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세상 처음 겪는 일들' 속 포천인으로 살아가기 2

권신일 전 코레일관광개발 대표

 

포천의 인구 상황은 위기다. 20여 년 전 같은 15만 명으로 출발한 양주시는 2024년 말 기준 약 29만 명으로 거의 두 배로 늘어난 반면, 포천은 14만 1천여 명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다. 시가 중점을 두는 드론 산업도 대한민국 1등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관광산업은 올해도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100선’에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세상 처음 겪는 일들 속 대한민국인, 포천인으로 살아가기'를 두 번으로 나눠 정리한 것은 국가적인 어려움 속 포천시의 현실은 더욱 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국 240여 개 지자체가 인구, 특장점, 이미지 세 분야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데 첫째, 인구 상황은 두 배로 위험하다. 대한민국 전체가 줄어드는 상황에 포천시는, 인근 도시들이 급속히 성장하며 유출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로 2003년 양주와 함께 시 승격이 될 당시 인구는 둘 다 비슷한 약 15만 명이었다. 그러나 양주는 2024년 말 기준 약 29만 명, 거의 두 배로 늘어났고 포천은 14.1천여 명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가 이어졌다. 올해 안에 14만 명 선이 깨질 수 있다. 양주 뿐만 아니라 남양주, 의정부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둘째 먹고사는 문제인 지역경쟁력은 더 절박하다. 시가 중점을 두는 드론 산업, 관광, 농식품산업 등이 대한민국 1등 경쟁력을 보여주지는 의문이다. 드론 생태계 조성은 2024 카덱스(KADEX) 방산전시회에서 현실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굴지의 방산업체들은 포천시의 테스트장 등 규제 문제점을 지적하며 꺼려했다. 그사이 논산, 창원 등이 부스에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관광산업은 올해도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100선’에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식품, 가구 등 주력 산업들 역시 대한민국 1등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포천 시내 한 금융기관은 VIP 고객사은품 현수막에 버젓이 철원오대미를 광고했다.

 

셋째, 도시이미지가 모호하다. 이미지가 중요한 것은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세상 처음 겪는 일들이 많을수록 1등 이미지에 투자, 방문, 지원이 몰리기 때문이다. 작년 포천미래포럼 발표를 위한 국민여론조사에서 포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1위는 안타깝게도 ‘군부대, 전방’이었다.

 

누구의 책임이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책임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 사업의 주인공 노관규 순천시장의 ‘삼합론’에 따르면 지난 22여 년간의 리더, 공직자, 시민에게 있다. 따라서 해법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격언처럼 삼합이 함께 힘을 키워야 한다. 방향은 대한민국 최고의 경쟁력을 만들어 사람과 기업을 모이게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인구문제 해법 중 하나는 ‘내 물건 내가 안사면 남도 안산다’이다. 예컨대, 시공무원 상당수가 인근 도시에 거주한다는 이야기는 뼈아프다. 삼성이나 애플처럼 열린 글로벌기업조차 직원들의 경쟁사 제품 사용을 금한다. 협력사 직원조차 무심코 경쟁사 제품을 쓰다가 한 소리 듣는다. 포천시 세일즈 일선에 있는 직원이 교육, 문화 등의 이유로 밖에 산다면 누가 오려할까? 공무원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포천인이 포천시 1호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도시경쟁력을 위해 안팎의 모든 자원을 가용해야 한다. 포천시 혼자 풀어내는 것은, 이미 240여 지자체들도 치열하게 노력하는 만큼, 한계가 크다. 일례로 GTX 유치위가 성공하려면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을 결정하는 국토부,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학회의 전현직 영향력자들을 더 많이 영입해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 국내외에 ‘긍정적인 포천 이미지’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군부대전방’ 이미지 보다 ‘인문도시’ 포천의 방향은 인문학에 대한 시대적인 관심처럼 바람직하다. 다만 더 많은 국내외의 참여가 중요하다. 스위스 다보스 인구는 1만 명 정도지만 연간 수백만 명이 방문하고 유수의 기업들 연구소가 위치한다. 글로벌 다보스포럼이 도시경쟁력과 이미지 향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순천시는 드물게도 인구가 늘고 있는 도시이다. 국제정원박람회를 활용해 국내외에 도시경쟁력을 알리며 쾌적한 생태도시 이미지를 얻었다. 큰 기업들의 투자까지 이어졌다. 논산시는 드론 산업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며 올해 드론 및 AI 융합 산업 육성을 위한 국제 학술 세미나 개최한다. 안동시는 국제탈춤페스티벌로 고유한 매력과 방문객을 늘렸다.

 

끝으로 인문도시 등 어떤 분야든 세계적인 이미지를 통해 인구와 산업 정책을 뒷받침하자. 인문도시라면 책읽기 좋은 포천시의 쾌적한 자연환경과 학습 환경, 글로벌 학술축제 등이 국내외에 돋보여야 한다. 교육부나 문화관광부가 특히 반가워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기초단체들의 고만고만한 사업지원 선택에 고민이 크기 때문이다. 전한길 일타강사의 ‘미친 자가 성공한다’는 외침이 오래전부터 정치적인 차원을 넘어 호응을 얻고 있다. 근소한 실력 차이지만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은 공무원 시험 수강생들이 증언이다. 다들 열심히 하는 만큼 그냥 열심히 하면 현상 유지도 할 수 없다.

 

경상도, 전라도에서 포천시가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며, 성공비결 특강요청이 들어올 정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천천히 달궈지는 냄비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던 개구리 우화가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