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정치

어렵게 확보한 국비 불용처리한 포천시... 왜?

김현규 의원 "백 시장은 취임 후 1년이 되어 가는데 국도비 사업 전반에 대한 파악은 다 하고 있는가"


포천시의회에서 집행부의 예산 이월·불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3일 열린 제17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시정질문을 통해서다.

이날 김현규(민주) 의원은 포천에코그린산업단지의 개발과 관련해, 진입도로 개설공사가 지연되면서 사업완료 예정일이 연기되고, 이로 인해 총사업비 중 23억 4800만원의 국비를 이월시키지 못하고 불용 처리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백영현 포천시장은 역점사업에 대해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했는데, 국비예산을 제때 사용하지 못해 불용 처리한 것"에 대한 정면 비판으로 보인다.

포천에코그린산업단지는 30만㎡ 규모로 2019년 9월에 착공했으며, 올해 7월로 준공시기가 미뤄졌다. 이 산단은 펄프․종이 및 종이제품 제조업, 식료품 제조업 등의 업종이 유치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포천시는 이 산업단지에 진입하는 도로 개설공사를 위해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비를 지원받았다. 이 진입도로는 신북면 만세교리 64-8 국도 43호선에서 신북면 만세교리 산 6번지 에코산단 중2-1 구간까지 총연장 0.59㎞, 폭 15m로 개설된다. 이 개설공사는 2023년 7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총사업비 115억 5,300만원이 투입되었으며, 산업단지 규모 100만㎡ 미만일 경우 2차로 이하, 총연장 2㎞까지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산업단지 지원에 관한 운영지침'에 따라 100% 전액 국비를 지원받아 추진되고 있다.

김 의원은 "한 푼의 예산이 아쉬운 상황에서 불용액이 23억 4800만원에 달했다는 것은 시의 사업계획이 그만큼 부실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예산결산은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집행을 심사하는 작업이다. 시민에게 거둔 세금으로 재정사업을 얼마나 잘 추진했는지 따지는 일인 만큼 의회의 주요한 감시 기능 중 하나로 꼽힌다.

지방자치단체 계획 수립사업은 연례적인 예산 이월이 문제로 지적된다.

예산 부족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세수부족으로 예산집행이 해를 넘기거나 사업적 결함 등으로 예산을 사용하지 못한 셈이다.

원인으로는 예산확보(사업관리) 업무와 예산집행(공사수행) 업무가 이원화된 사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지원과에서는 산업단지 조성 관련 사항을 총괄하고 있고, 진입도로 공사 시행과 예산집행 업무를 도로과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것.

해당 진입도로 개설공사는 기상조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어, 개설 완료 예정일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포천시는 "2022년은 평년과 달리 6~9월까지 많은 비가 내렸고, 가을에도 호우주의보가 내리는 등 잦은 호우에 따른 하천 수위상승으로 공사용 가도가 수 차례 유실되는 등 하천과 연계한 공사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덕채 부시장은 "포천에코그린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총사업비는 115억 5300만원이며, 2021년까지 13억 6600만원을 집행하였고, 2021년 이월예산 57억 5400만원 및 2022년 본예산은 44억 3300만원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개설사업은 43국도 교차로 신설에 대해 의정부국토관리사무소와 협의했으나, 미협의로 공사 발주를 못하였고, 교차로를 신설하지 말고 65m 전방의 만세교리 교차로에서 유턴하여 산업단지에 진입하라는 것으로, 예산집행과 공사진행을 재촉하는 국토교통부의 요청에 따라 우선적으로 교차로 부분을 제외한 1구간을 2021년 10월 발주했고, 2023년 8월 25일로 준공이 연기되었다"라고 전했다.

또 "공사 진행 상황에서는 동절기 공사 중지, 코로나 및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및 공사 자재 수급 불안과 가격상승,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철근 반입이 중단되고 시멘트 확보가 불가능해져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현장 소재 수급 문제로 인해 계획 공정률 50.2% 대비 실제 공정률이 39%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교차로 부분을 제외한 1구간이 발주되었다"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집행부의 예산집행 속도의 부진, 불용, 이월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매년 SOC사업 예산 등의 집행이 부진하다고 지적받고 있는 상황인데 예산이 적기에 사용돼 경기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시정 단계에서는 해당사업에 대한 사전 계획 수립 및 행정절차의 미흡 등을 원인으로 귀속된 예산을 다른 사업에 활용하지 못하게 되어 이와 같은 결과가 발생하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이번 사례를 통해 예산 집행 과정에서 계획 수립 및 행정절차의 철저한 준수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예산이 남는다고 하여 그대로 이월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예산의 효율적인 운용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총연장이 0.59km에 불과하며, 이와 같은 짧은 거리를 완성하는 데에도 지연이 발생하였다는 것은 공사 진행에 있어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전에는 국비 100%로 진행되었던 이 프로젝트가, 최근에는 일부 국비를 이월시키지 못하고 불용 처리된 것으로 보아, 예산 등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진행이 지연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추경안 통과 후 2개월 이내에 70% 이상을 집행한다는 방침에도 맞지 않는 등 추경의 적기사용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지연된 공사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예산 문제를 해결할 방법 등을 검토하여 대응해야 할 것이다.

포천에코그린산업단지는 국내 최초로 ‘에코산업 단지’로 지정되어 생산공정 중 발생되는 폐기물과 오염물질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절감 및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친환경적으로 운영되는 산업단지다. 이러한 친환경 산업단지의 조성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과 환경 보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같은 경기도 권역의 광주시는 예산의 이·불용액 평가관리제를 추진한다고 지난달 7일 밝혔다. 이는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불용액 평가관리제란 회계연도 종료 후 이월·불용액 규모를 파악해 페널티 부과 또는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재정 운용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책이다.

예산은 매년 적재적소에 투입돼야 하며 예산이 이월되거나 불용되면 각종 사업이 지연되고 이는 곧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춰 시민 생활 편익 증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광주시는 "최근 고물가·경기불황 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세수 확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도로망 확충, 교통 문제해결, 각종 도시 인프라 구축 등 대규모 투자사업에 필요한 재정 수급이 결코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이월·불용액을 최소화해 예산의 누수 없이 지출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재정 운용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불필요한 예산을 과감히 삭감하는 등 빈틈없는 예산편성으로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