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완 칼럼]

이러다 다 죽어!

포천좋은신문 국장

 

배우 오영수 씨가 연기한 오영일이라는 역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에게 외친 대사이다. "이러다 다 죽어!"

지독한 여름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해석해 보고 싶다. "이러다 다 죽어!"

 

필자가 대학을 입학한 1986년 모교 이공계 캠퍼스에는 '미친 개나리'가 피는 길이 있었다. 당시에는 모교 전산센터(지금은 다른 단과대학 건물이 서 있다)가 이공계 캠퍼스 정문에서 북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는데, 그 앞에 약 3~4m 정도 폭으로 심어진 개나리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 개나리가 '미친 개나리'라고 불리는 이유는 원래 꽃이 피어야 하는 초봄에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요즘 같은 초가을에 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학우들 사이에서 떠도는 설에 의하면 전산센터 건물에 이전에는 화학실험실들이 있었고, 미친 개나리가 피는 곳에 화학 폐기물들을 버리던 구덩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 위를 매립하고 개나리를 심었더니 개나리들의 유전자에 변형이 일어나서 가을에도 꽃이 핀다는 것이었다.

 

물론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미친 개나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분명히 사람에 의해 이런 일이 일어났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당시 교양 생물 시간에 수업을 대체한 강연에서 들은 내용이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성함이 기억나지 않지만 '유엔식량기금'에서 일하시다가 모교에 교수로 오신 교수님이셨는데, 기후 위기와 식량 무기화 등에 대해 강연하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여러분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우리나라는 아열대 기후가 되어 있을 것이다. 봄과 가을이 없어지고 우기와 건기로 계절이 바뀌게 될 것이다. 이런 지구 온난화라고 부를 수 있는 기후 변화가 인류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정설이다"라는 내용이다. 최근의 기후 상황을 30년도 전에 예견한 것이 너무 정확하게 들어맞아 팔뚝에 소름이 돋는다.

 

당시만 해도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라는 것이 완전 정설이 아닌 시기였다. 기후 온난화의 이유로 나타난 또 다른 주장은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설이었다. 지질학적으로 빙하기들의 사이를 간빙기라고 부르는데, 지금은 간빙기라서 지구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온난화가 된다는 주장이었다.

 

전 세계에서 이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최종적으로 '지구 온난화'가 인류의 산업 활동 때문이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유엔총회에서 결정한 것들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말이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단어이다.

 

포천에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있다. 2015년 제70차 UN 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의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지속가능발전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인류 공동의 17개 목표이다. 여기서 '지속가능발전'이란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반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 즉, 생태적(환경)으로 안전하면서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공간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제70차 UN 총회는 정의했다.

 

목표로 했던 2030년까지 이제 6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가능해 보이지 않아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라는 것이 가진 가치가 빛이 바래는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단어가 보통 사람들인 우리에게는 도무지 와 닿는 용어가 아니다. 지독하게도 더워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날씨가 하루아침에 선선하게 바뀌었다. 날씨가 선선해져서 머리끝까지 차오르던 열기가 가시자,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 등의 문제들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단어를 어떤 것으로 대체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떠오른 장면이 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하여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최근 2편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등장하여 '밈'이 된 장면이 있다.

 

배우 오영수 씨가 연기한 오영일이라는 역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에게 외친 대사이다.

 

"이러다 다 죽어!"

 

지독한 여름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해석해 보고 싶다.

 

"이러다 다 죽어!"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