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서 진행된 수클래식 콘서트. 바리톤 임준식 콘서트. 책방에 모인 관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어쩌다 보니 연이어 이틀 동안 큰 행사를 치렀다. 지난 10월 23일 금요일 오후 2시에는 ‘시인 이병률 with 수클래식의 아름다운 위로’, 10월 24일 토요일 오전 10시에는 아동문학가 박혜선과 함께하는 ‘환경 동시 쓰기 대회’, 오후 4시에는 바리톤 임준식과 소프라노 박성연의 ‘듀엣 콘서트’. 이병률 시인과는 새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가 나온 직후인 9월, 독자와의 만남을 하기로 약속했었다. 동네서점 에디션과 함께 독자와의 만남 신청 일부를 먼저 받고, 에디션이 금방 마감되는 바람에 독자와의 만남은 행사 전에 다시 공지하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경기동네서점전 관련 이야기를 하다 경기도에 있는 동네 책방주인들이 함께하면 어떨까 말이 나왔다. 종일 작은 책방에 콕 박혀 일하는 책방주인들에게 작은 휴식 시간을 갖게 하고 싶다는 담당자의 뜻이었다. 그렇다면 이병률 시인만 초대하지 말고, 클래식 콘서트도 같이하면 좋지 않을까. 이왕 위로를 줄 바에는. 해서 행사가 조금 커졌다. 일반인 접수도 받고, 책방주인들도 초대하고.
살다 보면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할 경우가 많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때부터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명쾌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차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덜 중요한 것을 과감히 버리는 지혜가 중요하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낙관론도 때론 필요하다 “물고기를 내가 갖고 싶다. 곰 발바닥 역시 갖고 싶다. 그러나 이 둘을 다 가질 수 없다면, 물고기를 버리고 곰 발바닥을 취하리라. 생명도 내가 아끼는 것이요, 의리 역시 내가 아끼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동시에 취할 수 없다면 생명을 버리고 의리를 취할 것이다.” ‘웅장여어(熊掌與魚) 즉 '곰 발바닥과 물고기'라는 뜻으로, 두 가지를 겸할 수 없는 경우나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취사선택하기 어려운 경우를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맹자(孟子)>에서 유래되었다. 맹자가 말하는 물고기와 곰 발바닥은 요리를 가리킨다. 맹자는 물고기를 생명에, 곰 발바닥을 의리에 비유하면서 의리가 생명보다 더 귀하다고 여긴 것이다. 마치 곰 발바닥 요리가 물고기 요리보다 더 귀하듯이 말이다. 요컨대 맹자는 어떤 상황에서는 자기 목숨보다 의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
야생동물들은 낮에는 즐겁게 운동을, 밤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음식물은 조물주가 지정한 것만 먹는다. 그것도 자연식과 소식을 하며 병증이 느껴질 때는 본능적으로 절식을 한다. 그리고 피부호흡을 통해 체내의 독소를 배출하고 충분한 산소를 취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생동물들은 근심과 걱정이 없으며, 마음이 온전히 쉬고 있다는 것이다. 생태학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야생동물에게는 질병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자연계에는 사람과 사람이 기르는 동물에게만 만성질환과 난치성 질환이 많이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자연의 질서에서 가장 많이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생태 관리학을 살펴보면 야생동물에게 질환이 생긴다고 해도 사람들이 오염시킨 환경이 원인이 되어 생긴 중금속이나 화학물질의 중독, 기생충 감염, 몇 가지 세균성 질환을 제외하면 만성적 질환은 거의 없다. 사람들에게 흔한 고혈압, 당뇨, 심장병, 암, 비만 같은 병이 없으며, 관절염이나 중풍에 걸려 절룩거리고 다니는 야생동물은 볼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고혈압 환자가 약 1000만 명, 고지혈증 환자 700만 명, 당뇨병 환자 500만 명, 수백만 명의 비만 환자가 있고, 성인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고 있
