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예술문화 도시 통영과 품격 있는 인문도시를 향한 포천의 비교 연구

임승오 · 포천예총 명예회장

 

일찍이 인문도시로 지정된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인구 14만 명의 문화예술관광 도시 통영과 늦은 감이 있지만 품격 있는 인문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포천시와 예술적 정서, 창의 정신, 지역의 정체성에 관하여 비교해보고자 한다.

 

한려수도의 기점으로 빼어난 풍광과 삼도수군통제영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통영시라면, 포천은 생물권 보존 지역인 국립수목원과 유네스코 인증 세계적 지질 공원 한탄강과 산정호수 및 물 맑은 백운계곡에서 영평 8경에 이르기까지 물과 숲이 어우러지는 역사, 문화, 예술을 간직한 수도권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 하겠다.

 

통영에 임진왜란 시 세계 해전사상 유례없는 한산대첩을 이룩한 삼도수군통제영 초대 통제사 불멸의 영웅 충무공 이순신이 있다면, 포천에는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憂國衷情)을 토대로 많은 애국 활동 및 독립운동을 해온 면암 최익현 선생이 있다. 선생은 근대 최초의 불평등조약인 강화도 조약을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렸고 을사늑약에 대항하여 항일의병운동을 전개한 위정척사 운동의 선도자 역할을 했다.

 

통영의 전통예술로 남해별신굿, 승전무, 통영오광대가 있다면, 포천에는 국가무형문화재 포천 메나리와 오세철 풀피리, 300여 년 전부터 전승되어 온 포천 오가리 가노농악이 있다.

 

통영에는 ‘토지’, ‘김약국의 딸들’을 쓴 소설가 박경리 문학관이 있다. 포천에는 ‘자유종’, ‘화의 혈’, ‘옥중화’, ‘강상련’ 등 신교육과 개화사상을 고취하면서 당시의 부조리를 반영한 신소설의 개척자 동농 이해조 선생이 있으나 아직 문학관이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통영에는 대여 김춘수 유품 전시관과 청마 유치환 문학관이 있다. 포천에는 통영 출신의 극작가 유치진을 사사했고 ‘돌각담’, ‘북 치는 소년’, ‘민간인’ 등 디아스포라, 여백의 미로 성스러운 평화의 세계를 끊임없이 갈망하면서 전개되는 현대 시를 써 현재 문학도들에게 추앙받는 월남 시인 김종삼 시비가 고모 저수지 가에 세워져 있다.

 

통영에는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 있어 2015년 유네스코 음악 창의 도시로 선정되고 통영국제음악제와 국제음악 콩쿠르 등으로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38도선 분단의 아픔을 품고 있는 포천시도 38프린지페스타 및 예술제를, 6.25 한국전 참전 24개국을 초청하는 프로젝트 등을 기획하여 국제적인 행사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영에는 전혁림 미술관이 있다. 금강산 가는 길목 초입에 있는 포천에는 근대 6대 화가 중 한 사람이자 겸재 정선 이후 금강산을 가장 많이 그렸으며, 가장 잘 그린 최고의 화가인 소정 변관식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어 매년 포천 예술인들이 추모제를 올리고 있다.

 

또한 포천 출신이며 동아대학 학장을 역임한 국제적인 조각가 김광우 선생이 고향으로 돌아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던 중 안타깝게도 2년 전 소천하셨다. 고향 후배들은 평소 자유와 평화주의 사상, 자연, 우연,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항상 사랑을 몸소 실천한 그의 작품 세계를 뜻을 모아 추모하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김광우 미술관이 세워져서 대립과 갈등을 넘어 다양성과 포용으로 하나 되고 화합과 공존을 표방한 선생의 수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포천의 예술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통영에는 관광 명소로 한국의 몽마르트르라 불리는 동피랑 마을이 있다. 포천에는 폐석산에 치유의 개념을 도입하여 복합예술문화 공간으로 조성한 포천 아트밸리가 있다. 1960년대부터 화강석을 채석하던 채석장이 1990년대 이후 운영이 중단되어 방치되자 포천시가 친환경 콘셉트로 재탄생시킨 장소로 인간이 훼손한 자연에 맑은 호수가 생기고, 화강석 절개면 파사드가 또 다른 아름다운 자연을 생성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예술문화 공간을 조성한 모범적 재생 공간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이다.

 

통영에는 남망산 조각공원이 있다. 포천 산정호수 가에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거대한 작품들이 호수와 잘 어울리는 국제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위락 시설만 있어서는 그 생명력이 짧다.

 

먹거리와 즐길 거리 볼거리 느낄 거리와 예술문화가 같이할 때 관광의 효과와 지속성이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산정호수와 명성산 억새꽃 축제가 성공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지금 비어 있는 산정호텔, 즉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돌담병원으로 알려진 건물을 김광우 미술관으로 리모델링 하여 문화와 관광이 조응한다면 더 큰 효과와 소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통영에는 통영 8경이 있다. 포천에는 선열들의 역사적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영평 8경이 있다. 제1경 화적연은 높이 솟아오른 화강암괴가 흡사 볏 짚단을 쌓아 올린듯하여 화적연(禾積淵)이라 불리며 오래전부터 기우제를 지낼 만큼 신성시되는 곳이기도 하다.

 

조선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에 수록된 작품으로도 남겨진 화적연은 금강산 가는 길목 ‘경흥로’에 자리하여 많은 조선의 묵객들이 찾았던 장소이기도 하다. 그림에 그려진 두 선비는 아마도 화가 정선과 금강산을 같이 여행했던 겸재의 정신적 스승 김창흡 선생이라 사료된다. 제2경 금수정(金水亭)은 봉래 양사언 선생을 비롯한 한음 이덕형, 사암 박순, 농암 김창협, 사계 박세당 등 많은 묵객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제3경 창옥병(蒼玉屛)은 15년간 정승을 한 사암 박순 선생이 은퇴 후 거주한 장소로 선조가 박순 선생에게 내린 글을 비롯한 11점의 암각문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4경 낙귀정지, 5경 선유담, 6경 와룡암 7경 백로주, 8경 청학동 등에 아름다운 자연과 선열들의 한시와 전설 그리고 암각문이 새겨져 있어 포천의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보존의 가치가 높다 하겠다.

 

통영에는 호국의 성지 제승당이 있다. 한산대첩을 이룩한 충무공 이순신의 충절을 느낄 수 있는 성지 제승당 왼편에 역사적인 수루가 있다. 수루에서 앞바다를 내려다보며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는 이순신 장군이 시름에 잠기면서 읊은“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던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가 있고, 포천 금수정 앞에는 봉래 양사언 선생이 읊은 태산가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는 시비가 세워져 있다. 위 두 시를 비교하며 끝으로 포천이 인간다운 삶을 펼칠 수 있는 품격 있는 인문 도시로 향하도록 시민들의 끊임없는 노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