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김은성 작가. Day-37, Yoho 국립공원 대충 보기 Banff라고 하면 이 근처 5개 국립공원을 합쳐서 통용되는 유명관광지라고 보면 된다. 제일 유명한 Banff와 Jasper는 3년 전에 하루에 10마일 정도 발품 팔며 꼭 봐야 하는 곳을 거의 섭렵했고, Waterton은 몬태나에서 국경 넘나들며 진도 떼었으니, Waterton에서 하이킹할 때 만난 캐나다 노부부들이 추천한 나머지 두 공원, British Columbia 주에 속하지만, 앨버타주에 위치한 Banff와 붙어있는 Yoho와 Kootenay 국립공원을 보고 갈 생각이다. 아침에, 느긋하게 준비하고, resort에서 숙식하는 휴양객답게 11시에나 슬슬 행동 개시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줄줄 내리는데, 처음 이곳에 왔다면 낭패다... 싶을 깜깜하게 흐린 하늘과 비 오는 밴프가, 두 번째 오니 이런 날씨의 경치도 보게 되는 기쁨이 된다. 인접해 있는 British Columbia 주로 넘어가 Yoho로 가는 길도 화려한 로키의 파노라마가 계속되고, 인구 167명이라는 작은 마을 Field로 들어서니, 샤모니 계곡에 있던 시골 마을같이 이쁘게 꾸며놓고 장작도 줄 맞추어 쌓아놓았다. 모든 집이
미국 워싱턴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 김은성은 현재 본지에 '미국 대륙횡단 여행기'를 절찬리에 연재 중인 작가다. 그가 수년 전, 한 달 이상을 자동차로 미 대륙을 횡단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사진과 함께 담백한 글로 써내려간 여행기는 현재 코로나로 해외 여행을 꿈도 못 꾸는 우리들에게 커다란 위안과 함께 대리만족을 주고 있다. 본지는 필자에게 2회 정도 남은 '미국 대륙횡단 여행기'를 잠시 중단하고, 2020년 봄 지구를 뒤덮어 버린 팬데믹과 백신 개발 이후 미국 사회의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대한 글을 요청했다. 평생 의료계에서 근무해온 그의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백신 접종 이후 미국 이야기'에서 그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빛의 속도로 세상에 나와준 백신이 우리에게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되돌려주고 있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년간 미국의 코비드 사망자 수는 제주도 인구와 비슷한 60여만 명, 인구 대비해서 남한 인구로 계산한다면 대한민국에서 10만 명이 사망한 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미국 인구 3억, 남한 인구 5천만에 비례) 코비드로 순직한 간호사(RN)의 숫자도 400명에 달한다. 그 밖의 의료인들의
Day-34, 몬태나에서의 마지막 날 어젯밤엔 별똥별이 쏟아지는 날이라고 해서 오밤중까지 안 자고 버티려 했으나 10시부터 비가 내린다. 이곳의 비는 텐트 지붕에서 후드득 소리를 꽤 오래 내면서 내려도, 아침에 일어나면 땅이 여전히 보송보송한 인색한 비다. 그래도 구름으로 하늘을 덮으니 별을 볼 수가 없고, 그냥 잠든 게 억울해서 새벽 두어 시쯤 밖에 나가보니 비는 그쳤어도 별이 총총하진 않다. 어제 집어온 mountain goat 꽃바구니가 나뿐 아니라 오가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요즘 재활 중이라 꽃이 달리지 않은 내 꽃들도, 오가는 사람들이 이뻐해 준다. 우리 동네 셰넌도어에는 꽃바구니 데리고 캠핑오는 사람들도 종종 보는데, 여긴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이 주를 이르니 나처럼 극성맞게 꽃 들고 온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오늘은 묵직한 사랑으로 내 안에 자리 잡고 앉은 몬태나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Logan pass에서 Highland trail과 continental divide까지 올라갔다 온 남편은, 이제 다른 트레일이 시시해졌는지 별로 연연해하지 않고, 역사박물관에서 공부한 지식에 따라 Flathead Indian reservation과 미
