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문학산책

아시아의 그랜드 캐니언을 만나다

장선옥 · 한국문인협회 포천지부 부지부장

 

 

아시아의 그랜드 캐니언을 만나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협곡중 의 하나로 불리는 태항산 대협곡에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일명 종합병원이라 불리는 나는 중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태항산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일행에게 짐이 될 수 없어 제일 먼저 챙긴 것이 약 보따리였다.

 

첫날은 28명의 일행과 만남의 반가운 인사와 함께 중국 지난 공항에 도착해 현지 가이드와 만나 4시간에 걸쳐서 임주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는 것으로 특별한 일정은 없었다.

 

둘째 날, 중국 임주 태항산 대협곡의 시작이었다. 사실 중국 태항산은 산은 아니고 산맥인데, 부르기 쉽게 태항산이라고 줄인 것이라고 한다. 남북으로 600km, 동서로 250km 달하는 광대한 협곡으로 중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만큼 자연풍광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다만 한 가지 3년째 가뭄으로 인해 장관을 이룬다는 폭포수가 약하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이날 일정은 1200계단을 오르고 또다시 3000계단을 내려오는 코스로,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태항산 입구 주차장 버스에서 내리는 우리를 향해 우르르 몰려들은 노인들 손에 모두 지팡이 몇 개씩 들고 있었다. 이번 중국 여행길에 처음 만나는 모습이었다. 하나라도 팔겠다고 우리 일행을 따라 붙는 그들의 치열한 경쟁을 보면서 오늘 오르는 이 협곡이 과연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험난한 길에 먼저 맞닥뜨린 곳은 구련 폭포(도화곡에는 정말 멋진 폭포들이 많은데 그중 가장 크고 아름답다). 우리 일행은 그곳에서 원주민들이 팔려고 '천원, 천원' 외치는 과일을 사서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마시고 계속해서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우린 일명 '빵차'(길이 너무 구불구불하기에 반대편 차선이 보이지 않으니 빵빵 클랙슨을 올리는 게 필수라 붙여진 이름)를 탔다. 우리는 빵차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가다가 멋진 곳에서 내려주면 그곳을 구경하고 또 빵차를 타고 이동했다. 빵차는 U자 형태의 길도 그리 빨리 달릴 수가 없다. 무서움, 스릴, 환상의 조합이었다.

 

빵차를 타고 처음 이동한 곳은 해발 1200m에 있는 천경. 이곳에서도 인증샷 한 컷을 찍었다. 또 빵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천 길 낭떠러지에 있는 유리 전망대였다. 너무 무서워서 들어오지도 못하는 일행도 있고, 아예 주저앉아서 걷는 일행도 있다. 나는 이곳에서 부근의 풍광을 눈으로 한번 내 마음속에 스케치하였다.

 

이곳에서 실컷 장난을 치고 우린 또 빵차를 타고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우리는 빵차에서 흘러나오는 한국가요를 하나둘 따라 부르며 모두 흥겹게 다음의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오늘 일정의 고비다. 이곳은 왕상암의 명물인 높이 88m, 직경 3m, 331개 계단의 원통형 사다리, 일명 달팽이관이라 한다. 가이드는 고소공포증이나 현기증이 있거나 다리 아픈 사람은 다시 빵차를 타고 돌아가라 한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모험심이 강하다. 스릴도 좋아한다. 당연히 난 달팽이관을 내려오기로 결정하였다. 달팽이관만 331계단이고, 오늘 총 내려가야 할 계단은 3000계단이다. 한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무사히 나는 오늘 일정을 소화해 냈다. 하지만 조금은 종아리가 아프다. 미세 먼지가 좀 있긴 했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을 수 있어 행복한 일정이었다.

 

셋째 날, 비가 온다. 불길하다. 오늘 일정은 왠지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일정이 있으니 부딪혀 본다. 오늘은 협곡 풍경이 백 리 화랑으로 펼쳐진 '회룡-천계산'(하늘과 산의 경계). 태항산 풍경구의 하이라이트로 전동카를 타고 산맥을 360도 돌면서 태항산의 멋진 절경을 감상하는 코스다.

 

우린 버스를 타고 아찔한 절벽 도로를 올라갔다. 이 절벽 도로에는 13명의 곤산 마을 주민이 외부로 나가기 위해 수직 암벽으로 이루어진 좁은 협곡에 도로를 만들기 시작하여 30년 동안 공사하여 완성한 세계 8대 기적으로 불리는 1250m의 긴 동굴도 있다.

 

아침의 불길함은 적중했다. 천계산 입구까지 가는 것은 어찌어찌하여 갔으나 예상치 못한 어제의 폭우와 오늘의 안개로 인해 산은 통제됐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순간 나는 작년 이맘때 백두산에 가서 함박눈으로 인해 천지를 보지 못한 악몽이 되살아났다.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우리 일행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너무나 아쉬웠다. 연신 나의 입에서는 아쉽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었다.

 

나는 중국 여행을 하면 향상 시차 때문에 음식을 못 먹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선 원 없이 먹고 마시고 왔다. 일행들의 가방은 무슨 보물 상자처럼 끝도 없이 먹을거리가 나왔다. 준비해 온 음식들과 현지식은 정말 끝내주는 조합이었다. 일명 종합병원인 나를 위해 함께한 일행들의 희생과 봉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우리보다 96배나 넓은 땅과 13억 인구의 거대한 중국이니 태항산 대협곡도 과연 중국답게 거대하다고 느끼며 가슴속 깊이 아름다운 풍광을 많이 담고 왔다. 행복했다.

 

 

 

장선옥 (宣怡)

경북 김천 출생

대진대학교 졸업 문학사 학위

대진대학교 법무행정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사)한국문인협회 포천지부 11(2014년)기 문예대학 수료

(사)한국문인협회 포천지부 부지부장

2020년 한국작가협회 시부문 등단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작가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