내가 이곳에서 좋다, 좋다 말하면서 사는 이유도 그렇다. 시골을 선택하고, 책을 선택하고, 커피를 선택하고, 음악을 선택하고, 나무를 선택하고 하는 것들. 즉 내가 좋은 것을 선택하니 좋을밖에. 그들이 떠난 후에야 나는 안으로 들어왔다. 비로소 세상이 편안해졌다. 책방에서의 언어, 책방에서의 대화가 나를 행복하게 했던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다. 손님은 종일 그들이 전부였다. 손님이 왔다. 그들은 커피를 주문하고 책방을 쓱 둘러봤다. 분위기가 책에 관심 있어 보이지 않았다. 역시 그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에 집중했다. 손님이 오면 나는 내 책상에 앉아 일한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손님들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중년의 여성과 남성 4명은 목소리가 컸다. 한 사람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매일 이 커피 한 잔 값으로 주식을 사면 10년 뒤, 20년 뒤 인생이 달라지는 거야.” 순간 그동안 내가 마신 커피값으로 만약 주식을 샀다면, 생각했다. 30년도 더 커피를 마셨으니 커피를 마시지 않고 그 돈으로 주식을 샀다면 나는 얼마나 큰 부자가 되었을까. 큰 부자가 되어 나이 든 내가 이제부터 커피를 마셔야지, 한다면 나는 아마 값비싼 커피를
공주–논산-전주-완주 여행기 ▲전통 기와집의 멋과 풍취를 그대로 간직한 전주 한옥마을. 전주의 맛과 멋, 한옥마을 논산의 명재고택을 뒤로하고 우리는 고속도로를 달려 호남의 고도 전주로 갔다. 남도의 풍류와 한옥의 아름다움, 맛있는 음식이 손짓하는 유서 깊은 도시다. 시간은 벌써 오후 1시가 지났다. 맛의 본고장에 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재미를 놓칠 수야 없다. 전주의 명소 한옥마을엔 수많은 맛집이 있지만 우리는 비빔밥의 명소로 알려진 집을 찾았다. 빈 좌석을 찾아 앉았지만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복이 있다고 했다. 한참을 기다린 보람은 컸다. 전주비빔밥의 명성이 결코 헛되지 않은 것임을 실감했다. ▲전주시 한옥마을의 경기전 담장위에 곱게 핀 배롱나무꽃. 식사 후 비빔밥 맛의 여운을 안고 근처의 경기전 담장을 따라 걷고 건축된 지 100년이 넘었다는 전동성당도 구경했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진본 어진이 보관돼 있었던 경기전은 조선왕실의 상징적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진본 어진은 서울로 옮겨가고 지금은 사본이 모셔져 있단다. 전동성당은 외관의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수리 중이어서 전부 가림막에 가려
공주–논산-전주-완주 여행기 ▲공주 영평사 대웅전. 추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코로나에 앗긴 한가위의 즐거움을 찾으러 떠난 여행이었다. 올해 추석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명절의 즐거움을 누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년 명절마다 누려왔던 큰 즐거움을 놓칠 순 없는 법. 그래서 그 어딘 가엔 숨어있을 즐거움을 찾고 싶어 길을 떠났다. 비록 코로나의 횡포가 겁났고 정부의 엄포가 지엄했지만 즐거움을 향한 마음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올해 한가위의 즐거움은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가족 모임도 자제하라, 고향 방문도 삼가 달라’는 정부의 엄포성 당부가 방방곡곡을 파고 들였다. 심지어 조상의 음덕을 기리려는 후손들의 정성마저 정부가 ‘공동묘원 성묘나 분향 금지’조치로 막아버린 명절이었다. ‘못난 국민들’ 탓인지, ‘잘하는 정부조치’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즐거움 찾아 떠나는 길은 즐거웠다. 나와 집사람, 그리고 집에서 추석 연휴를 즐기려던 딸은 추석날 정오 무렵 서울을 벗어나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우리는 조용한 곳에서 가을 색을 만끽하는 즐거움을 찾아보려 했다. 그 방법으로 우리는 아늑한 산사(山寺),
