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국민의힘 공천 내홍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대선에서 얼마만큼 기여를 했느냐가 공천 기준이 될 것이다.

대선 기여도는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조직을 최대한 활성화해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최선을 다한 후보에게

공천을 주겠다." 

지난 해 12월 대선 선대위 출범을 하면서

최춘식 국회의원이 당원들에게 약속한 말이다. 

 

국민의힘이 공천 내홍을 겪고 있다. 이 내홍은 8일 공천신청 마감 직전부터 시작됐다. 그때부터 당 내부 여기저기에서는 볼멘소리들이 흘러나왔다. 공천과 관련해서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의 소리다. 이 술렁임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내홍의 발단은 공천등록 마감 직전에 예고 없이 등장한 두 명의 여성 후보로부터 비롯됐다. 안애경 후보와 손지영 후보가 그들이다. 두 후보는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서류를 준비해 등록했다고 말했다. 

 

물론 두 후보의 잘못은 없다. 시의원 출마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던 터에 국민의힘 높은(?) 분들이 갑자기 공천 운운하며 출마하라고 하니, 넝쿨째 굴러들어온 복을 그냥 차버릴 수는 없었으리라. 누구라도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덥석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공천신청은 의외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예비후보자들은 아연 긴장했다. 저마다 이들의 공천신청이 자신에게 미칠 손익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크게 피해를 본 것은 비례대표 준비를 하고 있던 권보경 후보였다. 두 사람의 등장 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유일한 여성 후보였던 권 후보는 여성에게 할당된 비례대표가 응당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을 터인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일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선 기간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출마한다고?", "그럼 대선 동안 여기저기 다니며 윤석열 지지를 외치며 다니던 사람은 뭐가 되냐?", "최춘식 뒤에 비선 실세가 존재한다더니 사실이네", "이건 아니잖아, 어이 상실이네" 등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와 함께 비례대표인 줄만 알았던 안애경 후보가 나 지역구에, 권보경 후보는 가 지역구에, 그리고 손지영 후보가 비례로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미 가와 나 지역구에 예비등록한 후보들마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광식 국민의힘 사무국장은 "8일 공천 마감이 급했기 때문에 여성 후보자 세 분이 가와 나 지역구와 비례로 각각 신청했을 뿐이다. 나중에 최춘식 의원과 상의해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여성 후보 두 사람이 지역구로 접수한 것에 대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사무국장은 또 그동안 줄곧 "우리 당 공천 원칙상 가 지역구나 나 지역구에서 여성 후보자 한 사람에게 반드시 공천을 줘야 한다"고 말해 왔다. 여기에 이번에 새로 영입된 두 사람으로 인해 각 지역구에 한 사람씩 공천 희망자가 늘어서 가뜩이나 바늘구멍처럼 좁은 공천문이 어는 한 지역구에서는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니 불만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한 사무국장이 지역구와 비례로 신청한 것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고 말하면서 굳이 비례 출마를 원하던 권보경 후보에게 나 지역구에 접수하도록 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그의 말대로 지역구에 반드시 여성 후보자 한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면 한 사람만 영입하는 것이 맞지 두 사람을 영입해 당원들의 불만을 증폭시킬 이유가 뭐냐고 항변했다.   

 

선거 때마다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기 위해서 예비후보가 벌이는 노력과 희생은 가히 눈물겹다. 항상 공천을 받아야 하는 을의 입장이어서 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속으로만 끙끙대고 앓고 있는 심정을 누가 짐작이나 하겠는가. 

 

불안해 하는 국민의힘 공천 신청자들이 마지막으로 가진 한 가닥 기대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12월 대선을 시작하면서 최춘식 국회의원이 당원들에게 공언했던 공천 기준에 관한 이야기를 아직 기억하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얼마만큼 기여를 했느냐가 공천 기준이 될 것이다. 대선 기여도는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조직을 최대한 활성화해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최선을 다한 후보에게 공천을 주겠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 첫 공천을 앞둔 최춘식 국회의원. 그는 며칠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저도 공천을 많이 신청해 봐서 예비후보자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라면서 "누가 뭐라고 해도 저는 제 나름대로 공정한 공천을 할 것이다. 모든 예비 후보자들을 똑같은 출발선상에 두고 지켜보겠다. 제 성격상 어느 특정 후보에게 편견을 갖거나 그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공천을 목전에 두고 내홍에 시끄러운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이 어떤 방법으로 이 내홍을 잠재울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