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원 칼럼] 살며 생각하며

특별한 세대인 ‘우리 어린이들’을 생각한다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전 KBS프로듀서/아나운서

 

 

어린이는 ‘푸른 하늘을 나는 새,

푸른 벌판을 달리는 냇물처럼’

자유로워야 한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줄이어 있어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이 많은 기념일 중 행사가 성대하고 그 규모나 수 등에 있어 으뜸이 되며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는 기념일이 5월 5일 어린이날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린이는 우리 가정과 사회, 국가의 내일이고 미래의 소망인 새싹들로 보배이기 때문이다.

 

겨울이 끝나 3, 4월이 되면 아름다운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만물이 움이 터 소생을 시작한다. 나뭇잎은 새싹이 오르기 시작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보통 4월 초 순경에는 나무에 물이 올라 표피가 봉긋하게 솟아오르고, 싹을 틔울 준비를 한다. 새싹이 수줍게 잎을 열기 시작한다. 이때의 잎을 움 또는 눈초라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연녹색의 움은 돌잡이도 안 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에 해당한다.

 

꽃이 피고 움이 트는 4월을 지나노라면 본격적인 성장의 계절, 싱그러운 5월이 다가선다. 신록의 계절이다. 수필가 이양하 선생의‘어린애의 웃음 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오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이라는 수필 ‘신록 예찬’의 문구가 오감으로 새록새록 느껴지는 5월이다.

 

5월은 사람으로 말하면 어린이에 해당한다. 선생의 수필에서 느껴지는 오월과 어린이의 이미지는‘깨끗한 푸르름, 자유로운 활동과 도약, 맑고 순수함’등이다.

 

어린이는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

 

몇 해 전, 필자는 어린이날에 모 방송의 어린이날 특집 저녁 뉴스를 보고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 강한 충격을 받았다. 학원수업 등 방과 후 학습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의 실상과 그들의 생각, 느낌 등을 기사로 다루었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학원수업 세 시간, 저녁 식사 후 놀이 학습 한두 시간, 이어서 학교 과제, 학원 과제가 끝나니 벌써 자정이다. 일곱 시간가량 취침한 후 다시 오전 일곱 시대에 등교하는 어린이들 - 놀 권리와 자유를 잃고 혹사당하는 어린이의 인터뷰는 ‘차라리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하루만이라도 학원에서 해방되었으면 좋겠어요’였다.

 

‘축구, 농구, 줄넘기’등 놀이도 학습으로 하는 아이들의 소망은 ‘어른들이 빼앗은 우리들의 자유’를 되돌려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대도시 일부 가정이 어린이 학습능력 성취에 과몰입하는 것을 예로 든 기사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와 유사한 가정이 꽤 있으리라는 예측을 해본다. 방송 뉴스는 위와 같은 대한민국 어린이 기사에 이어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는 북한 어린이를 기사로 다루었다.

 

어린이는 주체 의식이 아직 부족한 성숙하지 않은 피교육자이므로 미래를 살아갈 인격과 다양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하여 어느 정도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모와 사회의 소유물이 아니기에 욕망대로 교육하고 학습시킬 수 있는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는 해로운 사회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하며 학대를 받거나 버림을 당해서는 안 되고, 나쁜 일과 힘겨운 노동에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 자유로운 활동, 약동하는 성장, 즐겁고 정다운 생활을 하여 희망찬 미래의 소망으로 자라날 권리를 가진 인격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른들과 가정과 사회가 그들의 자율성과 자유, 기본적인 인권마저 억압하는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알파세대 ‘우리 어린이’의

미래의 삶과 코로나 펜데믹의 고통

 

현재의 우리 영아, 유아, 어린이들은 모두가 소위 ‘알파세대’에 속한다. 알파세대(Generation Alpha)는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이 세대는 바로 전 세대, 1980대에서 2020년 이전에 출생한 지금의 20, 30대 ‘MZ세대’와 일부 유사한 특성이 있지만, 성장이 시작되는 영유아 시기부터 디지털 사회의 영향을 정면으로 받아들여 그것들과 더불어 살게 된 ‘디지털 원주민’, 소위 ‘신인류’라 불리우는 세대이다.

 

이들 중에는 이미 유아기에 스마트폰 등 모바일, 노트북, PC 등의 디지털 미디어 기기와 앱, 프로그램을 다루는 역량이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를 뛰어넘은 아이들이 꽤 있다. 어쩌면 인간보다 디지털 기기들과 먼저 소통하고 미래에는 AI 인공지능 로봇을 친구나 비서로 두고 살아갈지도 모르는 세대이다. 그리고 극도로 개인화된 그래서 더욱 외로운 삶을 살지도 모르는 기구한 미래의 세대일 수도 있다.