나의 행복론은 바로 내가 ‘나’로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내가 ‘나'로 살지 못했다는 얘기 아닌가. 그렇지. 나는 ‘나’로 살지 못했지. 왜일까. 나는 누구누구의 딸이며, 누구누구의 아내이며, 누구누구의 며느리이며, 누구누구의 엄마인 까닭에. 그것이 필요로하는 엄격한 책임과 의무에 매어 나는 언제나 그 뜻에 따라야 하지 않았던가. 행복하냐고요? 글쎄요…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혹은 하는 말 중의 하나가 ‘행복’이란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행복하세요’, ‘행복을 빕니다’, ‘~에게 행복을…’ 등 그 ‘행복’에는 언제나 주술적 의미가 뒤 따른다. 좋은 것이기에 나에게도 남에게도 언제나 베풀고 싶은 것-. 수없이 듣고 수없이 했던 말—. 그것이 바로 아주 보편적 일상어인 행복이란 어휘가 아닌가. 대체 그 행복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흔히, 그리고 많이 쓰이는 것일까. 누군가가 나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언제나 ‘글쎄요…’가 아닐까 싶다. 그것은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를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엇을 가리켜 ‘행복’이라고 하는지, 좀 더 부연하면 이처럼 나이를 먹고 긴긴날을 살아오는 동안도 행복에 대해 올바른 답을 갖지 못하고
암 환자가 지금 어떤 치료를 받고 있든지 다음과 같은 생활요법이 꼭 필요하다. 절식과 생채식을 통한 해독, 그 후 곡식과 채식 위주의 소식, 낮에는 햇볕을 쪼이면서 걷기, 밤에 일찍 자고 충분히 휴식하기, 더운물 목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온열요법, 심호흡이나 나체요법과 같은 산소요법, 그리고 병을 보지 말고 이미 다 나았다고 믿고 상상하기, 나아가서 삶의 더 높은 목표를 향하여 도전하기 등이다. 이와 같은 생활요법들은 우리 피를 맑게 해 주고, 그 맑은 피를 전신에 잘 돌게 하여 결과적으로 전신의 세포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게 해 준다 오래전 내가 외과 전문의 시험을 보았을 때 “암에 대한 3대 치료법을 쓰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된 일이 있었다. 그 정답은 수술, 항암 요법, 방사선치료였다. 나는 이런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과거에 만난 암 환자들에게는 의심할 바 없이 3대 요법만을 실행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3대 요법이란 암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암의 결과, 곧 눈에 보이는 암의 증세만을 제거할 뿐 암의 근본 치료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1986년 어느 날 중증 간암 환자가 우리 클리닉에 찾아왔다. 당시 우리나라 최고
이 글귀를 반지에 넣으시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승리에 도취한 순간에도 이 글을 보게 되면 전하께서는 자만심을 가라앉히실 수 있을 것이요, 또한 절망 중에도 이 글을 본다면 큰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사울(Saul)은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다. 그때가 대략 BC 11세기 초. 여러 부족을 정복하고 막강한 힘을 과시한 사울 왕은 후계자로 다윗(David)을 지목한다. 다윗은 베들레헴 출신 이새(Jesse)의 여덟 아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이새는 교회나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이새의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그 나뭇가지에 여호와가 강림한 것이 ‘예수(Jesus)’라고 믿는다. 이새가 아들 덕분에 더 유명해진 일화가 있다. 어린 양치기 다윗이 앙숙인 이웃 나라 필리스티아(Philistia, 오늘날의 팔레스타인)의 장수 골리앗을 물리친 이야기다. 대충 불곰 크기의 거인 골리앗의 이마에 돌멩이를 던져 쓰러뜨린 뒤 칼로 목을 베었다고 전한다. 아들 다윗은 이스라엘을 재통일하여 왕이 되고, 다윗의 골리앗 제압은 그리스도의 이스라엘 입성을 예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 그러나 가을은 무엇보다 고독해지는 계절이다. 