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박윤국 전 포천시장, 노곡리 오폭사고 1주년 기고

<이대로 가시겠습니까? 더 이상은 안됩니다>

 

2025년 3월 6일, 포천 이동면 노곡리의 평온한 일상은 단 몇 초 만에 무너졌다.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은 마을을 강타했고, 주민들의 삶은 그날을 경계로 이전과 이후로 갈라졌다. 폭발음은 잠잠해졌지만, 마을의 시간은 아직도 그 자리에 멈춰 있다. 그날 이후 노곡리의 계절은 바뀌었어도, 일상은 돌아오지 못했다

 

국가 재난으로 불렸던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의 일상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보상은 지연되고, 정신적 치료 지원은 사실상 중단되었으며, 피해 범위를 둘러싼 행정 경계 논란은 주민들 사이의 갈등마저 남겼다. 국가의 책임은 정말 끝난 것인가. 포천시는 지난 1년간 무엇을 했는가.

 

1년이 지났는데, 왜 ‘체계’가 없나

 

재난의 본질은 회복이고, 회복의 핵심은 지속성이다. 그런데 노곡리에서 확인되는 것은 회복과 지속이 아닌 단절이다. 심리지원은 끊기고, 실태조사는 부재하며, 사격훈련 정보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여기서 포천시정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윤석열 정부의 국가와 군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래서 지자체 행정이 더욱 중요하다. 재난의 최전선에서 주민을 붙드는 것은 시 행정이고, 주민의 삶을 ‘제도’로 연결하는 것은 리더의 결단이다.

 

행정 경계 하나로 갈라진 고통, 시정은 무엇을 조정했나

 

그런데 지금의 포천시는 어떤가. 충격을 겪었는데 행정구역 경계 하나로 지원이 갈렸다. 그 결과는 억울함이 아니라 갈등이었다. 이동면 노곡3리를 비롯하여, 일동면 사직리·화대리·수입리 등 일부 피해 마을은 단지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보상에서 소외되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공포를 겪었고, 같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행정의 선 하나로 고통의 무게가 갈라진 것이다.

 

지자체는 갈등을 조정하고, 기준을 재검토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하고, 국방부와 협상하는 정치의 행정이 필요하다. 시장은 정년을 연장하는 자리가 아니다. 결단하는 자리다. 그럴듯한 선언만으로는 일이 굴러가지 않으며, 중앙과의 연결·협상 경험이 있어야 실행이 된다.

 

그런데 현 시정은 결단 대신 “절차” 뒤에 숨고, 조정 대신 “관행”에 기대고, 해결 대신 “시간”에 기대는 모습이 보인다. 주민의 고통은 경계선 앞에서 멈추지 않는데, 행정은 경계선에서 멈춰 서 있다.

 

“컨트롤 타워의 부재”, 시민 안전은 누구에게 맡기나

 

노곡리의 불안은 오폭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 사격장과 훈련장이 밀집한 포천의 구조 자체가 주민의 일상 안전과 충돌한다. 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고지·대피·협의의 제도화다. 그러나 훈련 정보가 주민에게 직접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비판은 계속된다.

 

재난 시 컨트롤 타워 부재로 시민의 안전을 방기한다면, 포천시정은 존재 이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시정의 역할은 민원을 접수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주민 안전을 규칙으로 만들고, 국가와 군을 움직이게 하는 데까지 가야 한다.

 

내가 최근 국방부 장관을 직접 면담하여, 오폭 피해지역에서 누락된 지역의 재조사와 보상을 공식 요청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포천의 군 관련 구조 문제는 “유감 표명”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미흡’이 재난을 2차로 만든다

 

재난에는 1차 피해가 있고, 2차 피해가 있다. 오폭이 1차라면, 지연·방치·축소·무책임은 2차다. 지금 노곡리에서 주민들이 체감하는 분노는 “폭탄이 떨어졌다”는 사실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폭탄이 떨어진 뒤, 행정이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데 있다. 행정은 시스템으로 말해야 한다. 피해 조사—보상 기준—심리지원—주민 고지—재발 방지. 이 다섯 축이 하나의 사슬로 이어져야 한다. 눈앞의 예산 집행은 했을지 몰라도, 주민의 회복을 담보할 장기 계획과 상시 체계의 미흡이 노곡리 주민의 일상을 오늘까지 붙잡고 있다.

 

포천은 더 이상 ‘희생의 도시’로만 남아선 안 된다

 

포천은 분단 이후 국가 안보라는 명분 아래 일방적인 희생을 감내해 왔다. 이제는 그 희생을 “당연한 일”로 취급하는 관성을 끊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행사 한 번, 사진 한 장이 아니다. 지속되는 회복, 제도화된 안전, 경계 없는 보상, 국가가 책임지는 신속한 보상과 심리지원이다. 그리고 포천시정은 더 이상 “국가 탓”만 하며 책임을 분산시키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민이 고통을 말하면, 행정은 결과로 답해야 한다. 노곡리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 봄을 데려오는 일은 국가와 군(軍)만의 일이 아니라 포천시정의 책무다.

노곡리 그리고 포천시에 다시 봄이 돌아오길 소원(所願)한다.

 

前포천시장 박윤국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