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왜 지금 기본소득을 논의해야 할까

이흥구 행정학박사

▲이흥구 행정학박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가,

그리고 아날로그 세계에서 빠르게 디지털화를 이룬 우리나라가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까?

이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인류의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다.

우리가 논의하는 '기본소득'은 인류 미래를 설계하는 논의의 시작이다.

 

 

포천의 대중교통은 대도시와 비교하면 열악하다. 이를 누구 탓할 수 없는 것이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고 넓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천에서는 많은 성인이 차를 운행한다. 이런 이유로 포천은 서울에 비해 이른바 카센터로 불리는 자동차 정비업소도 많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점차로 그 카센터가 줄어들고 있다. 왜 그럴까? 정비업 관계자의 이야기는 이렇다.

 

우리나라 자동차 기술이 좋아지면서 전보다 자동차의 고장이 크게 적어졌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오일교환 등의 유지보수가 대부분이고 대부분 부품을 교환하는 정비이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부품비용을 제외하면 실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전기차 등으로 차종이 빠르게 바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기자동차가 되면 수리할 일이 더 없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긴 전기자동차는 자동차의 내연기관과는 전혀 다르다. 우선 엔진이 없고, 변속기 즉 기어가 없어진다. 또 한 라디에이터도 없으니 오일이나 냉각수 타이밍벨트 등도 필요 없다. 전구도 led로 바뀌니 교환 유지 보수할 것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소재 산업이 발전하면서 어쩌면 타이어조차도 교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옛날에는 TV나 라디오를 수리해주는 전파상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가전제품이 디지털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앞으로의 자동차는 지금의 스마트폰에 가까운 디지털 제품이 될 것이다.

 

이런 현실에 몇몇 자동차 정비기술자들이 전기차 수리기술을 배우려 하지만 많은 경우가 중도에 포기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동차 정비기술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실업의 문제는 정비기술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운전직도 비슷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특히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화물차 등은 무인자동차로 대체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몇 곳에서 이미 시험 운행을 하고 있다. 이런 디지털화 4차산업혁명은 산업구조를 변하게 할 것이고 많은 실업의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 주위의 많은 중소공장도 사람들이 생산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중소규모 공장도 이러니 대규모 공장은 그 전환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이런 실업의 문제는 결국 기업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를 만들어도 많은 사람이 실업자인 상태에서 구매력이 없는데 어떻게 자동차를 팔 수 있을까? 생산해도 소비할 사람이 없으면 기업도 결국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구조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평생 자동차 정비로 살아온 사람이 유튜브 창작자가 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혹 일부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는 실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노동구조가 전환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그들을 보호해야 할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것이 '기본소득' 개념이다. 냉정하게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적 관점에서 말한다면 시장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재정정책의 일환이다. 기업의 상품을 소비시킬 재정투입이다. 이렇게 본다면 '기본소득'은 사회주의적 개념이 아니라 매우 자본주의적 시장 친화적 발상이다.

 

사실 우리는 전 국민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했을 때 투입한 것 이상의 경제 활성화를 경험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상인은 현재 5차 재난지원금도 금액을 낮추더라도 전 국민 지급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실 처음 정치 경제학계에서 '기본소득' 개념이 등장했을 때 먼 미래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러나 빠른 산업구조의 개편과 코로나 위기를 경험하면서 당면한 현실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가, 그리고 아날로그 세계에서 빠르게 디지털화를 이룬 우리나라가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까? 이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인류의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다. 우리가 논의하는 '기본소득'은 인류 미래를 설계하는 논의의 시작이다.

 

내년의 대통령선거는 대한민국과 인류의 미래 비전을 만들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