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완 칼럼]

익숙한 무관심에 속아 소중한 예산이 녹는다

본지 취재국장

 

한내교 등 교량 3개소에 설치된 꽃장식 화분,

2019년부터 총 4억여 원 일회성 예산 투입해 

이제는 사업을 접어야 할 때이다.

 

 

꽃을 덜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축하할 일이 있거나 소소하게 기분 전환이 하고 싶은 날, 사랑의 기쁨에 겨워  왠지 꽃을 선물하고 싶은 날이 살아온 세월이 많은 이들에게는 한 번쯤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마음에 끌려 작은 손품과 발품을 파는 수고를 하지 않는 한 우리는 그것에 대한 소중함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온전히 자신의 취향에 맞는 꽃을 고르는 일에도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다. 나름의 꽃꽂이를 하거나 분갈이하는 등 정성을 쏟을 때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을 느낀다.

 

포천 시내에는 포천천을 가로지르는 여러 개의 다리가 있다. 포천교, 반월교, 한내교 등 다리 난간에는 봄꽃, 가을꽃으로 단장한 화분들이 줄지어 걸려있다. 2019년쯤인가 웨이브페튜니아 등 여러 꽃이 섞여 처음 설치된 것을 보았을 때 참으로 정겨워 향기도 한번 맡아보고, 조심스럽게 꽃잎을 만져본 기억이 새롭다.

 

다리에 꽃장식 화분 설치는 그 당시 새로운 구상으로 다채롭고 산뜻한 환경 조성과 맞물려 신선함으로 다가와 많은 시민의 기쁨과 사랑을 받았다. 

 

포천천 물길 따라 조성된 산책길 등 다양한 공간이 조성되면서 언제부터 인가 흐르는 시간을 통해 꽃 화분은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다. 시민이 품을 팔지 않는 꽃이 사랑을 받겠는가? 그냥 눈요기로 있는 듯 없는 듯이 자리해 시민의 무관심에 존재의 가치를 상실하는 이즈음에 다수의 시민은 이 사업을 접어야 할 때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물론 일부 시민은 도시가 깨끗하고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꽃 화분을 철거하는 데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익숙함에 빠져 여태까지 별 탈 없이 예산을 써왔는데 괜찮다고 넘어가선 안 된다. 시민 정서, 예산의 적정성, 경제적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사업 폐지를 고민해야 한다.

 

올해는 3곳의 다리 난간에 봄, 가을꽃 장식 화분으로 6천여만 원을 투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찰서부터 강병원 다리까지의 43번 하천변 난간에도 설치해 2천여만 원을 사용했다. 지난 5년간 총 4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예산 낭비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이다. 

 

이번 계기로 각 읍면동에 일회성 계절 꽃을 심는 등 일상적 예산 사용도 되돌아봐야 한다. 다년생 꽃이나 꽃나무 등을 심는 대체 방안도 있을 것이다. 이보다 먼저 인도 및 도로 주변에 잡초 등을 제거해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