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우렁이의 희생과 가물치의 효도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어미 우렁이는 한 점의 살도 남김없이 새끼들에게 다 떼어 주고 난 뒤, 빈 껍데기만 흐르는 물길 따라 둥둥 떠내려간다. 이와 반대로 어미 가물치는 눈이 멀어 먹이를 찾을 수 없게 되는데, 이때쯤 알에서 부화되어 나온 수천 마리의 새끼들이 어미가 굶지 않도록 한 마리씩 자진하여 어미 입으로 들어가 어미의 생명을 연장해 준다.

 

 

8일은 52번째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의 원조는 미국의 '어머니날'에서 출발했다. 미국 어머니날의 기원은 18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3년 뒤인 1868년, 앤 자비스란 여성이 '어머니들의 우정의 날'을 만들었다. 전쟁으로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났거나 다쳐서 상심하던 어머니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모임이었다. 

 

어머니날이 공식적으로 제정된 것은 자비스의 사망이 계기가 됐다. 자비스의 딸 애나는 1905년 5월 9일 타인의 상처를 보듬으려고 노력했던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해 웨스트버지니아의 한 교회에서 '어머니를 기억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이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자 1914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전쟁에서 전사한 자식을 둔 어머니들의 노고를 기리는 날을 제정하겠다고 선언했다.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어머니날을 정식 공휴일로 지정했다.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는 나라도 많지만, 한국은 1956년에 어머니날을 처음 만들었다. 그러다가 1973년부터 아버지도 함께 모시자고 어버이날로 이름을 바꿔 부모 모두에게 감사하는 날로 정했다.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어머니날이라고 했을 때였다. 해마다 5월 8일이 다가오면 선생님은 학교에서 색종이를 오려서 카네이션을 만들게 했고, 그렇게 만든 종이 카네이션을 집으로 가져와 어머니 가슴에 달아드렸던 기억이 있다. 어머니가 살아계시면 빨간색 카네이션을, 돌아가셨으면 하얀색 카네이션을 만들어 달아드렸다. 요즘은 카네이션 꽃 값이 떨어졌지만, 당시에는 꽃 값이 너무 비싸서 색종이로 만든 꽃으로 대신했던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어버이와 관련된 효자와 효녀, 효부 이야기가 많이 전해온다. 특히 어버이날이 되면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에 하늘도 감동했다는 이야기는 마을마다 끊이지 않고 전해오는 단골 고전이다. 어느 자식은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했다는 이야기와, 부모님 또한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희생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비단 사람만이 그런 것이 아니고, 어버이 사랑과 자식 사랑은 하찮은 미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들은 이 이야기는 나름 감동적이다. 논밭에 사는 우렁이는 한 번에 자기 몸 안에 40~100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알이 부화하면 새끼들은 제 어미의 살을 파먹으며 성장한다. 어미 우렁이는 한 점의 살도 남김없이 새끼들에게 다 떼어 주고 난 뒤, 빈 껍데기만 흐르는 물길 따라 둥둥 떠내려간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새끼 우렁이들은 "우리 엄마 두둥실 시집가네"라고 말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가슴이 울컥한다. 우렁이라는 미물도 본능적으로 부모 사랑을 다 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다는 이야기다.  

그와 반대로 가물치는 수천 개의 알을 낳은 후 바로 눈이 멀게 된다. 그 후 눈이 보이지 않는 어미 가물치는 먹이를 찾을 수 없어 배고픔을 참아야 하는데, 이때쯤 알에서 부화되어 나온 수천 마리의 새끼들이 어미 가물치가 굶어 죽지 않도록 한 마리씩 자진하여 어미 입으로 들어가 어미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며 어미의 생명을 연장해 준다고 한다. 그렇게 새끼들의 희생에 의존하던 어미 가물치가 눈을 다시 회복할 때쯤이면 남은 새끼의 수는 10%도 생존치 못하고 대부분의 어린 새끼 90% 정도의 가물치는 기꺼이 어미를 위해 희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물치를 '효자 물고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짧은 글이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 글은 어버이날을 맞으면서 부모님의 은혜와 자식 사랑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해준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우렁이와 같은 모성애를 받고 살아왔으면서도, 가물치와 같은 효심에 대한 행동을 얼마만큼이라도 해 왔는지 자문하게 된다.

 

이제는 어버이날이 와도 카네이션 한 송이 달아드릴 부모님들이 모두 떠나버려 해마다 이날이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공허하기만 하다. 어버이날을 맞아 우렁이의 자식에 대한 희생, 가물치의 부모님께 대한 효도를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