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맛집

강남동태탕집에서 먹는 '대구탕'

 

출근길 아침, 아직까지도 코끝이 알싸한 꽃샘추위가 느껴진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나의 미각을 충동하는 음식이 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은 더욱 생각이 난다.

간밤에 술을 많이 마셔 속이 쓰릴 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는 싫지만 꼬르륵~ 신호를 보낼 때,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담긴 대구탕이 생각나서 찾는 곳이 있다.

그런데 이 집은 가산면 금현리 고인돌 근처 한 골목길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처음 가는 사람은 찾는데 꽤 애를 먹는다. 점심때는 손님이 많아 주차하기도 어렵다. 가산 이곳저곳이 그렇듯 주위는 공장투성이다. 한 번은 옆집 식당 주차장에 차를 댔다가 된통 당한 적도 있다.

그래도 이 집을 찾는 것은 거창하고 비싼 곳이 아니라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음식을 만드는 집이기 때문이다. 또 '명태'라는 뭔가 고급스러운 생선 이미지가 아니라 '동태'라는 서민적인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 또 여럿이 먹으면 생선 한 토막 건지기 힘들 때도 있지만, 개별적으로 나오는 것도 좋다. 

이 집 대구탕에는 콩나물의 아삭아삭함과 고소한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대구의 시원함과 감칠맛이 살아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에는 대개 해장국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집에서 내놓는 대구탕은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과 얼큰함이 있는데, 이것이 술 먹은 후 해장하기에 안성맞춤인 이유다.

얼핏 보면, 허여멀건한 게 전혀 매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구탕 안에 들어있는 청량고추가 매운맛을 뿜어내고, 콩나물 등의 재료들이 해독 효과를 가지므로, 술 먹은 다음날 피로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해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사실, 얼큰함을 넘어서는 '매운맛'이기에 주문할 때는 '매운맛'과 '덜 매운맛' 중에서 하나를 미리 선택해야 한다. 너무 매워서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이 집은 내 삶에 작은 미소를 짓게 하는 나만의 맛집이다.

가게마다 분위기와 요리법, 탕을 담는 그릇과 양념의 비율, 밑반찬, 주인장의 개성까지 모두 다 다르지만 가산면에 위치한 '강남동태탕'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숨은 맛집이다. 추천하는 메뉴는 물론 대구탕이다.

뜨거운 뚝배기 속에 들어간 큼지막한 대구는 하얀 속살을 터뜨려내며, 담백한 맛을 드러낸다. 부들부들한 식감이 아주 담백해서 씹는 맛이 확연하고 짭조름한 파김치나 깍두기, 김치와도 잘 어울린다.

대구만 많이 들어있다고 해서 맛있는 대구탕은 아니다.

이 집 주인장은 인기의 비결을 '대구'보다는 의외로 '콩나물'이라고 했다.

잘 삶아진 콩나물에서 나오는 즙이 대구의 즙과 어울려야 풍성하고 촉촉한 맛이 더욱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결국, 대구탕의 기본은 콩나물과 대구의 배합이 얼마나 잘 되어있느냐에 달려 있다. 비린 맛과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콩나물이 한다는 것.

특히, 이 집 콩나물은 '지장수로 기른 콩나물'인데 이는 "황토를 걸러 받은 물로, 콩을 황토로 회생한 후 참숯으로 정화하고, 오존 재배법으로 키웠다"는 것.

그래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라며 "지장수는 채소나 과일에 잔류된 농약을 씻어내는 데도 화학세제보다 탁월하여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의보감에 따르면 콩나물은 몸이 무겁고, 저리거나 근육과 뼈가 아플 때 치료가 되고, 위의 울열을 제거하며, 콩나물의 뿌리에는 아스파라긴산이 있어서 숙취제거에 굉장히 좋고, 속을 풀리게 하는 비타민C가 듬뿍 들어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콩나물을 익히는 방법은 2가지가 있는데, 냄비에 물을 약간 넣고 콩나물을 넣은 다음 뚜껑을 덮어서 익히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찜기에 찌는 방법이 있는데, 찜기에 찌면 콩나물의 식감을 살릴 수 있어 좋다"라고 했다.

 또 "콩나물을 삶을 때 소금을 넣는 분들이 있기도 한데, 소금을 넣으면 콩나물의 수분이 바깥으로 다 빠져나오기 때문에 콩나물이 질겨진다"라며 "콩나물을 삶을 때는 소금을 넣지 말라"고도 했다.

이 집에서는 대구탕을 비롯하여 아귀찜, 동태찜과 함께 최근에는 낙지에 묵사발까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구탕은 특히 인기가 높은 메뉴다. 맵지만 깔끔한 맛을 내는 청양 고추와 함께 새콤달콤한 파김치 맛이 일품이다.

또한,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김치, 깍두기, 어묵 등이 대구탕의 느끼한 맛을 잡아 주어, 입맛을 더욱 돋우어 준다. 대구탕에 들어간 무와 파, 콩나물도 신선하고 푸짐하여, 한 그릇으로 영양과 맛을 모두 챙길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땀과 함께 기운이 솟아날 정도로 매운맛과 함께 감칠맛이 오랫동안 남는다.

한 번 먹으면 두 번, 세 번 먹고 싶게 만드는 맛이다. 매우면서도 뜨거운 맛을 즐길 수 있는 이 집에서는, 대구탕을 먹을 때 입에서 한 번, 먹은 후에는 배에서 또 한 번, 다음날 아침에는 화장실에서 매운맛을 또 한 번 즐길 수 있다는 특별한 매력까지 갖추고 있다.

총 4가지의 밑반찬과 함께 제공되는 '강남동태탕'의 대구탕은, 그동안 숨어 있던 맛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가산면을 방문하신다면, 부드러운 속살의 대구와 아삭아삭한 콩나물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이 집의 대구탕을 한 번 드셔 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