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약칭으로 '유퀴즈'라고 부르는 TvN 프로그램이 있다. 정식 명칭은 '유퀴즈 온 더 블럭!'인데, 방송사에 따르면 '뉴키즈 온 더 블럭'이라는 미국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패러디 한 것이라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 씨와 조세호 씨가 진행을 하는 일종의 토크쇼이다. 스튜디오에 유명인을 초대해서 일상의 이야기들이 포함된 인터뷰를 하다가 끝날 때 쯤, "유퀴즈?"라면서 퀴즈를 낸다. 이를 출연자가 응하면 퀴즈를 내고 맞히면 백만원의 상금을 즉석에서 지급하는 형식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대단한 성적을 낸 운동선수, 컴백을 앞두고 앨범을 낸 아이돌, 새로운 작품을 들고 온 감독, 배우 등의 셀럽들이 초대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원래 초창기에는 이런 포맷이 아니었다.
유재석 씨와 조세호 씨가 거리를 다니다가 만나게 되는 시민과 인터뷰하고, 퀴즈를 푸는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초창기의 프로그램 중 8년이 지난 요즘도 알고리즘을 타고 숏폼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한 장면이 있다.
지나가던 초등학생 두 사람을 불러 인터뷰하던 유재석 씨가 "잔소리와 조언 중 뭐가 더 기분이 나빠요?"라고 묻자 한 학생이 "잔소리는 은근히 기분 나쁘지만,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라는 대답을 한 장면이다. 초등학생의 대답으로는 차고 넘치게 영감이 넘치는 답변이다.
이 장면에 나온 세 단어, '잔소리'와 '조언' 그리고 '충고'에 대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잔소리'는 '필요 없이 듣기 싫게 늘어놓는 말'이라는 뜻이고, '충고'는 '남의 잘못을 충심으로 타이르다'이며, '조언'은 '도움이 되도록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 주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말의 뉘앙스를 살펴보면 '조언'은 중립적이고, '충고'는 말하는 사람의 입장, '잔소리'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의 기분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리하자면, 말하는 사람은 '조언'을 '충고'라면서 했는데, 듣는 사람은 '잔소리'로 여기고 기분이 나빠진다는 뜻이 될 것이다.
유명 강사의 강의 동영상이나, 심리 또는 관계 전문가들의 책들을 보면 "상대방에게 조언이나 충고 등을 하지 말아라. 그 사람은 당신의 충고를 듣고도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사람의 기분만 나빠지고, 그 사람과의 사이가 멀어진다"라는 내용이 상당히 자주 나온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조언과 충고를 들으면 '왜 잔소리로 여기고 기분이 나빠지는 것인지에 대해 꽤 오랫동안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기자에게도 이런 저런 이유로 충고와 조언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어떤 경우에는 기분이 상해서 불쾌한 느낌이 오래 가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말하는 사람과 내가 처한 환경에서 '서로 친하냐? 그렇지 않느냐?' 또는 '그의 말이 믿을 만하냐? 아니냐?' 또는 '그의 의도가 진정 도움을 주려 하는 것이냐? 아니면 나를 싫어해서 비꼬는 것이냐?' 또는 '그가 그런 말을 할 사회적 위치와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양한 감정과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충고 또는 조언의 말을 듣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경우도 분명히 있었기에 어떤 경우에 그런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상대방의 의도가 좋은 경우 또는 그가 내게 진정 애정을 가지고 하는 말인 경우에라도 이성은 '옳다'라고 응답하고 있었지만, 감정은 '기분 나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충고와 조언을 할 때, 이성과 감성이 모두 '옳다'라고 응답한 경우는 언제인가? 그것은 그 충고와 조언을 따라 행동을 고쳐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였다. 마음을 먹었기에 그 행동을 고치려 했지만 잘 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 어김없이 비슷한 조언이 따라왔다. 하지만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포천좋은신문은 사설을 통해 지역 지도자들에게 끊임없이 충고와 조언을 쏟아낸다. 그 당사자들은 '옳은 말'이라고는 하면서 '기분 나쁘다'는 표현들을 여러 경로로 보내오고 있다. 즉 그들에게는 잔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그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듣고 행위와 행동을 바꾸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행동을 바꾸려고 마음먹는 순간 충고가 더 이상 잔소리가 아니게 될 것이다.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