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완 칼럼]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도 아픕니다

 

'트라우마'라는 말이 있다. 요즘은 대체로 심리적 상처나 아픔을 겪는 것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으나, 원뜻은 그냥 상처라는 뜻이다. 라틴어와 그리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고, 몸에 입은 상처이든 마음에 입은 상처이든 '트라우마'라고 불린다. 

 

성경에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손과 발 그리고 로마군인에게 창으로 찔린 자리 등을 표현할 때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쓰였다.

 

상처라는 말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그것이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즉 아프다는 것이다. 사람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좋은 의미일 수도 있고, 나쁜 의미일 수도 있다. 좋은 의미로는 여기가 아프니 빨리 치료를 하도록 하라는 몸의 신호이기 때문이고, 나쁜 의미로는 말 그대로 아프기 때문이다.

 

백 시장은 민선8기 공약으로 치매안심병원의 건립을 약속했다. 즉,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로 치매안심병원을 약속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나라와 포천시의 보건 정책을 살펴보면 치매 어르신에 대해 도움을 주는 정책이 의외로 많다. 이 정책들은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는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는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 즉 물질적 어려움만 겪는 것이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그 말 뜻 그대로 생활 속에서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있다.

 

기자는 지난 해에 치매를 앓던 장모를 여윈 경험이 있다. 함께 모시던 순간 순간 자신의 딸인 아내의 이름을 잊고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때 마다 아내는 "나 △△ 아니다. ◇◇ 다"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분명히 아팠을 것이다.

 

본인의 거동이 자유로우신 어르신이 잠깐 혼자 나갔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파출소 등에서 찾을 수는 있겠지만 그 동안 가족은 지옥을 맛보는 심정일 것이다. 

 

제일 힘들 때는 혹시 혼자서 뒷처리를 못하시거나, 오물에 대한 분별이 없어지셔서, 중증으로 가신 어르신들을 모시는 가족들일 것이다. 그들의 마음다침이야말로 커다란 '트라우마'가 될 것이다.

 

물론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사람을 가족으로 둔 집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런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런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겪는 아픔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보살피는 서비스가 많이 필요할 것이다.

 

거기에 아울러 기자의 주위에 치매를 앓으시는 부모님을 모시는 분들이 눈에 많이 밟혀, 그들의 마음을 보살펴주는 서비스도 시가 해줄 수 있다면 내가 살고 있는 포천시가 더 건강해 질 것이라는 생각에 제안해 본다.

 

포천시는 치매 어르신 뿐만 아니라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의 마음 상처에 대해서도 조금 더 신경 써 서 주기를 바란다. 그들도 마음을 다쳐 아프다고 말하는 환자이다.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