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

'어처구니없다'의 유래는?

재미있는 우리말 10가지

 

 

1. 어처구니

 

첫째, 궁궐의 전각이나 남대문 같은 문루의 기와지붕 위에 사람이나 갖가지 기묘한 동물들의 모양을 한 토우(土偶: 흙으로 만든 인형)들이 있는데 이를 '어처구니'라고 합니다.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의 유래는 궁궐, 또는 성문을 짓는 와장(瓦匠)들이 지붕의 마무리 일로 어처구니를 올리는데, 이걸 실수로 잊어버리는 경우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둘째,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입니다. 그 무거운 돌 두 짝을 포개어 놓고 한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손잡이가 없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아'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2. 시치미

 

전혀 모르는 일인 양 딴청을 피우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시치미는 사냥에 쓰려고 길들인 매의 꽁지 깃털에 매달아 놓은 마름 모양의 뼛조각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입니다.

 

시치미에는 주인의 이름도 적혀 있었고, 길들인 사냥매는 '해동청'이라고 하는 유명한 중국 수출품이어서 꽤 고가였습니다.

 

길들인 매라고 하지만 꽁지에 매달린 시치미만 똑 떼어버리면 야생매는 물론 남의 물건과도 구별할 길이 없습니다.

 

3. 꼽사리

 

청하지도 않은 사람이 슬며시 끼어들어 올 때 '꼽사리 끼지 말라'고 합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낀다는 살에는 역마살, 도화살, 공방살 등이 있습니다. 한 가지 살만 껴도 세상 살기가 어려운데 살이 곱으로 끼는 것이 '곱살이 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치 않는 사람이 끼어들면 '곱살이' 끼지 말라'고 했는데, 이 말이 '꼽살이'로 변했습니다.

 

4. 팽개치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록 확 집어 던지는 걸 팽개친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대나무나 싸리 가지 끝을 여러 갈래로 쪼개서 흙을 채워 넣고는 새들이 있는 쪽으로 힘껏 내동댕이칩니다. 그러면 후두둑하는 소리에 새들이 쫓겨가도록 한 것이지요.

 

대나무나 싸릿가지로 만든 그 도구의 이름이 바로 '팡개'입니다. 즉, '팡개'친다고 했는데 이것이 '팽개치다'로 변했습니다.

 

5. 뜬금없다

 

조선시대 말단 벼슬 중에 '말감고'라는 벼슬이 있었습니다. 말감고가 하는 일은 그날그날 장에 나온 물건의 수요와 공급을 조사하여 가격을 결정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이 기준 가격을 공지해야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즉, 말감고가 매일 금(가격)을 띄워야(공지) 거래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그 기준이 되는 가격을 '뜬(띄운) 금(가격)'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뜬금없다'라는 말은 띄운 금이 없는, 곧 시세가 없는 황당한 경우를 이르는 말하며, 지금은 갑작스럽거나 엉뚱한 경우를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6.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

 

옛날 시골 토담집 같은 가옥 구조에서 흙벽을 조그맣게 뚫어 창틀을 대지 않고 그냥 창호지를 발라 붙인 일종의 통풍과 채광을 위한 창을 봉창이라고 했습니다. 이 봉창은 열고 닫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촌사람이 방안에서 자고 있다가 밖에서 누가 부르니 잠결에 문인지 창인지 구분 못 하고 봉창을 문인 줄 알고 열려고 더듬거리다가 내는 소리가 바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했습니다.

 

7. 터무니없다

 

'터무니없다'는 말은 '터의 무늬가 없다'는 말에서 유래했고, '터무니없다'의 줄임말이 '턱없다'입니다. 터의 무늬(자리)가 없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는 뜻입니다. 


터무니는 터+무늬에서 유래한 것이고, 터는 본래 집이나 건축물을 세운 자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집을 허물면 주춧돌 자리나 기둥을 세웠던 자리들이 흔적으로 남아 있게 되는데, 흔적(무늬)조차 없는 경우에는 그 자리에 집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터의 무늬(자리)가 없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는 뜻이 됩니다.

 

8. 조바심

 

옛날 4대 곡식으로 쌀, 보리, 밀과 더불어 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타작은 옛말로 ‘바심’이라고 했는데, ‘조’ 타작이 조바심의 유래가 된 것입니다.

 

조를 수확할 때는 이삭을 잘라다가 한꺼번에 두드려서 텁니다. 그런데 조는 두껍고 질긴 껍질에 겹겹이 쌓여 있어서 타작을 하려면 조 이삭을 모아놓고 아예 부술 정도로 두드려야 탈곡이 되므로 옛 농부들은 ‘조’ 탈곡을 가장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니까 농부들에게는 ‘조바심’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것입니다.

 

9. 산통 깨다

 

'일을 그르치게 하다'라는 뜻으로, 길이 10cm가량의 향나무나 금속 혹은 대나무를 에어 괘(卦)를 새긴 것을 산 가지 또는 산대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산대를 넣은 통을 산통이라고 합니다. 점을 칠 때 산통을 대여섯 번 흔든 다음 산통을 거꾸로 들면 그 구멍으로 산 가지가 나옵니다.

 

이 산 가지의 괘로 점을 치는 것을 산통점이라고 합니다. '산통 깨다'는 산 가지를 집어넣는 산통을 깨버린다는 것이므로,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뒤틀어 버린다는 뜻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10. 벽창호

 

앞뒤가 꽉 막힌 고집불통을 우리말로는 '벽창호'라고 하는데, 이 말은 원래 '벽창우(碧昌牛)'에서 나온 말입니다. 

 

평안북도의 벽동(碧潼)과 창성(昌城) 지방에 가면 다른 지방에 비해서 소(牛)가 크고 억세다고 합니다. '벽창우'는 이렇게 '벽동과 창성의 소(우)'라는 말의 첫 글자를 떼어낸 '벽창우'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게다가 이 지방의 소들은 제 기분에 맞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는 고집불통이었으며, 모르는 사람이 와서 끌고 가려고 하면 고집스럽게 버텨서 웬만한 어른들도 다루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