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어머니의 손과 발

본지 발행일 겸 편집인

 


1960년대 초 일본의 어느 일류대학교 졸업생 청년이 대기업 직원 공채 시험에 지원했다. 2천여 명이 응모했고 1차 시험에 30명이 합격했다. 마지막 면접시험 날, 이 청년이 사장 앞에 섰을 때 사장은 지원서를 한참 보고 난 후, ''시험점수가 좋군요"하면서 청년에게 ''혹시 어머니에게 목욕을 시켜드리거나 발을 씻겨드린 적이 있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순간 청년은 당황했지만 거짓말은 할 수가 없었다. "한 번도 없었습니다."


청년은 불합격이라고 짐작했다. 잠시 후 사장은 전무와 상무를 불러 무언가 귓속말을 나누었다. 면접이 끝난 후 상무는 청년을 따로 불렀다. "사장님의 특별 지시 사항입니다.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여기에 오십시오. 그런데 내일 여기 오기 전에 꼭 한 번 어머니 발을 씻겨 드린 후 회사를 다시 방문 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불합격일 거라고 실망했던 청년은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지 며칠이 안 돼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품을 팔아 그를 키웠다. 어머니의 바람대로 그는 도쿄의 최고 명문대학에 합격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으며 이제 대기업 입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학비가 어마어마했지만 어머니는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아들에게 한 적이 없었다. 이제 그가 돈을 벌어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해야 할 차례였다.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아들이 발을 씻겨드리겠다고 하자 의아해 하며 물었습니다. "왜, 갑자기 발을 씻겨준다는 거니? 마음은 고맙지만 내가 씻으마!" 어머니는 한사코 발을 내밀지 않았다. 청년은 어쩔 수 없이 어머니의 발을 씻겨드려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어머니, 오늘 입사 면접을 봤습니다 사장님이 어머니 발을 씻겨드리고 내일 다시 회사에 오라고 하셨어요.그러니 지금 어머니 발을 씻겨 드려야 합니다."

 

그러자 어머니의 태도가 금세 바뀌었다. 두말 없이 어머니는 문턱에 걸터앉아 세숫대야에 발을 담갔다. 청년은 오른손으로 조심스레 어머니의  발등을 잡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까이서 살펴보는 어머니의 발이었다. 자신의 발과 너무 다르게 느껴졌다. 앙상한 발등이 나무껍질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어머니, 그동안 저를 키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제가 은혜를 갚을게요." "아니다, 고생은 무슨 고생을." "어머니, 오늘 면접을 본 회사가 유명한 회사거든요. 제가 취직이 되면 더 이상 어머니께선 고된 일은 하지 마시고, 집에서 편히 쉬세요." 

 

아들의 손이 엄마의 발바닥이 닿는 그 순간, 그는 숨이 멎는 것 같았고 말문이 막혀 버렸다. 어머니의 발바닥은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도저히 사람의 피부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머니는 아들의 손이 발바닥에 닿았는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발바닥의 굳은살 때문에 아무런 감각도 없었던 것이다.

 

청년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아들은 고개를 더 깊숙히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울음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간신히 삼키고 또 삼켰다. 하지만 어깨가 들썩이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한쪽 어깨에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아들은 어머니의 발을 다 씻겨 드린 후 어머니의 발을 끌어안고 목을 놓아 구슬피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이튿날 청년은 약속한 대로 회사를 방문해 사장님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가, 저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사장님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을 저에게 크게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사장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장님이 아니셨다면 저는 어머니의 발을 만져 볼 생각을 평생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큰 불효자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셨고, 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이제 정말 어머니를 잘 모시겠습니다. 제가 지원한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청년의 어깨를 도닥거리고 조용히 말했다. "명문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사람이 우리 회사에 수석으로 입사한 것 또한 자랑입니다. 지금 바로 인사부로 가서 입사 수속을 밟도록 하세요."

 

매년 어김없이 돌아오는 어버이날이 며칠 남지 않은 즈음에 새삼 부모님의 고마움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