 

올 2월에 좀 특별한 초등학교 졸업식이 언론에 소개되었다. 대구의 모 초등학교 졸업식에서‘스마트 졸업앨범’이 배부되었다는 특별한 뉴스였다.

 

이 앨범은 스마트폰 앱에 사진·영상 등의 디지털 콘텐츠가 탑재되어있어, 학생들은 지금까지 학교생활과 학급 활동 등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감상할 수 있고 졸업생 한명 한명의 사진과 더불어 인터뷰 영상도 담겨 있어 친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으며, 얼굴 인식 및 AI 자동 분석 기능을 통해 자신의 사진을 모아보는 등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도 지원한다고 한다. 이 앨범을 접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았다고 한다. 올 2월에 졸업해 이 앨범을 만든 아이들은‘알파세대’의 최연장자인 2010년생 어린이들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알파세대가 코로나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아 각기 ‘초등학교, 유치원, 영.유아원 생활’, 기간으로 보면 근 3년간 ‘학습 성취도, 친구 등 인간관계, 사회생활, 육체적 정신적 성장’ 등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예를 들면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는 학업 성취도 분포에 있어 평균 성적을 중심으로 중위권 학생 수가 가장 많았으나 코로나 펜데믹 기간을 지나는 사이 중위권 학생이 상위권 또는 하위권으로 이탈하여 그 수가 줄거나 하위권 학생의 성적이 더 하락하는 현상을 교육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그러한 연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점이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코로나 펜데믹은 알파세대의 영유아, 어린이의 인간관계 형성에도 어려움을 주어 폐쇄적 인간관계, 개인주의적 가치관 형성을 더욱 심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코로나둥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는 2020년 이후 출생한 영유아를 특별히 명명하여 이르는 말이다. 이 아이들은 출생하면서 마스크를 쓰게 되었고, 가족 외에는 다른 사람들을 거의 만날 기회가 없었다. 코로나 전염을 우려해서 가족 외 사람들과의 집단적 만남을 금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주로 가족과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상대하며 소통하는 처지가 되었다.

 

코로나둥이 가운데에는 디지털 미디어 기기인 스마트폰의 재미있는 세상, 신기한 사이버 세상의 매력에 흠씬 빠져드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해 주위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써야 했고, 마스크를 쓴 사람만 보았기 때문에 인간이란 생명체는 원래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으로 인식했을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2020년 3월에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하였고, 2021년 4월에 마스크 의무착용을 하고 거의 2년이 지난 올 1월에 실내 마스크 의무착용이 해제되었다. 코로나둥이들은 3월에 어린이집에 등원하여 주저주저 망설이다 겨우 마스크를 벗었는데, 상대 아이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눈을 맞추지도 못해 고개를 숙이거나 외면하는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마스크를 벗은 맨얼굴이 너무 낯설게 느껴진 것이다. 순간적인 해프닝이라고 치부할 수만 없다는 생각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사리분별력이 떨어지고 모든 면에서 미성숙한 우리 영유아, 어린이의 심리와 인지 기능, 인간관계에 얼마나 부정적 영향을 주었을까,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까 등을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하고 가슴이 아려온다.

 

우리의 미래 어린이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펴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 그 미래에 함께 살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잘 알아야만 하고, 관심을 갖고 배려하며, 사랑이라는 물을 주어 잘 길러내야 한다. 알파세대의 아이들이 디지털 미디어 기기와 그곳에 있는 사이버 세상에 빠져들지 않고, 인간이 사는 오프라인 세상에 정감을 느끼고, 유대를 맺으며 잘 살아가게 육성해야 한다.

 

어린 나이에 코로나 팬데믹의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어른들과는 다른 능력과 인식과 정신세계를 갖고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알파세대의 아이들이 존엄성을 지니며 외롭지 않고 아름답고 자유롭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응원하고, 보다 좋은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모두가 잘 아는 어린이날 노래의 가사를 적어 그들을 생각하고자 한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이하 생략)

 

 

 

서재원 이력

. 창수초등학교, 포천중, 포천일고, 서울대 졸업

. 한국방송 KBS 편성국장, 편성센터장(편성책임자)

. 차의과학대학교 교양교육원장, 부총장

. 포천중.일고등학교 총동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