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임종훈 의원은 집행부의 거수기, 당리당략에 맹종하는 의회를 만들어야 성에 차겠는가?

김현규 포천시의원

 

정치 야합으로 손바닥 뒤집듯 합의를 부정한 것도 모자라, 스스로 협치를 차버리고 특위 의결권을 무력화시킨 장본인이 ‘식물 의회’를 거론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실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따로 없다. 그렇다면, 내로남불은 말할 것도 없고 임종훈 의원이 이전 정례회에서 보인 행태대로라면 집행부 거수기, 당리당략에 맹종하는 의회를 만들어야 성에 차겠는가?

 

 

사람에게는 넘지 말아야 할 선(線)이 있다. 막말을 제아무리 소고(小考)라는 이름으로 포장해도 막말은 막말일 뿐이지만, 여기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소고란 사전적 의미로 “체계를 세우지 아니한 단편적 고찰”을 뜻하는데 난데없이 식물 의회 운운하며 동료의원들에게 날을 세운 포천시의회 운영위원장 임종훈 의원의 막말은 소고라 하기에도 민망하다.

 

지난해 12월, 시의회 정례회에서는 포천세무서 이전부지 매각 등 공유재산 변경 관리계획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이 제출한 원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했고, 임 의원은 지난 11일 언론 기고를 통해 민주당 의원 스스로가 의원의 권한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사람에게는 염치가 있다는 점이다. 염치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나아가 자기성찰로 성장의 기회를 얻게 한다.

 

그렇다면 임 의원은 동료 의원들의 이번 표결 불참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그는 이미 제5대 의회에서 표결에 불참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간 이력이 있다. 그것도 시민의 복리와 하등 무관한 의장단 선거에서 당리당략(黨利黨略)을 위해 표결에 불참했다. 그런 자가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지방의회 권한 포기’, ‘대의민주주의의 바른 작동’을 운운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 정도면 몰염치와 내로남불의 가히 총체(總體)라 할 만하다.

 

임 의원은 또 기고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당론(黨論)’을 이유로 표결 불참을 반복하고 심지어 ‘대수롭지 않게 패스’했다는 표현까지 썼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게 이런 기분일까.

 

사실을 말하자면, 애초에 당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동료 의원 간에 세무서 이전부지 졸속매각의 부당함과 절차적 하자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단언컨대 당론은 그저 임 의원의 망상에나 존재하는 허구일 뿐이다.

 

또, 본 의원과 여러 의원은 5분 자유발언, 의사진행발언, 질의응답 그리고 찬반 토론 등 가용한 모든 방법을 통해 세무서 이전부지 매각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설득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뿐인가. ▲세무서 이전 추진위원이던 의장의 표결 참여 문제 ▲원안 상정의 절차적 정당성 ▲만장일치로 합의한 수정안을 번복하려는 반(反)의회주의에 맞서 공명정대한 의사진행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안면몰수, 후안무치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지만, 의회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특위 무력화, 날치기 표결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불참을 선언했다. 즉 표결 불참은 ‘절박하고 간절한 대(對)시민 호소’라 할 수 있겠다. 임 의원은 평소 얼마나 눈 감고 귀 막은 의정활동을 해왔길래 동료 의원들의 고뇌에 찬 결단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폄훼하고 멸시하는가?

 

임 의원이 쓴 소고(小考)라는 이름의 막말은 식물 의회라는 표현에서 절정에 이른다. “토론과 표결에 적극 참여함으로 식물 의회가 아닌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포천시의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쯤 되니 동료 의원으로서 자괴감이 들 지경이다. 대관절 임 의원은 식물 의회의 뜻을 아는가. 누가 식물 의회를 만들고 있는가.

 

정치 야합으로 손바닥 뒤집듯 합의를 부정한 것도 모자라, 스스로 협치를 차버리고 특위 의결권을 무력화시킨 장본인이 ‘식물 의회’를 거론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실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따로 없다. 그렇다면, 임 의원이 말하는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의회’란 도대체 무엇인가. 내로남불은 말할 것도 없고 임 의원이 이전 정례회에서 보인 행태대로라면 집행부 거수기, 당리당략에 맹종하는 의회를 만들어야 성에 차겠는가?

 

지금은 정례회 이후 의회의 갈등을 봉합하고 산적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여야가 다시 손을 맞잡을 때다. 이 와중에 의회 운영을 책임지는 운영위원장이 편협한 자기주장으로 되려 의원 간 분란을 조장하고 갈라치기 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모르겠다. 운영위원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통렬한 자기반성, 사죄와 함께 본인의 막말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사고(思考)의 빈곤, 정치철학의 부재가 빚어낸 경솔한 언어는 더 많은 갈등과 분노를 조장할 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장으로 만드는 일에 시간을 더 이상 허비해서는 안 된다.

 

갑진년(甲辰年) 새해, 소통과 신뢰의 언어로 서둘러 분열을 봉합하고 협치를 복원해야 한다. 포천 의정(議政)의 품격과 비상을 염원하며 시민 행복, 포천의 더 큰 미래를 여는 일에 우리 의회가 앞장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