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약자(略字)도 알고 보면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약자 중에 약자(略字)는 ‘레미콘(Remicon)'이 아닐까. 콘크리트 제조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제조한 생 콘크리트(Fresh Concrete)를 섞으면서 지정된 장소까지 운반하여 공급하는 굳지 않은 콘크리트, 즉 ‘레디 믹스 콘크리트(Ready-Mixed Concrete)’다. 일본에서 만든 약자라는 설이 유력하다. 

 

 

현금자동인출기를 뜻하는 ATM이 무슨 약자냐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말이 학생이지, 모두 4년제 대학을 나와 직장생활을 하다가 신문-잡지 쪽으로 진로를 바꾸기 위해 재취업학원에 들어온 젊은이들이다. 유학을 다녀온 사람도 많다. 그들은 물론 현대인은 누구나 거의 매일 ATM기의 신세를 진다. 그런데도 그 약자를 제대로 아는 학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참 배우는 학생들의 지적(知的) 호기심이 이 정도라면, 거의 무관심 수준이다. 적어도 2개의 영어 단어를 새로 익힐 수도 있는데 말이다.

 

우선 ‘자동화하다’라는 동사를 형용사적 용법으로 쓴 ‘Automated’가 ‘A’의 약자다. ‘Automation’이 아니다. ‘T’는 ‘Teller’. 은행 창구직원이나 출납계원을 뜻한다. 은행에서 고객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직원은 출납계다.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에서 고객이 봉사자에게 감사의 뜻으로 주는 금품이 팁(Tip)이다. 원래는 받은 서비스가 좋았을 때, 또는 서비스가 정확하고 신속하여 무척 고맙게 느꼈을 때 준다. 팁도 물론 약자가 일반명사화 한 것. ‘To Insure Promptness’에서 첫 자를 모아쓰기 시작한 것이 팁(TIP)이다. 더러 ‘Thanks In Promptness’라는 주장도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TV뉴스데스크가 시청자는 안 보이는 글자를 자연스럽게 읽어나가는데, 그 비밀의 장치가 또한 프롬프터(Prompter)다.

 

약자가 ‘마피아(Mafia)' 쪽으로 가면 제법 수준이 높아진다. 마피아의 본고장인 시칠리아는 기원 전부터 이민족에 시달려 왔다. 영화 '시네마 천국'이나 '인생은 아름다워'의 무대인 시칠리아섬은 지금은 이탈리아 땅이지만, 7백여 년 전에는 프랑스 영토였다. 거기 주둔하고 있던 프랑스 군인들의 악행에 시칠리아 사람들은 치를 떨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 병사가 그곳 처녀를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결혼을 눈앞에 두고 있던 여성이었는데,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분기탱천한 그녀의 약혼자가 시신을 끌어안고 소리쳤다.

 

“모든 프랑스인을 죽여라! 이탈리아는 절규한다(Morte Alla Francia, Italia Anela)." 그 앞 자를 따 쓰기 시작한 것이 ‘마피아(MAFIA)’다. 물론 또 다른 유래도 있지만 이 이야기가 가장 설득력이 높다. 처음엔 원주민 자위대로 시작했다. 마피아의 전설은 역시 알 카포네. 뺨에 흉터가 있어 스카페이스(Scarface)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이탈리아 이민 2세로 뉴욕에서 태어나 빈민가에서 범죄를 일삼다가, 금주법이 발효된 1920년대에 밀주와 도박으로 떼돈을 번 그는 ‘밤의 대통령’으로 군림한다.

 

약자 중에 약자(略字)는 ‘레미콘(Remicon)'이 아닐까. 콘크리트 제조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제조한 생 콘크리트(Fresh Concrete)를 섞으면서 지정된 장소까지 운반하여 공급하는 굳지 않은 콘크리트, 즉 ‘레디 믹스 콘크리트(Ready-Mixed Concrete)’다. 일본에서 만든 약자라는 설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