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다회용기 사용하는 장례식장, 포천에서 새로운 시도!

오명실 기후위기 포천 시민행동 공동대표

 

우리 생활에서 깊이 배어버린 플라스틱은 어쩔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 써도 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의 근본적인 해결은 쓰레기를 감량하겠다는 실천입니다. 일회용품은 합성수지로 만들어져 썩지 않고 소각하면 환경호르몬과 이산화탄소 등 유해 물질이 배출되어 지구를 위협합니다.

 

 

‘장례식장에서 일회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꾸어 쓰레기를 줄이자’라는 취지 글을 세 번째 기고합니다. 그만큼 장례식장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쓰레기양을 줄여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장례식장에서 일회용기에 식사하실 때, 또는 부득이하게 弔事(조사)를 치르며 일회용기 사용으로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배출되는 것을 보시고 어떠셨나요?

 

현대 장례문화에서 일회용기 사용은 관습이 되었습니다. 근본 문제를 고민하며 결혼식장은 다회용기를 쓰는데, 고인이 가시는 마지막 길에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장례식장은 왜 일회용기를 쓸까? 물음부터 접근하였습니다.

 

자원절약과 재활용촉진법률에 조리시설과 세척 시설을 갖춘 장례식장은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전국 장례식장 1,131개소 중 88%인 991개소가 조리시설과 세척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시설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겁니다.

 

장례식장에서는 다회용기 보관 장소 문제와 상주들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회용기를 선호하고, 상주들은 상조회사와 노조, 기업에서 일회용기를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다회용기 사용을 크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다회용기를 사용했을 때 위생 문제(상주 또는 조문객의 기우라고 생각), 식기의 무거움, 인력 문제, 예산 등 여러 가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경기도 내 186개소의 장례식장 중 수원연화장, 화성 함백산, 하남 마루공원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중 수원연화장에서 유가족 131명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61.4%가 '불편한 점이 없다'라고 답했고, 65.9%가 '이웃에게 다회용기 사용을 추천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상주들과 조문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7월부터 전국 최초로 ‘일회용기 없는 장례식장’으로 운영하며 외부에서 제공하는 일회용품도 일절 사용하지 않습니다. 일회용기를 쓸 때는 빈소 당 100리터 봉투가 6.4개 나오던 것이 다회용기를 쓰면서 1.3개로 줄어 모범사례가 되었습니다.

 

경기도 17개 지역에는 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라라워시’ 세척 사업장이 있습니다. 라라워시는 친환경세제 사용, 고온 소독 등 6단계에 걸쳐 위생적으로 세척 후 장례식장이나, 공공기관, 회사, 카페 등 친환경 용기 임대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가 있는데도, 많은 분께서 일회용품을 안 쓰는 장례문화에 대한 머뭇거림으로 상주들은 불편하다 미루고, 장례식장 측은 상주가 원하지 않는다면서 서로 미루고 있어 제도 정착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경기도는 도내 장례식장 대상으로 쓰레기를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과 상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회용기 식기 대여비, 회수비, 세척비 전부를 지원하고자 사업에 참여할 장례식장을 모집했고, 포천 관내 7개 장례식장 중 ‘우리병원 장례식장’이 신청했습니다.

 

우리병원 장례식장은 포천시 환경과, 포천 자활센터와 서로 협의 과정을 거쳐 올해 4월부터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모범적인 장례식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주들에게 다회용기 사용을 적극 권유하기로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상주가 다회용기를 거부하고 일회용기를 쓰겠다면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실패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10월 환경부가 조사한 설문에서 97.7%가 일회용품 사용량 절감이 필요하다 응답했고, 87.3%가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국민은 일회용을 줄이고 쓰레기 줄이기를 공감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일회용 사용규제를 완화하였지만, 다회용기를 사용하겠다는 장례식장이 늘도록 누군가는 앞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행동하고 누군가는 지속으로 실천하며 인식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우리 생활에서 깊이 배어버린 플라스틱은 어쩔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 써도 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의 근본적인 해결은 쓰레기를 감량하겠다는 실천입니다. 일회용품은 합성수지로 만들어져 썩지 않고 소각하면 환경호르몬과 이산화탄소 등 유해 물질이 배출되어 지구를 위협합니다. 우리가 몇 분 동안 편리하게 사용한 만큼 쓰레기 처리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르는 비합리적인 관습을 이제는 새로운 시도로 전환해야 합니다.

 

다회용기 사용하는 장례문화,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