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정의로운 전환, 아는 만큼 보이는 에너지 현장에서 포천을 생각하다

오명실 기후위기 포천 시민행동 공동대표

 

당진시 송전선로 발전소 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 8년간 주민이 직접 기록하여 편찬한 투쟁 백서 ‘검은 하늘에서 만난 희망 여정’은 탈석탄 운동의 의미와 한계, 성과가 고스란히 담긴 아픔이었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또 미래를 살아갈 우리 모두의 바람처럼 밝고 맑은 세상을 꿈꾸는 포천시민에게 이제는 더 이상의 아픔이 없길 바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에너지 부문에서 온실가스의 약 45%를 석탄이 배출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평소에 기후 위기에 관심이 많고 포천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있어서일까.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견학은 나에게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첫 번째 방문지는 당진시 에너지센터였다. 대기오염 배출과 온실가스 배출이 전국 1위인 당진시는 탈석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에너지 전환이 절실하였다. 시민 인식개선 교육과 홍보,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지원하고자 센터가 세워졌다.

 

“태양광은 미관상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부정적 인식이 많다"는 센터장 말에 어느 지역이든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 같아 안타까웠다. 당진시는 개선 방안으로 일반 태양광보다 발전량이 10% 높은 수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며, 그 패널을 꽃 모양으로 설치하였다. 주민들은 주민조합을 결성해 농지 상부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여 전기 판매 수익과 평년작의 80% 상당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영농 형 태양광을 운영하였다.

 

전기를 판매한 수익은 주민 참여형 이익공유제를 실행하고 있어 주목할 만한 사례였고, 견학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도농복합 도시인 포천시도 영농 형 태양광을 적용한다면 긍정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 있어 보였다. 그러나 2020년부터 국회의 농업인 영농 형 태양광 지원법이 제안되었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려 아직도 논의되지 못한 채 계류되어 있다니 답답하였다.

 

궁금했다. 억지로 찾아낸 작은 이유를 들어 태양광을 꺼리면서, 과연 거대한 굴뚝에서 발암물질을 뿜어내는 석탄화력발전소는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탄소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로 전환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절박한 행동인 것을. 태양광이 처음 보급되었던 30여 년 전 부정적인 사례들로부터 선입견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인식개선을 위해 재생에너지 활동가에게 주어진 숙제가 무거워 보였다.

 

두 번째 견학지인 'Energy Campus' 홍보관에서 석탄의 탄생과 석탄을 연소하여 전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VR(가상현실), 4D 등으로 체험하였다. 견학을 준비한 운영자는 홍보관에서 탐탁하지 않은 표정을 짓거나 비아냥거리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견학자들이 재생에너지 활동가들이기 때문에 혹여 갈등으로 이어질지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당연하겠지만, 견학 프로그램으로 석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알 수가 없었다. 현재 당진발전의 주업(主業)은 석탄발전이지만 지속 가능한 녹색성장을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노력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바다에서 나오는 식량이 풍요롭고 땅이 넓어 예부터 “당진에서는 땅 자랑, 돈 자랑하지 않는다"는 당진발전본부 민간 환경감시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지막 견학지인 회(석탄재) 처리장으로 이동하였다. 충남도는 현재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30기가 밀집해 있다. 당진에서만 10기가 운영되고 제철소까지 있어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가 가장 많은 도시가 되었고, 살기 좋은 당진이란 미명은 무색해져 버렸다.

 

센터장 말에 따르면 경기도와 서울시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1급 발암물질 28%가 바람을 타고 경기도와 서울시에 흘러간다는 감사원 보고서를 근거로 민간 환경감시기구를 제안하여 법제화했다. 2018년 4월부터 국내 최초로 당진발전본부 민간 환경감시기구가 출범하였고, 민간 위탁 사업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다.

 

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운 후 나오는 석탄재는 운반 과정에서 비산먼지를 방지하기 위해 바닷물을 섞어 바로 회 처리장에 매립되었고, 회 처리장 위에는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었다. 석탄재는 일부 건축자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처럼 바닷가에 매립되었다. 문제는 석탄재에 발암물질이 존재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것이다. 바닷물에는 아직 물고기가 살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영향이 발생할지는 모니터링 중이었다.

 

당진의 민간 환경감시기구를 보며 포천시민들이 7년여간 석탄발전소 반대운동 했던 과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2021년 포천시가 그동안 허가를 미루고 있었던 포천 석탄발전소 건물 준공을 허가하며 합의하는 과정에서 포천 석탄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가 중점을 둔 제안이 있었다. 그것은 주변 인근 마을에 석탄발전소를 감시하는 ‘시민감시단’ 운영이었다. 주변 지역의 대기 상태와 지질 오염 정도, 주민의 질병률 변화 등 석탄발전소를 가동할 동안 유해성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하여 폐해를 예방하자는 합의였다.

 

시가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재건하여 운영하자는 제안에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지방선거가 있었고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며 그간의 논의 사항은 물거품이 되어버렸을까? 시민과 약속했던 정책을 일방적으로 기업에 유리하도록 무산시킨 것인지 우려스러웠다. 주민건강과 안전을 담보하는 전반적인 감시활동을 통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당진시 송전선로 발전소 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 8년간 주민이 직접 기록하여 편찬한 투쟁 백서 ‘검은 하늘에서 만난 희망 여정’은 탈석탄 운동의 의미와 한계, 성과가 고스란히 담긴 아픔이었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또 미래를 살아갈 우리 모두의 바람처럼 밝고 맑은 세상을 꿈꾸는 포천시민에게 이제는 더 이상의 아픔이 없길 바란다.

 

이번 견학은 9월 15일 경기도와 경기환경 에너지진흥원, 경기에너지협동조합이 주최하여 45명이 함께한 견학이었다. 포천에 자리한 석탄발전소를 생각하며 더욱 귀를 기울였고 백각이 불여일행(百覺而 不如一行)인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