Day-31, 태양으로 가는 길 오늘은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아늑한 텐트에서 부스스 일어나면 되는 좋은 날이다. 아침으론 집에서 눌려온 누룽지 팔팔 끓여서 아직 멀쩡하게 남은 밑반찬과 먹어준다. 10시 반쯤 느긋하게 집을 나선다. 햇볕이 따스하다. '태양으로 가는 길'을 조금 운전해가서 이 공원에서 손꼽는 5마일짜리 트레일, Avalanche lake로 향한다. 맘 좋은 미국 정부에서 이 멋진 숲의 입구 0.8마일에 마루를 깔아서 휠체어 탄 사람도, 멋진 숲을 즐기고 제일 이쁜 계곡의 물줄기를 볼 수 있게 해놨다. 2.5마일, 수백 년에서 천 년 이상된 향나무와 Hemlock이 주를 이루는 신비로운 숲길을 따라 걷는다. 내가 없던 날들을 이 자리에서 지켜왔고 내가 없는 날에도 이 자리에 서 있을 나무와 바위들을 보고 느끼며,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으나 존재하는 시간이 형체를 갖고 그 숲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스친다. 숲에 쓰여 있는 문구에도 모차르트가 유럽의 귀족들을 매료하던 그때, 제퍼슨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던 그때도 이 숲은 이 자리에 있었다... 고 쓰여 있다. 태평양에서 오는 습기 덕분에, 매우 건조한 기후의 공원 동쪽과 사뭇 다른 나무들이 자란다.
Day-28, Dream catcher Nomad(유목민)로 살던 인디언들처럼 수요일은 우리가 이동하는 날이다. Glacier park의 동쪽에 터 잡고 산불에 막혀 그쪽에서만 놀다가 예정에 맞추어 서쪽으로 이동한다. 관통하는 도로가 아직도 산불로 막혀서 공원 밖으로 돌아서 두시간 반 걸려서 간다. 공원 밖의 동쪽 벌판은 Blackfeet Indian reservation(인디언 보호구역)이고 우리가 방문했던 Browning은 그 중심지에 속한다. 몬태나주에서 발행한 관광가이드에서 추천한 Blackfeet trading post(서부시대엔 상점을 이렇게 불렀다)에 가서 인디언들이 만든 Dream catcher 귀걸이를 사서 걸었더니 마을에서 만나는 인디언들이, 자기들 물건인 줄 알아보고 이쁘다며 자화자찬이다. 인디언들만 사는 동네에 있는, 입장료 5불 받는 인디언 뮤지엄에 가니, 인디언들의 의식주 artifact(유물)가 많이 전시되어 있다. 16세기까진 미대륙에 말이 없어서 에스키모처럼 개들하고 살며 사냥도 하고 이동도 하며 살다가, Spaniards(스페인 정복자들)가 유럽에서 들여온 말들이 도망 나와 야생마가 되고 그 말들을 길들여 타고 다니게 되며 인
Day-24, 8월 초하루는 이웃 나라 캐나다에서 오늘은 아침 7시 반에 타국을 향해 달리며 얼굴에 분칠도 하고, 호텔 커피숍에서 산 라떼도 홀짝이며 분주한 하루를 연다. 40여 분 먼지 나는 한적한 오지 같은 몬태나 땅을 달려 캐나다의 Alberta 주로 들어섰다. 여권 보여주고 통과한 산길을 1시간쯤 더 달려 캐나다 영토에 속하는 Glacier park에 도착했다. 미국에선 평생권을 끊어서 공짜로 드나들었는데, 입장료로 16불을 내고 캐나다 국립공원에 들어서니 영어와 프랑스어가 같이 쓰여 있는 표지판과, mile 대신 kilometer를 사용하는 등 여긴 딴 나라인 것이 맞다. Visitor center에서 추천한 가벼운 하이킹으로 5마일짜리 산정호수에 오르며 아침 운동을 했다. 내가 들꽃을 보면 이성이 마비되듯이, 남편은 빙하에 열광한다. 수천 년 전에 얼음이 되어 오늘 존재하는 H2O의 거대한 실체가 신비로운 건 나도 이하 동문이다. 우리가 올라가서 바라본 빙하들은 미국 영토에 속한 것들이고, 이 공원 캐나다 땅엔 빙하가 더는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1800년대 말 150개이던 빙하가 25개 남았고, 2020년엔 다 녹아버릴 거라고 하니, 한시적인 것
