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떴다방 선거꾼'을 지탄한다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선거철만 되면 불나방처럼 등장하는 '떴다방 선거꾼'. 오늘은 이 후보에서 내일은 저 후보로 수시로 옮겨다니며 지지 후보를 바꾼다. 심지어는 지지하는 당이 같은 당이 아니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처럼 지지 후보를 쉽게 바꾸고 수시로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 바로 '떴다방 선거꾼'들이다. 

 

'떴다방'이란 쉽게 말해 이동식 중개업소를 이야기한다. 소위 돈이 되는 아파트 청약 현장에서 천막이나 파라솔, 심지어 컨테이너까지 설치하고 영업하는 복덕방이다. 이들은 아파트 분양권을 사들인 다음, 다른 사람에게 프리미엄이라는 웃돈을 얹어서 팔아넘겨 중간 차액을 챙기는 부동산 업자들이다. 일정한 장소에서 영업하는 것이 아니고 이리저리 쉽게 옮겨갈 수 있다고 '떴다'라는 단어와 복덕방의 '방' 자를 합쳐서 '떴다방'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이런 '떴다방'은 대부분 불법이다.

 

마찬가지로 선거판에도 '떴다방'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떴다방'으로 불리는 선거꾼들은 선거철만 되면 어디에 숨어있다가 나타나는지 불빛을 찾아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우후죽순처럼 등장한다. 이들은 한 후보만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가 불출마 선언이라도 하거나 경선에서 탈락하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후보로 옮겨간다. 심지어는 지지하는 당이 같은 당이 아니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지지 후보를 쉽게 바꾸고 수시로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 바로 '떴다방 선거꾼'이다. 

 

선거가 일상화되면서 서울은 물론 지방에도 전문가 이상으로 선거판을 좌지우지하는 선거꾼이 생겨났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선거판을 짜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전면에 나서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는 실세들도 있다. 이들은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전리품을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선거운동에 매진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선거판에 뛰어드는 것이다.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포천·가평 지역에서도 어김없이 '떴다방 선거꾼'이 대거 등장했다. 특이한 것은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또 불과 4년 전 국회의원 선거 때 보던 얼굴들도 각 선거 캠프에 가면 대부분 볼 수 있다. 그런데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얼굴이 매번 똑같은 것이 신기할 정도다. 다만 지지하는 후보만 바뀌었다. 심지어 후보만 바뀐 것이 아니라 당마저도 바뀐 사람도 부지기수다. 

 

박윤국 후보 한 사람만 나온 더불어민주당보다는 무려 일곱 명이 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선거 캠프를 가보면 '떴다방'들의 얼굴이 더욱 자주 바뀐다. 오늘은 이 캠프에서 보였는데 며칠 후면 다른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일곱 명 후보 가운데 불출마 선언을 하며 가장 먼저 후보 사퇴를 한 최춘식 의원 사무실에는 바로 전날까지 '떴다방 선거꾼'들의 얼굴이 수시로 보였다. 이들 가운데는 4년 전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민주당에서 선거 책임자로 있었던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최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하루아침에 모두 사라졌다. 

 

6자 경선에서 컷오프된 안재웅 후보는 3월 12일 권신일 후보 지지 선언했다. 이어 14일 권신일 후보와 김용태 후보 두 명이 최종 결선 진출자로 발표되자, 1년 반 전 시의원 공천에 탈락해 국힘을 탈퇴했던 임종훈 의원이 권신일 후보 지지와 국힘 재입당 의사를 밝혔다. 허청회와 김용호 후보는 김용태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가평의 3선 군수를 지낸 김성기 후보는 15일 '권신일 후보를 지지했다, 아니다. 지지한 적 없다'로 설왕설래했는데, 결론적으로 김성기 캠프는 최종 공천자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고 정리했다. 

 

14일 국힘 최종 경선이 권신일과 김용태 두 후보로 발표된 3시 이후부터 이날 밤 자정까지 '떴다방' 선거꾼들의 선거캠프 이동이 모세의 이집트 탈출기인 출애굽 이동처럼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어떤 이는 최춘식 캠프에서 김용태 캠프로, 또 다른 이는 권신일 캠프로 옮겨갔다. 이들 중에는 자신이 옮겨간 캠프의 후보를 심하게 비방하던 이들도 있었다. '떴다방'들은 또 최종 공천자가 된 김용태 후보 캠프로 우르르 옮겨가 '콩 놔라, 팥 놔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때문에 젊고 나이 어린 후보는 선대위 구성도 미루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가 불출마하거나 컷오프되어 경선 탈락하면 조용히 있다가 투표로 그 당을 지지하면 될 것을, 자신이 비방하던 후보 캠프에까지 옮겨가는 것은 보기가 흉하다"며 며칠 새 이리저리 캠프를 옮겨다니는 '떴다방 선거꾼'들을 비난했다.

 

선거판 '떴다방'은 부동산 '떴다방'처럼 법적으로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선거를 혼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양심마저 기만하는 낯 뜨거운 행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포천시민들의 보이지 않는 지탄을 받아 마땅한 '떴다방 선거꾼'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포탄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시민들이 손가락으로 지적받는 지탄(指彈)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