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완 칼럼]

겉과 속이 달라도 넘지 말아야 할 線 있다

본지 취재국장

 

모든 사람은 이중성을 가지고 있으나 균형을 찾아가는 사람이 돼야  

겉과 속이 달라도 선을 넘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사람은 경우가 있어야 한다   

 

소싯적 집안 어른들께서 지나치게 도덕적이거나 도가 넘치게 관대하게 보이려는 사람은 늘 경계하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런 사람들은 우리가 자칫 방심하는 사이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자신과 관련 없는 일에는 이해와 배려를 강조하는 사람이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180도 달라지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사람의 이중성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19세기 중반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과 하이드'라는 창작 소설에서 실감 나게 나타난다. 그 당시 도시화, 산업화 가속화로 새로운 사회계층 형성에 따른 도덕적 가치에 대한 논의와 변화가 진행되면서 기존의 가치와 충돌이 일어났다. 이에 따른 사회적, 과학적, 도덕적 변화에 반응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작품 속 주인공은 화학적 약물로 인격을 바꾸어 사는 이중생활에서 시작된다. 욕망의 악한 인격체인 하이드와 선한 인격의 지킬 박사라는 이중성격의 상징적 표현을 통해 도덕적 가치를 다뤘다. 당시 사회의 심리적 동요와 불안을 반영한 인간 본성과 심리를 탐구한 작품으로 고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사람들의 이중성은 본능과 이성, 개인적 욕망과 사회적 의무, 내면적 감정과 외면적 행동 사이에서 겪는 긴장과 갈등에서 비롯되는 숙명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완전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내면에 숨겨진 이중성을 이해하고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이 또한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숙명인지 모른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하이드와 지킬박사처럼 이중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다. 평소에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운전대만 잡으면 과격해지는 사람, 집과 바깥에서 행동과 성격이 전혀 다른 사람, 외향적으로 사교성이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하는 사람 등 어떤 사람이든 저마다 숨겨진 모습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물질적인 추진력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에 젖어 황금 만능주의로 찌들어 있는 우리 사회는 계층, 세대, 지역, 성별 등 다양한 갈등 요인으로 공동체 의식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의 욕망과 욕구가 문명 발전에 하나의 원동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지나친 탐욕은 자신과 타인, 사회 질서의 연결 고리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에서 우리 사회가 공정한 편이라는데 동의하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34.9%였고, 3명 중 2명꼴인 65.1%는 동의하지 않았다. 지난해 19~75세 남녀 3천95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2023년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불공정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득권의 부정부패'(37.8%)가 가장 많이 꼽혔고, '지나친 경쟁 시스템'(26.6%), '공정한 평가 체계의 미비'(15.0%), '공정에 대한 사람들의 낮은 인식'(13.0%), '계층이동 제한과 불평등 증가'(7.6%) 순이었다.

 

기성세대는 주위의 시선과 관계 중시, 조직과 권위에 대한 존중, 위계질서 등을 중요시했다면, 흔히들 MZ세대로 표현되는 젊은 세대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개성과 자기표현 추구, 일과 삶의 균형 중시, 직장·사회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심과 법 존중 의식은 국민 다수가 부정적 평가에 가까운 편이다. 내로남불 이중적 의식의 부도덕, 부패적 행태가 사회 저변에 스며들어 일부에서는 당연시하는 듯한 분위기로 흐르면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역사회 곳곳에서도 부도덕한 위선적 행위를 하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신의 탐욕만을 위한 후안무치 정치인, 공사를 구분 못 하는 안하무인 조합장, 책임을 방기하는 결정장애 이장, 도덕심을 잃어버린 통장, 수 개월간 업무를 이행하지 않는 공무원, 납품 사업자의 돈을 떼먹은 기업인 등 우리의 주변에는 조심해야 할 사람이 너무도 많다. 겉과 속이 달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線)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