Day-19 & Day-20 Mental bootcamp 여행은 정신력 훈련장 여행은 많은 것을 요구하고 많은 것을 우리에게 채워준다. 여행을 해내기 위해서 필요한 건강, 물질, 동반자, 시간... 등 그 모든 것을 이고 앉은 기본은 우리의 마음에 있다고 본다. 마음에 어두움이 짙어서 즐거워야 할 여행이 무겁고 어두웠던 기억이 몇 번 있었다. 이번 여행도 망설임과 두려움, 그리고 무겁고 어두운 짐도 있어서, 준비하는 동안 그다지 설레고 기대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매일 글을 쓰며 여행이 풍성해지고, 여기저기 아프려고 하던 몸도 그런대로 3주 가까이 잘 견뎌내고 있었다. 19일째 되는 어제는 비가 오고 추운 날씨였다. 그 전날 Mammoth Hot Springs에서 85도였는데, 우리가 묵는 동네 비 오는 날의 날씨는 45도 정도. 여름과 겨울을 오가며 널뛰는 험한 날씨다. 서로의 시간표에 따라 움직여주지 않음과 서로에게 느껴지는 단점들을 참으며 24시간 같이 움직이는 여행에서의 피곤함이 추운 날씨와 맞물리며 섭섭하게 느껴진 남편의 말 한마디에, 미국식 표현 melt down(멘붕?)이 왔다. 급성 우울증의 증상, 물도 마시고 싶지 않고 손가락도 까딱
Day-16, 천국과 지옥 누군가 옐로스톤을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표현한 것이 기억난다. 미국 국민들이 일 인당 10평 정도의 분깃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어마무시하게 넓은 이 공원을 하루에 한구석씩만 보려고 마음먹었는데, 오늘 만난 어떤 노부부는 매년 와서 한구석만 일주일간 보고 간다고 한다. 땅이 살아서 꿈틀거리며 유황 가스와 지열을 품어 올리고, 지각의 변동과 화산활동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현상들이 계속되고 있는 거대한 화산 분화구에 자리 잡은 광활한 고원이 옐로스톤이다. 오늘은 시간 맞추어 10시에 있는 레인저 프로그램에 갔다. 해안 경비군에서 퇴역한 후 7년째 ranger로 일한다는 61세 아저씨의 깊이 있는 지학적, 역사적, 생물학적, 생태학적인 설명을 들으며 부글거리며 스팀을 품어올리는 진흙 간헐천, 용의 입이라고 이름 붙은 사납게 생긴 연못들을 돌아본다. 이 진흙 가마솥들은, 온도도 뜨겁지만 pH 1.89 정도의 극한 강산성 독극물이라고 한다. 억수로 돈 써가며 전쟁 무기 만들지 말고 이 흙탕물을 물총에 장전해서 쭈악 쏴대면 전쟁 끝! 아냐? 이런 만화도 그려진다. 지열이 땅을 덥혀서 눈이 마구 오는 극한 겨울에도 푸른 초장인 온돌방
Day -13, 어제는 hiker 오늘은 tourist 캠프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이곳에 도착한 첫날 유숙한 Colter bay로 간다. 이곳은 티탄이 발전해나가기 시작한 본거지이고, 가장 번화하고 규모가 큰 캠핑장이기도 하다. Jackson 호수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배 정박하기 딱 좋은, 항만 같은 지형도 있다. 호수를 유람하는 배에 오르니, 정복을 입은 선장과 가이드가 정중히 승객들을 맞는다. 선장은 열 살 때부터 이 호수에서 아버지와 낚시하며 자랐고 45년간 소매업에 종사하다가 은퇴하고 2007년부터 크루즈 보트 선장으로 일한다고 하는, 70대의 건장한 할아버지다. 마이크 없어도 멋진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1시간 반 유람하는 방송을 대부분 60대 후반의 가이드가 했으나, 소량을 맡은 선장의 얘기가 훨씬 전달이 잘되고 흥미로웠다. 발성이 선천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 준비 많이 해온 가이드의 다양한 얘기들이 선장의 한두 에피소드에 묻힌다. Colter bay는, 디즈니가 개척의 나라 시리즈로 만든 여러 서부영화의 주인공에선 누락되었으나 다니엘분이라던가 버팔로빌 등의 영웅들보다 훨씬 훌륭한 개척자라고 이곳 사람들이 굳게 믿는 John Colter에서
