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포천에서 두 번째 이삿짐을 싸면서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포천으로 이사온 지 어느덧 4년

이번에는 또 어떤 즐거움과 행복이 기다릴까.

 

 

포천으로 이사 온 지 어느덧 4년이다. 평생을 서울에서 살다가 예순셋(최근에 바뀐 우리 나이로) 늦은 나이에 우연히 이곳 포천에서 직장을 구했다. 첫 출근은 2019년 7월 3일이었다. 매일 서울에서 출퇴근했는데 당시 버스로 왕복 너덧 시간이나 걸려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저녁에 술이라도 한잔 하고 택시를 타면 포천에서 서울 집까지 요금이 6~7만 원이나 나왔다.

 

출퇴근이 힘들어 거주할 집을 구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포천에서 살 집을 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석 달 뒤인 2019년 10월 1일 우여곡절 끝에 이동교리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이사를 했고, 바로 그날 소흘읍에 전입 신고를 했다. 전입 신고를 하고 읍사무소 문을 나서는데 핸드폰에 "포천시민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라는 문자가 하나 떴다. 평생을 서울에서만 살던 사람이 포천시민이 됐다. 

 

포천에서 처음 살게 된 아파트는 1층이었다. 서울에서도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왔지만 이번처럼 1층에서 살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막상 1층에 살아보니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좋은 점도 많았다. 거실의 통창을 통해 바라보는 확 트인 넓은 아파트 뒷마당의 경관은 일품이었다. 나무숲이 있었고 놀이기구들이 여럿 있었고 주민들이 앉아서 담소도 하면서 쉴 수 있는 정자도 두 곳이나 있었다.

 

봄이 되면 겨우내 죽은 듯 외로이 서 있던 나무에 새순이 파릇파릇 돋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여름이면 싱그럽고 푸른 나무들을 감상하는 재미에 흠뻑 취했다. 소낙비라도 장대같이 내리는 날이면 가슴이 탁 트이는 듯 시원함이 좋았다.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에 반해 정신을 놓았고, 겨울이면 순백의 눈에 덮인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게다가 새벽에 일어나 커튼을 젖히면 아침 운동을 나온 눈에 익은 동네 사람들이 산책하거나 조깅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사실 포천에 와서는 언젠가 한 번은 주택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집 안에 마당도 있고 마당 한쪽에는 텃밭도 가꾸는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었다. 그런데 포천에 와서 처음 4년 동안 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살았지만, 마치 주택에 살았던 것처럼 행복했다. 특히 서울에서 아파트 9층에 사는 하나뿐인 손주 녀석이 할아버지 집이라고 찾아와서 거실에서 쿵쿵거리며 맘껏 뛰노는 것을 볼 때 1층을 선택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에 흐뭇했다. 손주가 사는서울 아파트에서는 그렇게 뛰놀지 못했을 테니까.  

 

한 해 두 해 세월이 흘러 어느덧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2년 전세 계약으로 살던 집에서 다시 2년을 재계약했는데,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하니 어쩔 도리 없이 이사해야 했다. 소흘읍 근처의 한 아파트로 다시 전세 계약을 했고 10월 11일 오늘 이사를 한다. 요즘은 이삿짐센터에 맡기면 이사가 힘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찌 신경 쓸 일이 하나둘이겠는가. 

 

이번에 이사 가는 아파트는 11층으로 제법 높은 곳이다. 집 구경을 갔을 때 보니 풍광이 훌륭했다. 포천에서 두 번째로 이사를 가기 며칠 전부터 집사람과 함께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이번에는 또 어떤 즐거움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가 크다. 우선 손주 녀석도 이제는 거실에서 더 이상 쿵쿵거리고 뛰놀 나이도 지났으니 그것이 가장 큰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