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완 칼럼]

옳고 그름이 없는 시대에 우리의 선택은 '배려'다

본지 취재국장

 

내 권리 또는 요구가 먼저라는

이기심을 버리고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겸손한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자

 

 

한 선배분이 사무실을 방문해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지금은 옳고 그름이 분명치 않은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한탄 섞인 말씀이 오늘따라 가슴에 와닿는다.

 

주변의 지인들을 만나면 요즘 경기가 예전 같지 않고 힘들다고 한다. 경제문제에 대한 토론이 지나쳐 급기야 '전 정부 또는 현 정부 탓이다'로 난장판이 된다. 모든 것이 정치로 귀결되는 우리의 풍토를 떠나 많은 경제 전문가의 분석을 살펴보자.

 

무역에 사용되는 기축통화의 달러 발권국인 미국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한 고금리 정책 유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하마스 전쟁의 불확실성 확대로 글로벌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또한, 미-중 갈등과 기술 경쟁 양상이 패권 다툼으로 격화돼 무력 충돌인 물리적 다툼까지 악화되지 않더라도 날 선 상태가 지속될지 여부다. 평화적 공존은 사라지고 있다. 대만 이슈가 부쩍 거론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중 헤게모니 다툼에서 선택지가 제한된 것이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공급망 위기에 대비 등은 물론 현시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나마 사우디의 네옴시티, 폴란드 등에 방산 수출, 초격차 기술의 친환경 선박 수출 등 활로를 모색한 의미 있는 성과는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 확대 영향으로 물가 상승, 경기 둔화 등에 따른 금리 유지로 기업과 가계 대출에 따른 연체율 증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요인이 부정적으로 작용해 경기 하강 국면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총체적인 위기 국면에서도 정치인은 여야 구분 없이 서로 '네 탓이다'며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우리는 여러 매체로 매일 목격하고 있다. 책임 정치는 온데간데없다. 보도된 여론조사에서 오죽하면 응답자 53.8%가 현역의원 교체를 해야 한다고 하겠는가.

 

'욕하면서 배운다'고 정치인의 이런 행동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공무원도, 시민도 익숙하게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인이 같은 내용 민원 상담에 팀장과 과장의 대응이 달랐다고 한다. 부정과 긍정으로 나눠진 답변이 어떤 기준으로 옳다, 그르다고 판단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는 차이가 아닐지 싶다.   

 

한 자치센터에서는 어제는 직원이 휴가 가고, 오늘은 팀장이 휴가 가서, 민원인이 업무로 방문해 상담하면 어제의 추진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민원인을 허탈하게 한 경우가 있다. 법적인 휴가 사용은 공무원의 당연한 권리로 옳다. 업무 연속성에 대한 민원 처리는 책임감으로 볼 때는 그르다. 잘못하면 직장의 갑질로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묘로 풀어야 한다.

 

민·관 관계자 회의에서 간혹 단체장은 시나 공무원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본다. 단체에서 먼저 어떤 것을 할 것인지를 제시 하지 않고 시나 읍면동에 이것저것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행동을 당연하게 옳다고 생각한다. 일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공무원 탓을 한다. 단체로 압력을 행사한다는, 우리는 표가 있다는 시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은 민원인에, 시민 등 단체는 공무원에, 나의 권리 또는 요구가 먼저라는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새롭게 의식을 정립해야 한다. 문화 시민, 인문 도시는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나보다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겸손한 마음이 행동으로 실천할 때 가능한 일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명언에서 "포천시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포천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자신에 물어봐라"고 달리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