Day-10, 사랑은 움직이는 것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탁실로 향했다. 이 캠프장은 호텔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널찍하고 깔끔한 세탁실에 신형 세탁기가 많이 구비되어 있다. 세탁실과 같은 건물에 있는 샤워 시설도 관리인들이 항시 대기하고 계속 청소해서 늘 청결하고 널찍하다. 샤워하는 동안 여행 중에 쌓인 세탁물을 상큼하게 정리하고 나니 비가 올 듯 말 듯 하다. Visitor center에서 본 정보에 의하면, 비 오는 날엔 Jackson lake lodge에 가서 놀면 된다고 쓰여 있는 게 기억나서 그리로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가는길에 짧은 하이킹 코스로 가장 인기있다는 Targat lake trail 코스를 살펴보자며 트레일 시작점에 들러봤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해가 날 듯 하고 비도 그치는 듯 하여, 짧고 쉽다는 3마일짜리 Targat lake trail을 아침 운동 삼아서 걷기로 하고 입구의 지도를 확인했다. 그런데 5.9마일짜리 trail을 하면, 다녀온 청년들이 아름답다고 하던 두 개의 호수와 시냇물을 볼 수 있다는 걸 발견하자, 예정은 이게 아니었는데 이걸로 가자는 충동구매형 결정을 내렸다. 시간으로 봐서 점심도 필요하고 비라도 오면 돌아오는
Day-8, 티탄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 'Inspiration point' 티탄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 중에서도 꼭짓점은 Inspiration point라고 불리는 조망지점이다. 캠프에서 만난 청년이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디즈니랜드처럼 바글거린다고 알려주어 일찍 출발했다. 제니 호수 건너편으로 가기 위하여, 어제는 발품으로 간 길을 오늘은 배로 건너니 순식간이다. 오늘의 목적지까지는 호수 건너편 선착장에서 1.2마일(2km) 떨어진 곳이라고 하여 30분 정도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길이 가팔라서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오르는 길목 그늘마다 가다가 쉬고 있는 관광객들이 자리하고 있다. 목적지에 가까워져 오는 지점에서 부모와 아들, 그리고 할아버지로 구성된듯한 한 가족을 만났다. 앞을 보지 못하는 10대 후반 정도의 손주가 할아버지 바로 뒤에서 할아버지의 한쪽 어깨에 자기 손을 얹고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지형물을 설명하며 친절히 천천히 걷는다. 여기서 나는, inspiration point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미 충분히 inspire(감동) 되고 있다고 느낀다. 가족의 의미, 인내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in spite of...), 포
▲티탄으로 가는 길에 성채처럼 솟아있는 자연의 위용. Day-6, Keep Wyoming Wild 지금도 여전히 서부시대로 살아가는 와이오밍주 Riverton의 숙소를 아침 8시에 출발, 세 시간 가까이 계속되는 scenic drive를 달려 Grand Teton으로 향한다. 사람이 사는 흔적이 드문 아름다운 황무지가 펼쳐지자, 여기까지 달려온 보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고속도로에서도 가끔 보이던 캐슬이 떠오르면서, 자연이 세운 아름다운 성채 같은 풍경들을 감상한다. 니들이 castle이 뭔지 알어? 라고 인간에게 말하고 있는 듯, 우뚝 솟아있는 자연의 건축물이 장대하고 아름답다. 먼지 속에서 죽을 고생 하며 서부로 가던 개척자들은 이 경치가 아름답다기보다 넘어야 할 고난과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거라고 상상해본다. 2시간쯤 달리니 Duboise라는 이름의, 서부영화 세트장 같은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인구 900여 명 사는 이마을의 원래 이름은 건조하고 시원한 날씨로 인해 오랜 세월동안 Never sweat(땀이 안 나는 마을)이라고 불렸다. 우체국이 세워지며, 그 이름은 도저히 안 되겠다 하여 그 당시 아이오와 상원의원을 지낸 프랑스계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사람인 워렌 버핏이 사는 집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그의 집은 너무나 소박해서 유명하다. Day-4, 나의 버전으로 "Nebraska" 영화를 찍다. 