고독이 병처럼 깊어가는 계절이다. 그리해서 다만 혼자이며 자아를 만나는 계절, 신을 생각하며 하나의 생명에 대해 진실로 겸허하고, 하나의 섭리에 대해 숙연하며, 하나의 죽음에 대해 무상(無常)을 깨닫는 계절이다. 문득 열어젖힌 창밖에 가을이 내린다. 하늘이 투명하다. 우수스이 낙엽이 진다. 한 줄기 바람, 바람이 불어온다. 언뜻 불어오는 바람결에 묻어 있는 가을 냄새. 가을은 이제 우리의 창밖에 와 있다. 햇빛은 깊고 푸르며 한 점 티도 없이 맑다. 한여름 계곡물이 맑다 한들 이만이야 하랴. 차라리 가을 햇빛은 이리 맑아 못내 슬프다. 나는 이런 가을 햇빛 속에서 현기증이 난다. 내 초라한 육신을 가릴 옷 한 자락 남김없이 속속들이 비춰내는 저 깊고 투명한 햇빛-. 가을은 이제 깊을 대로 깊고 익을 대로 익어 있다. 가을은 우리 일상의 번요한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하는 계절이다. 아침, 복잡한 소음으로 빠듯이 짜인 하루가 시작되고 은행으로, 백화점으로, 어두운 사무실 구석으로, 크레졸 냄새가 풍기는 병원으로, 하늘을 찌르는 고층 빌딩 속으로 부산히 찾아가는 우리들 머리 위로, 눈앞으로 편편이 병든 나뭇잎이 흩날
낱개로 갈라진 마른 마늘쪽들은 새로운 삶을 꿈꾸는 생명체들이다. 여름부터 잠을 잔 마늘은 가을이 지나가도 깨지 않는다. 겨울이 시작되는 늦가을에 농부들은 마늘을 땅속에 심는다. 마늘은 추운 겨울에 땅속에서 얼어 죽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다. 껍질로 단단히 몸을 싸고 추위를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겨울이 끝나갈 때쯤이면 이번에는 속히 마른 껍질을 벗고 물을 빨아올려 싹틔울 채비를 시작한다. “마늘을 까보셨습니까? 그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한쪽의 마늘에서 나는 자연의 순리를 깨우친다. 삶의 지혜도 함께 배운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생각이 이에 이르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물론 말 못 하는 마늘이 직접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그건 단지 나의 생각일 뿐이다. 그러나 마늘을 통해 자연의 순리를 깨달으며 ‘삼라만상이 모두 스승’이라던 선현들의 가르침을 새삼 되새기곤 한다. 추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이런저런 집안일로 바쁜 집사람이 바싹 마른 마늘 30여 통을 까달라고 갖다 놓았다. 아주 심하게 말라 마늘통들이 부딪히며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났다. 내가 집사람을 위해 마늘을 한꺼번에 많이 까거나 빻아 주는 일은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이다. 그것도 마늘이 많
▲코로나 덕분에 가장 좋았던 것은 야외 콘서트를 진행한 것이다. 야외 콘서트를 몇 번 진행하려다 형편상 진행하지 못했는데, 코로나는 덕분에 실행하기로 했다. 실내보다 실외가 안전하기 때문이다. “아주 짧게 해주세요.” 미장원에 갈 때마다 내가 했던 말이다. 나는 오래도록 짧은 커트 머리였다. 그 이전에는 단발머리였다. 파마를 한 것은 20대 초반에 한 번, 30대 후반에 한 번뿐이었다. 30대 후반에 파마를 하고 그대로 머리를 길렀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긴 머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때의 사진을 보면 지금도 생소하다. 지금 나는 머리를 질끈 동여맸다. 미장원에 간 것이 꽤 오래됐다. 코로나19 이후, 나는 미장원을 딱 한 번 갔다. 커트 머리가 길어져 더 견딜 수 없을 때 달려갔다. 이렇게 질끈 묶고 얼마를 지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런 상태로 잠시 더 있어 볼 예정이다. 옷도 한 번 사러 가지 않았다. 있는 옷도 많다. 시골에 살면서 옷 욕심은 더욱 없어졌다. 차리고 나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한두 벌로 한 계절을 난다. 생필품은 대형마트에 가서 남편이 사 온다. 책방을 하고 있다는 핑계로 나는 통 나가지 않는다. 봄여름 계
