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제

농업, 건설업 등 등유 사용하는 업계 추가비용에 진땀

등유 ℓ당 1340원, 면세유도 1146원, 면세액은 고작 194원
화석연료보조금 폐지 다시 논란…농업계 예의 주시


휘발유와 달리 떨어지지 않고 있는 등유 가격에 농가와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민·취약계층들은 난방비 폭탄으로 힘겨운 겨울나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농업, 건설업 등 등유를 사용하는 업계들은 추가비용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4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과 포천농협 주유소에 따르면 휘발유는 ℓ당 1565원, 면세유는 864원으로 면세액은 701원이나 된다.

경유는 ℓ당 1490원, 면세유는 1019원으로 면세액은 471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내등유는 이달 첫째 주 ℓ당 134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00원보다 45.7% 올랐다. 2020년(873원)과 비교해도 2배 이상 상승했다.

등유 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다. 휘발유·경유와 달리 유류세 인하 혜택이 없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지역 비닐하우스 농가, 아파트 공사현장 등 등유를 사용하는 곳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설채소 농장을 운영하는 A(62) 씨는 올해 난방비에만 10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씨는 "시설채소 농사를 지으면서 들어가는 유류비가 지난해 총 2000만 원가량 됐는데 올해는 3000만 원까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매출의 10%였던 유류비가 올해는 15%까지 오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농가들은 겨울철 채소를 포함한 오이, 고추, 상추, 딸기 등을 주로 재배한다.

지역 건설업계도 등유가가 큰 부담이다.

겨울철 건물이 건립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시 추운 날씨 탓에 마르지 않고 얼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고자 건설사들은 열풍기를 사용해 일정 온도로 높이는데 기기는 보통 등유를 사용한다.

지역 한 건설사는 "양생 온도 유지를 위해서는 내부 온도를 평균 5~20℃로 맞춰야 한다. 등유값이 이대로라면 올해 유류비는 지난해보다 약 40% 더 지출될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지역 에너지 취약계층 및 서민들은 한파 속에서 전기장판에 의존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겨울철에 보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등유 한 드럼(200ℓ) 가격이 30만 원을 훌쩍 넘어섰는데, 취약계층의 경우 지자체로부터 받는 바우처 지원은 턱 없이 부족해서다.

취약계층은 지난달 가구당 20만 원의 난방비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화석연료보조금 폐지 정책에 대한 요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화석연료보조금 가운데 농업용 면세유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농업계도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6차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화석연료보조금 폐지를 기후변화 대응의 하나로 제시했다. 1988년 설립된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권위 있는 기구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을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여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화석연료보조금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화석연료보조금은 정부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생산과 소비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각국 정부는 에너지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고, 특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화석연료보조금을 지급한다. 농업 분야에서는 취약계층에 전기, 도시가스, 등유 등의 냉난방비를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나, 농민들의 생산비 절감을 위해 석유류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농업용 면세유 등도 화석연료보조금에 해당된다.

농사용 전기요금도 화석연료보조금의 일종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문가나 연구기관에 따라 화석연료보조금 종류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전기요금보다 저렴한 농사용 전기요금도 화석연료보조금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스마트 농업 확대 및 아열대 작물 재배 확산으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농장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는 농업분야에서도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추진해야 하지만, 농업용 면세유 등 농업분야에서 화석연료보조금이 도입된 취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업분야에서의 화석연료 사용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깊은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