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祝祭 有感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며칠 후면 포천시민축제가 열린다. 작년에도 시에서 큰 비용을 들여 치른 시민축제는 세 군데 단체에서 각각 주관해 여기저기에 무대를 세 개나 만들며 비용 낭비는 물론이고 오가는 시민들을 불편하게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주관사 세 곳이 날짜까지 모두 서로 다르게 잡아 진행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행사를 통합하고 줄여야 한다는 시민 목소리에 반하는 것 같아서 유감이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축제는 영어로 페스티벌(festival)이다. 카니발(carnival)이라고 부르는 나라도 있다. 한문으로는 祝祭로 쓴다. 한문으로는 축하할 축(祝) 자에 제사 제(祭)라를 쓴다. 축하가 동반된 큰 제사라는 의미다. 오늘날에는 굳이 축하나 제사와 관련이 없더라도 큰 잔치면 축제라 부른다. 본래 축제의 기원은 대체로 고대 사회에서 절기별로 변하는 자연이나 농경과 추수를 기념하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만 해도 연등회나 팔관회 등 국가적으로 여는 큰 규모의 불교 행사가 주를 이루는 축제가 있었다. 조선조에 들어서서는 불교를 탄압하고 유교 성리학을 중요시한 탓에 불교 행사가 주를 이루었던 축제가 축소되거나 폐지되었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여전히 축제가 이어져 왔고, 지금도 초파일이 되면 연등회가 연등 행렬로 바뀐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이 연등 행렬은 2020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했다.

 

서민들은 한가위나 동지, 설날, 대보름, 단오 때 대규모 축제를 열었다. 요즘에야 가족끼리 조용하게 명절을 지내지만, 과거에는 마을 사람들끼리 맛있는 음식이나 술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또래의 남녀가 어울려 놀면서 밤에는 강강술래 춤을 추며 놀았다.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외국의 크리스마스나 발런타인데이처럼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축제를 즐겼다. 


1990년대 초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역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지역명이나 지연의 특산물 이름을 딴 축제가 여럿 생기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서울세계불꽃축제, 이태원지구촌축제, 여의도불꽃축제 강동선사문화축제 등이 매년 열린다. 경기도에서 열리는 수원화성문화재, 고양국제꽃박람회, 여주·이천도자기축제, 평찬송어축제, 화천산천어축제, 그리고 가까운 가평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보령머드축제 등은 알차게 운영하며 지역을 알리는 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이밖에 함평나비축제, 남원춘양제, 영덕대게축제, 풍기인삼축제, 진해군항제, 부산국제영화제, 울산고래축제, 진주남강유동축제,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등이 매년 열려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함평나비축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축제로 알려졌다. 2017년 축제에서 관광객 30만 명이 입장해 관객 동원 1위를 했고, 입장료 수익만도 9억 8천만 원을 기록했다. 또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미 세계적인 축제로 알려져 매년 이 영화제가 열릴 때면 세계 각국에서 영화 관계자와 유명 배우와 감독들, 그리고 영화 팬들이 찾아오는 축제로 큰 성공을 거둔 예이다. 

 

반면, 일부 지자체에서는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축제 행사를 급조하고 남발하는 경우가 많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20년 행안부 집계에 의하면 지역 축제는 968개나 된다. 비용은 4372억을 써서 818억을 벌었다. 무려 3554억이 적자다. 

 

축제 가운데는 내용도 중복되고 주제와 지역 간에 연관성도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자체의 홍보 부족과 축제 전문 외부 장사치들의 난립과 바가지 행위도 문제다. 안전대책의 미흡도 자주 지적되는 문제다. 더구나 너무 잦은 축제로 인해 주말도 휴일도 반납해야 하는 담당 공무원들의 만성 인력 부족과 인력 낭비도 관리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포천시 축제는 어떤가.

 

포천에서도 시 주관이거나 14개 읍면동 주관으로 거의 주말마다 축제가 열린다. 그 가운데 성공한 축제가 한두 개라도 있는지 돌아보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이름만 다를 뿐 매번 비슷한 무대에, 큰 비용을 지불하고 데려오는 똑같은 초청 가수에, 하나 마나 한 축제를 보면서 걱정하는 시민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시 주도로 축제에 관한 종합 계획을 세워 축제 남발을 방지하고, 비슷한 축제는 통합하고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 또 며칠 후면 포천시민축제가 열린다. 작년에도 시에서 큰 비용을 들여 치른 시민축제는 세 군데 단체에서 각각 주관해 여기저기에 무대를 세 개나 만들며 비용 낭비는 물론이고 오가는 시민들을 불편하게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축제를 하나로 통합해도 모자를 판에 올해도 작년처럼 시 행사와 포천시농업재단, 그리고 개성인삼농협 등 또다시 세 군데로 나누어 행사를 치른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주관사 세 곳이 날짜까지 모두 서로 다르게 잡아 진행한다고 하니 갑자기 마음까지 불편해진다. 가뜩이나 행사를 통합하고 줄여야 한다는 시민 목소리에 반하는 것 같아서 유감이다. 축제는 시민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 주최측과 진행 관계자만 오가는 축제에 매년 시에서 적지 않은 비용까지 부담해 가면서 계속 진행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