오늘은 7시간 동안 네브래스카 땅만 달렸다. 7시간 달려야 겨우 횡단하는 넓은 땅에, 인구 180만 명이 사니까 인구밀도 희박함이 에베레스트 산소 수준 동네다. Nebraska는 인디언 언어로, 평평한 물, Omaha는 절벽 위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부족의 이름이라고 한다. 작년에 너무 재미있게 본 영화, Nebraska를 생각나게 하는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오늘은 내 버전으로, 영화 Nebraska를 머릿속으로 찍었다. 이 주에서 가장 큰 도시 Omaha에서 유숙한 호텔을 나서는데, 아침부터 90도 찍고도 사정없이 올라가는 불볕더위다. 짐 가지고 먼저 내려간 남편이, 왜 안 내려오나 하고 기다릴 것 같아서 샴푸 한 머리가 젖은 채로 로비로 내려오니 호텔 정문 앞 명당에 주차해놨던, 꽃바구니 머리에 인 우리 차가 안 보인다. 효율적으로 시간 쓰려고 혼자 주유소에 갔나 하며, 젖은 머리를 더운 바깥 공기로 말리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주유소
D-day, 7월 9일 2015년, 펜실베니아 D-day는 군사용어로 작전 결행의 날이다. 역사적으로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가장 센 유명세를 가진 D-day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도 작전을 결행하고 드디어 긴 여정을 나섰다. 거의 두 달간의 여행을 위해 의식주와 오락거리까지 계획하고 준비해 나가는 과정도 군사 작전급이었다. 막상 워싱턴DC의 집을 떠나 북으로 운전하며 자동차 dash board에서 좔좔 하강 중인 바깥 기온을 보니 성공리에 진행 중인 작전인 것 같았다. 우리 동네는 오늘 90도라고 기상예보에서 들었는데, 오늘 숙박할 오하이오 털리도는 67도였다. 무려 450마일, 7시간을 달렸다. Maryland, Pennsylvania, Ohio로 달리는 동안은 주위에는 푸른 초장과 Alleghany mountain 푸른 숲만 내내 이어졌다. 고속도로변 휴게소에서 맥반석 오징어, 닭꼬치, 비빔 국시를 먹어줬음 좋았겠지만, 허접한 햄버거로 허기를 때우고 숙소에 도착하여 집에서 챙겨온 밑반찬에 누룽지를 전자 오븐에 끓여 먹으니 너무 행복하다. 제주도에서 친구가 가져다준 김자반, 내 텃밭에서 따온 풋고추, 볶은 고추장, 오이, 아보카도, 멸치볶음 등등.
최근 한국도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 단계로 격상됐다. 올해 초 전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 첫 감염자 발생 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12월 7일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전세계에서 무려 6천6백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가 간의 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도 힘들다.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녔던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여행 관련 산업은 거의 모두 부도 일보 직전까지 갔다. 필자 김은성은 5년 전 2015년 7월 미대륙 자동차 횡단 여행을 떠났고 7주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꿈꾸는 '미대륙 횡단여행'. 포천좋은신문은 오늘부터 약 10회에 걸쳐 김은성의 '미대륙 횡단 자동차 여행기'를 싣는다. 상상에서나마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이라도 주고 싶은 것이 이 글을 연재하는 이유의 하나다. [편집자 주] ▲필자가 워싱턴DC를 출발해 7주만에 '미대륙 횡단 자동차 여행'을 다녀온 경로를 지도에 표시해 보았다. 여행 전문가들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들로 세계의 여러 명승지를 들면서, '미국 자동차 여행'을 그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