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古土)
작게
매우 가늘게
젖은 꽃잎 스물
그 중 하나 또 하나 떨어져
가늘고 긴 줄기에 위태롭게 올라 앉아
바람에 휘둘리다 운악산 바라보는
분홍빛 구절초 여린 시선
별처럼 하얗게 모여
소곤소곤 젖어
생을 짓는
방울
꽃
비처럼 깊게
자라는 게 보이지 않았는데
비처럼 깊게 나무처럼 굵게 자랐습니다
고양이 겨울을 창문 너머로 즐길 때
헤아비
흙은 밤에도 빛을 발하고
농부는 고단에 고단을 더해 흙을 뒤집는다
발걸음으로 땅에 선을 만들고
씨앗을 넣어 숨은그림 만들기를 준비한다
달도 없는 밤 화가의 붓칠처럼 섬세하게
내일에 내일을 그려낸다
비바람 천둥 농부의 뜻을 헤아려
쨍한 햇볕 시간으로 대지에 채색을 시작한다
초록초록 똑같이 생겼다고 하지만
각자 다른 사투의 시간 이슬을 기다린다
생의 끝에서 말없이 잎을 틔우며
햇살에 햇살을 살아 낸다
송동현
본명 송계원, 1975년 포천 출생. 2001년 시집 『꿈을 펼쳐!』로 작품활동 시작, 포천문인협회 전 사무국장, 맥놀이창작동인회 부회장, 사랑방시낭송회 회원 도담도담한옥도서관 시창작교실 강사, 도서출판 담장너머 대표. 시집 『꿈을 펼쳐!』, 『사랑水』 jinu51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