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완 칼럼]

'인의 장막'을 거둬내야 진정한 지도자다

본지 취재국장

 

말이 앞서고 꾸며대는 사람은 기용하지 말고

잘못을 인정하는 정직한 사람을 중용해야

 

장막(帳幕)이란 내부의 사실이나 현상이 보이지 않도록 막거나 가리는 사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반대로 외부의 사실 등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볼 수도 알 수도 없도록 막는다는 뜻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철의 장막'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인 파울 요제프 괴벨스다. 1945년 괴벨스는 처칠보다 한발 앞서 유럽의 '볼셰비즘화'를 경고하면서 제2차 세계 대전의 승전국인 미국, 영국, 소련의 지도자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소련의 팽창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 용어를 썼다.

 

또한, '죽(竹)의 장막'이라는 용어는 공산화된 중국이 1980년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시행되면서 90년대 사실상 걷히게 될 때까지 비공산권 여러 나라에 대해 배타적 정책을 취했다. 중국과 자유 진영의 국가들 사이에 가로놓인 장벽을 중국의 명산물인 대나무에 비유한 것인데 서방 세계가 접근할 수 없는 중국의 고립 정책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철의 장막'은 냉전 시대에 미국의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의 공산주의 진영이 날카롭게 대립하여 서로 물질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벽을 쌓은 것으로 실제로 동유럽 전체의 국경을 틀어막았다. 이와는 달리 '죽의 장막'은 중소 국경분쟁 등 내부에서 치열하게 벌어졌지만, 현재는 중국 내 대외 폐쇄주의로 재소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요즈음 세간에서는 '인의 장막(人의 帳幕)'이라는 용어가 흔하게 사용된다. 소통의 반대말인 불통을 나타내며 사람으로 장막을 쳐서 막아놓고 제한적인 대화 통로를 두거나 하달 통로를 두는 등의 형국을 가리킨다. 보통 지도자 주변의 측근들이 지도자의 눈과 귀를 가려 전횡을 일삼거나 권력을 얻기 위해 인의 장막을 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심각해지면 나라를 멸망으로까지 이끌기도 하였다.

 

이런 현상이 포천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시민 여론을 일부 치기 어린 사람들의 말과 행동으로 매도해서는 지도자는 물론이고 포천 시민의 불행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전대의 시정에서는 직원 개인의 일과 삶의 균형을 무시한 결재 행정 체계, 인허가에 대한 보신적 지연과 원칙 부재 등 독선적인 행위로 결국 시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포천시가 안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이번 시정에서는 실과소장의 책임행정이라는 의미는 온데간데없고 전형적인 형식 행정 또는 각자도생 행정이 공무원 의식속에 스며들어 정상화된 행정으로 진화되고 있다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지도자 편에 있는 것 같은 주민들을 옹호하는 일선의 장막 행정,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불량 참모의 침탈 행정, 퇴임을 앞두고 본인 성과의 입지 강화로 오비이락 하는 사업 행정 등 공정과 원칙이 사라지고 호가호위하는 세력이 득세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일의 책임은 오롯이 지도자의 몫이다.

 

시장은 기고문에서 '우리 포천시는 적극 행정을 장려하고, 소극 행정을 근절해 궁극적으로 시민에게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제대로 실천하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