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완 칼럼]

사람을 '수'로 여기지 않는 것이 인문 도시의 시작이다

백영현 시장이 민선8기 포천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시의 표어는 '더 큰 포천, 더 큰 행복'으로 바뀌었다. 더 큰 포천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더 큰 행복을 안겨주겠다는 뜻으로 알아들을 수 있다.

 

그 표어보다 포천시에 더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인문도시'라는 말이다. 

 

특히 백 시장 본인은 스스로를 "이과생이어서 인문과 예술 등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해서 정책을 만들겠다"는 말을 자주 해서 그의 '인문도시'에 대한 진정성에 확신이 들게 한다.

 

하지만, 어떤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한 격려사의 문구에 '인적 자원(Human Resouces)'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을 들은 적이 있어서 몹시 마음에 걸렸다. 

 

인적 자원이라는 말은 사람을 사용하고 이용하여야 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이 용어가 이용되는 곳은 실제로 경영학이나 통계학에서 사람을 완벽히 하나의 수로 보고, 그 수로서의 가치를 이용할 때 사용되는 용어이다.

 

행정을 할 때에도 비용 등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수로 보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정말로 꼭 필요한 경우이니 시비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인재'라는 인문학적 단어를 두고 '인적 자원'이라는 단어가 선택된 것을 두고 오랫동안 마음이 아팠다.

 

백 시장이 말하는 '인문도시'라는 것은 '인문'적 교양이 넘치는 사람이 사는 '도시'라는 정도로 해석하면 정확할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인문' 또는 '인문학'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이 이과적 감성이 철철 넘치는 대한민국에서 도대체 포천시가 지향해야 할 인문적 가치는 무엇인가? 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인문'이라는 말의 사전적인 뜻은 '사람에 대한 학문' 또는 사람에 대하여 연구하는 학문' 정도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사람이 도구가 아니라 주인공인 학문이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너무 중요해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 '철학'이고, 사람이 너무 소중해서 그들이 사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싶다는 학문이 '문학'이고, 사람이 너무 귀해서 그들의 몸짓과 소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예술'이 될 것이며, 사람의 사는 이야기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고 싶다면 '역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옛 시대의 통치자들에게 '인문학'은 '제왕학'이었다. 알렉산더의 스승은 아리스토텔레스였으며, 조선 시대 최고의 유학자들은 세자의 스승들이었다.

 

그래서 백 시장의 '인문도시'에 대한 꿈은 옳다. 하지만 그 가운데 쓰인 '인적 자원'이라는 단어는 더 아프게 다가온다.

 

'사람을 수로 보지 않고, 그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야 말로 인문학을 시작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