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귤이 탱자가 되다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귤화위지(橘化爲枳)는 ‘귤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사람이 환경에 따라 선하게도 악하게도 됨을 일컫는 고사다. 자신이 탱자가 되어버린 귤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정치인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 있는 국민들만 불쌍할 뿐이다.

 

안영(晏嬰)은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명재상이었다. 세 명의 왕을 모신 재상이었지만 평생 검소하고 몸가짐을 조심했다. 재상에 된 뒤에도 고기반찬을 올리지 않았고, 아내에게도 비단옷을 입히지 않았다. 달변이고 임기응변이 뛰어났지만, 조정에서도 항상 품행을 삼갔다. 다만 그의 체구는 작고 볼품없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어느 해 안영이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안영이 비상한 인물이라는 소문을 듣고 있던 초나라 영왕(靈王)은 그를 시험해 볼 요량으로 안영에게 물었다. "제나라에는 인재가 별로 없는 모양이지요. 당신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내는 걸 보면." 안영의 보잘것없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비웃는 말이었다. 그러나 안영은 짐짓 태연하게 대답했다. "우리 제나라에는 한 가지 원칙을 세워두고 있소이다.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는 것이지요. 저는 작은 사람 중에서도 가장 작기 때문에 이렇게 초나라에 오게 된 것 아니겠습니까."

 

안영의 능수능란한 언변에 영왕은 기가 꺾였다. 마침, 그 앞에 포졸이 죄수를 끌고 지나갔다. 영왕이 포졸에게 물었다. "그 죄수는 어느 나라 사람인고?“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한 죄인입니다." 포졸의 대답을 듣고 초왕(楚王)이 안영에게 물었다. "제나라 사람은 원래 남의 물건을 잘 훔칩니까?" 안영이 태연히 답했다. "회남(淮南)쪽의 귤을 회북(淮北) 땅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어버립니다(南橘北枳). 제나라 사람은 도둑질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라는데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한 것을 보면 초나라 풍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생 귤(橘)은 중국 회수 이남에서만 난다. 회수의 남쪽인 회남의 귤나무를 회수의 북쪽인 회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나무(枳)로 변해버린다는 것. 사람은 사는 곳이 바뀌거나 처지가 달라지면 환경에 따라 착하게도 되고 악하게도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즉 사람의 기질도 변할 수 있다는 뜻인데, 강남종귤 강북위지(江南種橘 江北爲枳)에서 비롯된 말이다. 

 

결국 안영의 기지와 태연함, 대범한 모습에 초왕은 사과하고, 크게 잔치를 벌여 안영을 환대하는 한편 다시는 제나라를 넘볼 생각을 못 했다고 전해진다. 귤화위지(橘化爲枳)는 ‘귤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사람이 환경에 따라 선하게도 악하게도 됨을 일컫는 고사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계엄과 탄핵 사태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권과 국민이 절반으로 분열되어 이전투구처럼 하는 모습에 국민들의 실망은 크다. 이번 사태를 치르다 보니 나라의 근간을 지켜야 할 헌법이나 헌재, 군인과 경찰과 검찰, 그리고 공수처는 물론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모든 정치인이 모두 엉망진창이다.

 

그중에서도 오직 자신만이 나라를 위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가장 꼴사납다. 안영처럼 애국심도 비상하지도 않은 이들에게, 자신이 탱자가 되어버린 귤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 있는 국민들만 불쌍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