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배신의 정치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무소속이었던 임종훈은 이번 국회의원 선거 막바지에 당시 유력 후보였던 권신일 후보를 지지했다. 불과 며칠 후 김용태 후보가 공천되자 그는 부랴부랴 선거 캠프로 옮겼다. 며칠 사이에 이쪽저쪽으로 선거 캠프를 옮겨 다니는 모습에 시민들은 혀를 찼다.

 

 

요즘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배신의 정치'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에서 당대표 출마한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가 한동훈 후보를 향해 일제히 '배신의 정치'라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한 후보가 '채상병 특검'을 수용하며 자신을 정치 무대로 이끌어 준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주장이다.

 

지금부터 10년 전에도 '배신의 정치'라는 말이 회자했던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선출직에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께서 심판해 주셔야 한다"고 작심 발언해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박근혜의 '배신의 정치'라는 말은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었다. 대통령이 여당의 원내 사령탑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은 정치사에서 드문 일로 그 파장은 컸다. 압박을 견디지 못한 유 원내대표는 한 달도 못 버티고 결국 7월 8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배신자로는 예수를 은화 30냥에 팔아먹은 제자 가롯 유다를 꼽는다. 유다는 예수를 체포하러 온 사람들에게 예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그 유명한 '유다의 입맞춤'(The Kiss of Judas)을 한다.

 

로마 황제 시저를 암살한 양아들 부루터스도 역시 배신자의 상징이다. 칼에 찔린 시저는 '부루터스 너마저도'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고, 부루터스는 시저를 살해한 뒤 '나는 시저를 사랑했다. 그러나 로마를 더 사랑했다'고 변명했다. 

 

배신자의 최후는 비참했다. 유다는 목을 매고 자살했는데, 목을 맨 줄이 끊어져 지옥을 상징한다는 힌놈의 깊은 골짜기로 떨어졌고, 배가 터져 창자가 쏟아져 나오며 죽었다. 부루터스는 로마 시민들에게 비참하게 살해됐다. 

 

동물로서 배신의 아이콘은 박쥐를 꼽는다. 줏대 없이 이편 저편을 기웃거리며 배신을 일삼는 사람을 흔히 '박쥐 같은 놈'이라고 한다. 이솝 우화에 길짐승과 날짐승이 싸움이 붙었는데, 박쥐가 상황에 따라 양쪽을 왔다 갔다 하다 미움을 받았다는 데서 비롯됐다.

 

지난 7월 1일 포천시의회 하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시의장에 당선된 임종훈 의원은 '배신의 아이콘'이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같은 국민의힘 당원들의 비난이 만만치 않다. 2년 전 최춘식 전 의원에게 공천받지 못하고 무소속이었다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 막바지에 당시 유력 후보였던 권신일 후보를 지지했다. 불과 며칠 후 김용태 후보가 공천되자 그는 부랴부랴 선거 캠프를 옮겼다. 며칠 사이에 이쪽저쪽으로 선거 캠프를 옮겨 다니는 모습에 시민들은 혀를 찼다.

 

이번 시의장 선거에서 임종훈은 국민의힘 당론을 어겨가며 시의장이 됐다. 당원들과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은 제 몫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민주당에 시의장을 직접 요구한 적이 없다고 오리발이다. 민주당 쪽에서는 임종훈 본인의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았을 뿐, 임종훈 쪽 사람들이 먼저 제의했다는 것이다. 엎치나 메치나 도긴개긴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임종훈은 국민의힘에 입당한지 몇 달도 안되어 또 다시 쫓겨나게 생겼다. 입당과 탈당, 다시 입당과 출당을 거듭하는 포천시의장 임종훈. 그런 사람을 시의장으로 모셔야 하는 포천 시민들은 불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