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완 칼럼]

사람 키우는 일에 '예산 타령' 하지 마라

본지 에디터 · 국장

 

무대는 관객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관객이 대회 참가자밖에 없는 공연이라 하더라도, 심지어 객석이 텅비어 있다하더라도, 사람을 키우는 일에 사용된 비용이라면 결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 키우는 일에는 '예산타령' 하는 거 아니다.

 

 

기자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모교에는 합창부가 따로 없었다. 어느 날 음악 선생님은 부산시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고등학교 합창 대회를 나가기 위해 임시 합창단을 모집했고 기자도 지원했다. 악보도 읽을 줄 모르던 음악 문외한이 대회, 즉 무대를 위해 두 달 정도 힘들게 연습했다. 결과는 당연히 입상하지 못했다. 원래부터 합창부가 있던 쟁쟁한 학교들을 두 달 전 급조된 합창부가 이길 수는 없었다. 

 

대회 장소는 부산의 다른 명문 고등학교 강당이었고, 관객은 참가한 다른 학교 합창단 20팀이 전부였다. 입상하지 못했으니 두 달을 허비하고 낭비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때 익혔던 가곡 두 곡, '그리운 금강산'과 '아리랑'은 지금도 악보 없이 알토 파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수 있다. 함께했던 합창부 친구 중에는 늦게나마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성악을 전공해서 서울대 음대에 진학한 친구도 있다.

 

지금도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그때의 음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결과보다는 과정을 통해 사람이 성장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려고 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그때의 선생님보다 나이가 많이 들고야 깨닫게 된다.

 

 지난 5월 18일 신읍동 구절초 길에서 포천예총이 주최하는 '포천 거리 아트 페스티벌'이 열렸다. 공식 행사가 시작되는 오후 2시 이전부터 행사가 끝나는 9시 정도까지 밥 먹을 시간만 제외하고 모두 그 자리에 있었다. 프로그램에 나와 있는 행사는 오후 2시부터였지만, 오전 11시부터 일부 체험 부스와 전시는 시작되었고, 무대에서는 학생들과 주민센터 회원들의 공식 프로그램에 넣지 못한 공연이 개최되었다. 물론 이 시간에 관객석은 당연히 비어 있었다. 공연을 관람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공식 프로그램에 있지 않으니 일부러 관람하러 오는 사람도 없을 것이었다. 

 

기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이때의 빈 관객석을 누군가 찍어서 SNS에 "포천 거리 아트 페스티벌 썰렁하네"라는 문구와 함께 올려놓았는데, 그 밑에 또 다른 이가 "예산 낭비"라고 써 놓은 댓글을 보고 분노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페스티벌도 행사가 너무 많다는 건의에 따라, '풍년놀이 대잔치'와 '포천시민합창제' 그리고 '포천팝스오케스트라 정기공연'까지 더해 4개 행사를 한 번에 치른 행사였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성장하는 계기가 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습을 해야 하고 연습을 하게 하는 동기는 일종의 내보이기, 즉 무대이다. 대학을 졸업할 때, 일반 학생들은 자기 배운 것을 정리하기 위해 졸업 논문을 쓰게 된다. 음악을 하는 친구들은 졸업 공연을 하게되고, 미술 계통 친구들은 졸업 전시회를 한다. 그들은 그 논문과 공연과 전시회 준비를 최단 6개월, 최장 1년을 준비한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무대가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무대를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최소한 한 급 이상의 차이가 난다. 특히 예술하는 사람에게 무대는 알파와 오메가이고, 시작과 끝이다. 프로 예술가이든 아마추어 예술가이든 그들은 무대에 오르기 전에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 부단한 연습을 한다. 이 연습들이 사람을 키우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초대가수들과 포천오케스트라 등을 제외한 공연팀들은 프로가 아니다. 아마추어 공연팀들을 나열해 보면, 직장인밴드 '포츈' 밴드, 포천사랑 실버 하모니카 악단, 아땅새7080밴드, 헤세드합창단, YJ코러스, 쿨콰이어, 포천예술대학합창단, 행복을 주는 합창단, 포천노인복지관 농악단, 포천만월사물놀이, 포천일고등학교 민속반 등이 있다. 이들이 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지를 상상하면서 그들의 연습과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무대는 관객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처음 예로들었던 합창대회처럼 관객이 대회 참가자밖에 없는 공연이라 하더라도, 심지어 객석이 텅비어 있다하더라도, 그 무대에 들어간 비용은 낭비된 것이 아니다. 무대에 오른 공연자를 성장시키기 위해 제대로 사용된 것이다. 

 

기자는 사람을 키우는 일에 낭비된 비용이라면 결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 키우는 일에는 '예산타령' 하는 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