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완 칼럼]

술 맛은 사람 맛 이다

 

나는 술 '맛'을 잘 모른다.

 

'맛'을 느낀다는 것을 비롯해서 사람이 느끼는 모든 감각은 과학적으로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감각 수용체에서 감각을 느끼고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이 있어야 하며 사람의 뇌가 이 신호를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맛'을 느끼는 감각 수용체는 혀에 있는 미뢰이다. 기자가 학생일 때는 사람이 느끼는 미각은 짠 맛, 쓴 맛, 신 맛, 단 맛 등 네 가지가 있다고 배웠다. 매운 맛은 통각 즉 통증이지 맛은 아니라고 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로는 탄수화물의 고소한 맛과 단백질 즉 아미노산의 감칠 맛 등을 느끼는 미뢰가 있다는 보도를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감각을 수용하여 해석하는 뇌가 단지 미뢰에서 들어온 신호만으로 '맛'을 해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감기에 걸려서 그 증세로 코가 심하게 막히면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할 때가 있다. 이 때 음식을 먹으면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었던 체험을 해 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사람이 느끼는 '맛'이라는 것이 단지 혀 끝의 감각만은 아니라는 증거이면서 냄새도 '맛'이라는 것의 구성 요소로 뇌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맛'의 구성 요소에 냄새가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이 구분할 수 있는 냄새는 작게는 1조개에서 많게는 10조개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따져보면 사람의 뇌가 '맛'이라고 느끼는 것이 육체의 신호 전달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평상시에 하는 말로 '엄마의 맛' 이라든지 '추억의 맛' 이라든지 '옛날 그 맛'과 같은 말을 사용하고는 한다. 이런 경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그것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던 '맛'의 한 분류 임이 틀림없다.

 

위의 생각들을 정리해보면 '맛'이라는 것은 개인이 경험한 모든 것들에 대한 총체적인 것들을 뇌가 구성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이 가지는 원래 혀가 느끼는 맛, 풍기는 향기, 음식을 섭취하는 장소, 음식을 먹는 시간, 음식을 먹는 날의 날씨, 이런 모든 것을 통틀어서 느끼는 분위기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해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까지 음식의 '맛'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다시 술 '맛'으로 돌아가면, 술 즉 에틸알콜은 혀가 느끼는 '맛'중에서 쓴 맛 만을 제공한다. 물론 혀가 느낄 수 있는 다른 '맛'에 해당하는 성분이 들어간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내게는 술 '맛'은 무엇인가 하고 고민해 보았다. 정말 쓰기만 한 '소주' 등을 먹었는데, 입에서 정말 달다고 느낄 때가 분명히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럴 때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함께 했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게 '술 맛은 사람 맛이다'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