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 전 대통령에 의해 뜬금없이 비상 계엄이 선포되었던 지난해 12월 3일 밤과 4일 새벽 사이에 텔레비젼에서는 거의 모든 방송이 국회의 비상계엄해제결의안이 의결되는 과정을 생방송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자가 아주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 있었다.
국회의원석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과반수가 거의 다 찼으니, 빨리 의결합시다" 그러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렇게 답했다. "아직 안건이 올라오지 않았다. 이런 일은 과정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던 결정문에도 다섯가지 쟁점 중 앞의 두 가지는 탄핵 소추의 과정이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었다. 남은 셋 중 하나도 계엄 선포의 과정이 적법한 것인지의 판단이었다.
대한민국에서 행사되는 권력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돈이 쓰여지는 일의 결정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력 즉 사람이 일하는 것에 대한 결정이다. 이 두 가지는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 과정이 적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2일까지 9일간 제185회 포천시의회 임시회가 열렸다. 이번 임시회에서의 주요 일정은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장장 6일간 진행되었던 포천시 추가 경정예산을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안애경)였다. 포천시가 약 1,300여억원에 달하는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하기 위해 일반회계로 전출하여 사용하는 일을 심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자는 그 전날인 3월 26일 열린 조례등심사특별위원회(위원장 안애경)를 주목하고 싶다. 이날 접수된 안건은 총 36건이었다. 이 중 조례안이 21건인데 이 중 의원발의가 3건이고, 포천시장(이하 집행부)이 제출한 조례안이 18건이었다.
기자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집행부에서 제출한 조례안 18건 중 시의원들에 의해 수정 의결된 조례가 8건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비율로 따지면 약 44.4%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난 의회의 경향을 보면 한 회기에 수정 의결된 안건이 20건 중 하나 또는 40건 중 한 둘 정도였다. 대략 5% 정도의 비율로 수정 의결되었다. 이 정도면 사람이 누구나 하는 실수로 받아들여도 좋은 비율이다. 하지만 18건 중에 8건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무려 44.4%의 비율이다.
이 정도의 비율은 수학적, 통계적으로도 결코 실수라 할 수 없다.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기자가 볼 때 이 정도면 둘 중 하나이다. 조례를 만드는 실무자가 실력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기강이 해이해진 것이다.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시장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교육을 마련해야하고, 기강이 해이해졌다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 시에 최근 이런 저런 일이 많아서 많이 바쁘고, 힘들었음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집행부에서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하는 일의 의미는 '이제 우리 시에서 이러 저러한 일을 요모 조모한 규모의 비용을 들여 일을 하겠으니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그 법적 근거를 만들어 오는 일이다.
즉 시의 권력이 행사되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그 과정과 절차 그리고 법안의 요건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정 의결된 8건의 조례들을 자세히 들여다 본 결과, 포천시의회에서 검토한 후에 수정할 조항에 대해 포천시의회 전문위원의 입에서 나온 주요한 발언은 "법안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이다.
즉, 집행부에서 제출한 조례안 중 8건이 법안의 요건을 갖추기에 부족했다는 의미이다.
만약, 이런 조례들이 수정없이 통과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조례로 인해 권력이 행사되었는데, 이 권력 행사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 변호사로부터 이 조례가 '법안의 요건'을 갖추기 부족하다는 조언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이 조례가 무효라고 소송을 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소송이 생기면, 승소하던 패소하던 포천시로서는 톡톡히 망신을 당하는 것이다.
포천시 집행부에서 조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이 조례가 '포천시장'의 이름으로 포천시의회에 제출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기 바란다.
18건 중 8건의 수정 의결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