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얼어붙고 고장 나고"… 행복주택 '동파' 사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행복주택 '온수·난방 배관 동파' 사고, 해결책 없나

 

"단열시공 문제 있어."

4년째 매년 300여 세대 중 100세대 이상

온수관·난방 배관 동파 발생해

 

"이번 설 명절엔 온수관이 동파돼 음식도 못하고, 제대로 씻지도 못했어요."


국내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인 포천시에서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한 용정산단 행복주택 얘기다.

 

342세대가 거주하는 행복주택에서는 준공 후 4년째 매년 약 100세대가 '온수관 동파' 사고를 겪는다. 지난해 12월에도 2주 동안 60세대 이상이 온수가 나오지 않는데다 난방 배관까지 동파됐다.

 

현재 160명의 입주신청자가 있어 입주까지는 1년을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는 신규 아파트치고는 이상하리만큼 동파사고가 잦다.


이에 관리사무소의 업무도 가중된다. 직원이라곤 소장과 경리, 경비 2명이 전부다. 게다가 경비는 하루씩 교대로 근무하니 실질적으론 3명이다.


관리사무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온수를 조금씩 흘려달라", 또 "난방을 계속 돌려 달라"라고 수시로 실내방송을 내보낸다. 이 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마저 제기된다. 싱크대 물 흐르는 소리에 몇몇 주민은 노이로제에 시달린다.


온수관 동파 민원이 접수되면, 관리사무소는 직원을 보내 스팀해빙기로 온수관을 녹인다. 그러나 작업량에는 한계가 있다. 한 세대당 1~2시간 걸리니 많아야 하루 3~5세대가 고작이다. 민원 접수 순서대로 처리하다 보니 차례가 돌아오기까지는 3~4일 이상, 때로는 일주일 이상 걸린다.


급기야는 한 달 만에 또 겪는 동파사고로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 온수관을 녹이는 세대도 나타났다. 출장비용까지 포함하면 20만 원 정도다.


매년 반복되는 동절기 민원에 견디다 못한 관리소장은 외부인까지 불러들였다. 무거운 스팀해빙기를 운반해 온 60대 후반의 작업원은 "뜨거운 스팀 PVC관을 1시간 이상 잡고 있자면, 고무장갑을 낀 손이라도 화상을 입기 일쑤"라고 했다.

 


이어 "이번 겨울은 얼어도 너무 얼었다"라며 "북극발 한파로 인해 '포베리아(포천과 시베리아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라고 했다.


그는 입주민의 관리 태만도 문제지만, 구조적인 문제점도 지적했다. 온수관 등 수도관이 매립돼 있는 벽면에 단열 시공이 제대로 안 돼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그는 행복주택과 준공 시기가 엇비슷한 포천소방서 옆 '아이파크'에 살고 있는데, 민간 분양 아파트에서는 이런 동파사고를 단 한 건도 목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치려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 관계자는 "건축물 정기점검과 긴급점검, 건축물 생애 이력 관리시스템 등이 있지만, 준공 후 5년이 지나야 하고, 또 점검하려면 비용이 수반된다"라고 말했다.


한파는 매년 찾아오는 기상 현상으로만 인식되다가 지난 2018년 태풍, 집중호우 등과 같이 국민 생활에 중대한 피해를 주는 자연재해로 법제화됐다. 동년 9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개정되면서 한파와 폭염이 자연재난에 포함된 것.


자연 현상으로 인해 발생해 국민 생활에 중대한 피해를 주는 재해의 범주에 극한 저온·고온 현상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한파 발생 시 안전 취약계층에 대한 피해 보상과 지원이 법적으로 가능해졌지만 시의 대책 마련은 요원하다.


설 명절 얼어붙은 온수관은  일주일 후에야 녹이는 작업이 끝났다. 이명원 행복주택 관리소장은 "올겨울 강추위에 얼마나 더 민원이 들어올까 조마조마하다"라며 "매년 반복되는 동절기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