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완 칼럼]

'인문도시' 용역보고회에서 든 생각

개인들의 스토리들이 의미없는 것의 나열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회와 생활 모습의 변화 즉 이런 것의 총칭인 문화를 표현하게 되는 것

 

지난 11월 20일 오전 포천시청 제1별관(구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포천시 인문도시 조성 중장기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렸고, 용역사인 대진대 산학협력단은 '나의 삶이 문화가 되는 도시 포천'이라는 비전을 도출하였다.

 

필자는 이 용역의 착수보고회, 중간보고회, 그리고 최종보고회까지 모두 참석 취재하여 비전이 도출되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참석자들의 의견과 요구를 한번씩은 들어 보았다. 특이한 점은 이 용역보고회 참석자들은 포천시 관계부서 공무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포천시 인문도시 추진위원회(위원장 백영현, 양호식)'의 회원들이며 위원회 회원들의 인문도시 포천에 대한 열망은 대단히 커서 세 번의 용역보고회에 거의 모든 회원이 빠지지 않고 참석하였다.

 

이 글에서는 '나의 삶이 문화가 되는 도시 포천'이라는 비전이 도출되는 과정을 한 번 되돌아보려고 한다. 언급된 '나의 삶'이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나의 이야기'였다. 영어로하면 'STORY(이하 스토리)'인데 우리말의 '이야기'라는 단어와 영어의 '스토리'는 완전히 같은 뜻을 나타내는 단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용역사가 비전을 '나의 이야기가 문화가 되는...'이라고 하지 않고 '나의 삶이 문화가 되는...'이라고 설정한 것은 '스토리'를 한글로 풀어내기에 적절한 단어를 찾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는 포스트 모던 이후의 철학과 문학과 해석학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어이다. 

 

설명하자면 우리 말로 '나의 이야기'라고 하면 어디서 태어나서 어떤 일을 했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다는 등의 뭔가 의미있는 줄거리를 나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의미있거나 재미있는 일이 아니면 '이야기' 속에 넣지 않는 것이 우리 말에서 '이야기'라고 하는 단어의 사용법이다.

 

하지만 '스토리'는 조금 더 의미가 넓다. 위에서 말한 우리 말의 '이야기'의 뜻도 포함하지만 다음과 같은 것도 포함한다. 그것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상적인 행위들을 나열하는데, 그 서술의 구조나 서술 자체에서 의미를 찾아나가는 것이다.

 

예를들면, 포천시청에서 서울 잠실역으로 대중교통으로 가는 일을 서술하려고 한다. 제1번 스토리는 "포천시청 정류장에서 하늘색 버스를 탄다. 약 1시간 10분 정도 가서 의정부 역이 나온다. 의정부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가다 지하철 2호선을 갈아타고 잠실역까지 약 50분 정도를 더 가니 잠실역에 도착했다"이다. 제2번 스토리는 "포천시청 정류장에서 빨간버스를 탔다. 50분 정도 가서 잠실역에서 내렸다"이다.

 

두 개의 스토리의 구조와 길이 그리고 시간의 차이를 보면 포천시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그 일이 포천시민의 일상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바로 구리~포천고속도로가 생겼고 그 길을 따라 잠실역으로 바로 가는 대중교통이 생겼다. 이로 인해 포천은 의정부 의존적 도시에서 서울과 바로 통하는 도시가 되었다는 중요한 의미가 생겼다..

 

이런 개인들의 스토리들이 의미없는 것의 나열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회와 생활 모습의 변화 즉 이런 것의 총칭인 문화를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용역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스토리를 중시하려는 비전을 도출하였다. 인문학적으로 잘된 비전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서 실행하는 일이 남아 있다. 포천시가 아름다운 인문도시로 제대로 가꾸어지기를 염원한다.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