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문학산책

김순희 시인의 시 '참 좋다' 외

시인, 포천문인협회 회원

 

'포천 문학산책'은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포천 분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쓴 시와 산문, 수필 등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포천 문학산책'에 문학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큰 호응을 부탁합니다.

 

이번 주는 포천문인협회 회원인 전당(田堂) 김순희 작가의 詩 '참 좋다'와 '지옥과 천국 사이' 두 편을 게재합니다. 김 작가는 내촌면 출신으로 월간 《스토리 문학》 시 부문으로 등단한 시인입니다.

 

 

 

참 좋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

한 없이 달려 본다

하하 호호하면서 차창 밖 너머로

세월을 흘려보낸다

 

미싱 소리 요란하다

쉴 틈 없이 밞아대는 누름판 위로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긴 머리 동여맨 머리엔

먼지가 한가득하다

손은 허우적대면

하나라도 더 빠르게 하려고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야~ 집에 있냐?

하면서 큰소리로 문 여닫는 여인네의 모습에

그제야 고개를 들어 본다

성! 왜요?

일 그만하고 차 한잔하자!

하면서 들어온 당당한 그녀

늘 씩씩함이 묻어온다

언제나 신랑 등쌀에 힘겨워하면서도

호탕한 모습에 가끔은 숨 이며 지켜보지만

그것도 시간이 가면 지나가리라

 

나도 끼워줘!

하면서 다가선 또 하나의 그녀

마음은 호탕하게 다가서지 못하지만

항상 머뭇거린다

만남은 이렇게 이어진다

 

서로 정반대의 성격과 행동으로 보여도

어우러져 간 세월을 이야기하자면 참 길다

시부모님의 너무 알뜰한 모습에

아들 월급 타서 양말이라도 사드리면

돈 헤프게 쓴다고

난리 난리가 난다

 

그래서 늘 친구가 선물했어요 하면

그때서야 아무 말씀 안하시던

그 시어머님 모습도 그려지고

친구들 불러놓고 저녁상 차리라 해서

푸짐하게 차려놓으면

그것도 적다고 역정을 내던 친구 남편 모습도 보이고

자식들은 애지중지하면서도

그녀에게 그렇게 타박만 하던 그모습들도

이제 아스라이 스쳐져 가고

한없이 아련하게 다가선다

 

십수 년이 지나고 세월은 흔적 너머로 있었던 사람도

추억만 남기게 되고

그래도 당당히 맞서고 살아가는 우리 세 여인

오랜만에 힐링이라며 일탈을 해본다

 

곧게 뻗은 길 따라가다 구비진 산길 따라가다

물안개가 길을 막아서도

오늘 우린 우리의 길을 간다

소낙비로 가끔은 가슴 졸이게 했어도

추억을 이야기하기엔

수다방처럼 녹아드는 여행이 참 좋다

 

 

 

지옥과 천국 사이

 

 

전기요금 폭탄이란 뉴스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새로 이사한 곳에 처음으로 나오는 전기요금 고지서가 궁금하다

우린 얼마나 나올까

전에 있던 곳보다 시스템 난방기 1대

Led 전등 몇 개 그리고 대충 비슷하다

그래서 설마 아무리 많다 해도 백만 원 정도

생각했었다

 

이른 아침부터

딩동 하며 온 메일

한전에서 보내온 것이다

와우

이백이 넘는다

눈앞이 캄캄하다

 

이게 뭔 일인가

무엇을 그리 많이 낭비했을까 하며

혼자 자책을 하게 된다

직원들한테도 전기 아껴야 한다고 말하고

이제 전등도 몇 개 꺼야 하나 하는 마음에

더 안절부절이다

 

9시 바로 한전 요금과 전화하니 담당자 휴가란다

이것저것 설명하니 한전도 요금이 좀 이상하단다

확인해 보고 연락 안 하면

월요일 담당자 오면 전화한단다

몇 시간 동안 연락 없어 가슴은 졸여도

그래도 희망을 가져봤다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되나 하며

주말을 지낼 생각에 힘들겠구나 하는

마음이 많아질 무렵

퇴근 전에 온 한전 전화가 반갑다

요금 정산이 주택용으로 계산되어져서

폭탄이 되었단다

다시 일반으로 정산해준다 한다

 

얼마가 될까요?

가슴 졸이며 조심스럽게

대충이라도 말해달라고 했더니

백만 원이 안 넘는단다

와~ 세상의 천국은 바로 이런 맛일까!

저절로 고맙다고

그리고 절 열 번 한다고 말하게 했다

다시 메일을 받고 보니 구십만 사천 원

 

한전 직원의 실수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직접 당한 사람은

거의 하루가 지옥 속에서 헤매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끝은 그래도 좋았지만

그 과정은 가슴을 졸이게 했다

 

하루를 어찌 보상받을까?

다른 분이라면 한전에 욕이라도 실컷 해줘야 하는지

저처럼 그저 고맙다고 절해야 하는지...

오늘은 그런 날

지옥과 천국 사이다

 

 

 

 

김순희(내촌면)

아호는 전당(田堂)

월간 《스토리 문학》 시 부문 등단

포천문인협회 회원

현)내촌 사랑주간보호센터운영

현)요양보호사 교육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