하버드대학의 심장병 전문의 허버트 벤슨 교수의 《약 없이 고혈압 이겨내기》와, 워싱턴대학의 당뇨병 전문의 닐 버나드 교수의 《약 없이 당뇨병 이겨내기》 등을 통해서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이 평생 약을 써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절식, 운동과 휴식, 스트레스 조절과 같은 단순한 생활요법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는 것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지낸 유태우 박사의 저서 《질병 완치》의 표지에는 “평생 약을 먹겠는가? 질병을 완치하겠는가?” 라는 부제목이 쓰여 있다. 일평생 약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많은 환자, 그리고 평생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는 의사들은 이 물음을 놓고 한 번쯤 잘 생각해 보면 좋겠다. 유 박사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몇십 년 동안 많은 환자에게 약을 쓰는 치료를 해 오면서 병이 낫지 않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 왔다. 왜 낫지 않는지 살펴보았더니, 약물치료가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의 결과(증상)만 치료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 박사는 “건강진단을 믿지 말라. 병원을 믿지 말라. 병의 원인을 치료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대구의료원 신경외과장을 지낸 황성수 박사의 저서 《고혈
Tara, Home! I’ll go back home!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내 고향, 타라로 가자 결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 남북전쟁 이야기를 듣고 자란 미국의 여류작가 마거릿 미첼(Margaret Mitchell)은 1936년 불후의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를 펴낸다. 그녀의 나이 36살 나던 해이다. 25세의 무명작가가 10여 년에 걸쳐 쓴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미국에서만 150만 부가 팔린 당시 초 베스트셀러다. 역사소설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한때 이 소설은 미국인에게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던 이유는, 영화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타라(Tara)’역을 멋지게 해낸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Scarlett O’Hara)의 덕도 많이 봤다. 이 작품은 1939년 영화로 제작되어 작품, 감독, 여우주연상 등 아카데미 9개 부문의 상을 휩쓸면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 당시에도 한국어 번역판이 나오긴 했지만, 소
참 곱기도 했다. 그 어떤 홍보석보다도 더 굵고 아름다웠다. 그것도 하나둘이 아니고 여러 개가 무리 지어 뽐내고 있었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나 말고도 몇 사람이 더 그 홍보석들을 넋 놓고 보고 있었다. 그것은 주택가 담장 밖까지 나와 익어가는 새빨간 석류였다. 가지가 휘어져 늘어질 정도로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마치 붉은 꽃다발처럼 느껴졌다. 그 중의 몇 개는 알밤처럼 껍질이 벌어져 속에 있는 석류알들이 루비처럼 보였다.삭막한 서울 도심의 주택가에서 그처럼 귀한 보석들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며칠 전 남산자락의 후암동 주택가를 지나다 그 석류들을 보았다. 그곳은 아직도 일본식 목조가옥들이 많이 남아있다. 남산으로 이어지는 상당히 경사진 주택가의 골목은 매우 좁아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다. 그 경사진 골목길을 지나다 빨간 석류들이 주렁주렁 달린 집을 본 것이다. 넓지 않은 마당에서 자란 석류나무는 수령이 매우 오래된 것 같았다. 밑 둥이 굵은 데다 무성한 가지가 높이 자라 지붕 위까지 뻗어있었다. 그 중 한 가지는 담장 너머 밖에까지 나와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꽃나무처럼 보였다. 우리나라 기온이 높아지면서 추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