라섹, 그리고 백내장 수술 등 간단한 처치와 수술로 곧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안과 질병 중에 황반변성이니 황반원공, 망막원공 등 낯선 이름의 병도 있다. 황반은 눈의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곳으로, 빛이 초점을 맺는 부위다. 이 부분은 안구의 뒷부분에 넓게 위치한 망막의 한가운데에서 시각 정보를 받아 대뇌에 전달해 사물을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 이 황반과 망막에 이상이 생기면 사물의 명암과 색, 형태를 감지할 수가 없다. 쉽게 말하면 실명을 하게 된다.  

 

필자는 2년 전 갑자기 눈이 흐릿해지면서 운전도 못 할 지경이 된 적이 있다. 병원에서 양쪽 눈 모두 망막원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망막에 구멍이 생겼다는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오른쪽 눈은 망막의 찢어진 부분이 잘 붙어 시력이 회복되었지만, 왼쪽 눈은 세 번의 수술 끝에 겨우 붙었다. 

 

수술 후 2년이 지난 최근 망막에 다시 구멍이 났다는 진단을 받았다. 며칠 후 재수술 날짜를 받아놓고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망막원공은 수술도 어렵지만, 수술 후 관리가 더욱 힘든 병이다. 이 수술은 눈 안에 가스를 주입하게 되는데 이 가스가 올라가면서 망막의 찢어진 부분을 붙이는 것이라 2주에서 한 달 정도는 엎드려 있어야 한다. 서너 번 수술한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그 지루한 과정을 알기에 한숨이 나온다. 


그런데 처음 수술할 때처럼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하늘의 뜻에 맡긴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수술이 끝나고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 때는 좀 더 따뜻하고 선한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