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사람들

'농업 꿈나무' 열다섯 살 김건화 군의 전원일기

포천시 이동면에 농업 꿈나무가 자란다. '사춘기 대신 농번기'를 보낸다는 중학교 2학년 김건화 군 이야기

 

사춘기 대신 농번기를 지내는 소년이 있다. 이동면의 농업 꿈나무 김건화 군의 특별한 전원일기다.

 

나이 때문에 농업 ‘꿈나무’라 칭해지지만 사실 김건화 군은 ‘자타공인 굴착기 능력자’다. 포천에 온 지 이제 갓 3년. 귀농은 부모님이 했지만, 농사에는 막내아들인 건화 군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굴착기뿐 아니다.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웬만한 농기계는 문제없이 다룬다. 포천으로 이주하여 세운 버섯재배시설과 농기구 보관소도 건화 군이 아버지와 함께 지었다.

 

농사를 통해 경험한 ‘생명의 신비’

 

처음 농업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부모님의 귀농이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던 아버지가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요양을 위해 물 맑고 공기 좋은 포천을 찾았고, 버섯 농사로 정착하게 됐다. 건화 군은 아버지가 버섯재배를 하시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일을 거들면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건화 군은 “채소는 마트에서 사는 것일 뿐, 자라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직접 키우면서 생명이 자라나는 것이 매우 신비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을 함께 하는 농사일은 정말 보람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pc방보다는 논과 밭을, 게임보다는 농기계 운전을 좋아한다는 건화 군. 지금은 다들 응원해 주고 있지만, 처음에는 가까운 친구들조차 건화 군을 선뜻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건화 군은 주변의 반응이 어떻든 간에 농사일을 놓을 수 없었다. 자신의 손으로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즐거움과 보람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농작물을 키울수록 꿈이 굳건해지고 있다. 아직 한창 배울 것이 많은 15세 중학생이지만 마음가짐만큼은 이미 농업 전문가다.

 

 

최고의 지원군, ‘가족’

 

농업에 관심을 두는 아들의 모습에 부모님도 역시 복잡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아들이 적극적으로 부모님의 귀농 일을 돕는 것이 대견하지만, 학생인 만큼 학업에 열중해 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 역시 적지 않았다. 길지 않은 귀농생활이지만 농사일이라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사, 농기계와 관계된 일이라면 눈을 빛내는 아들의 진지한 태도에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지지자가 되었다.

 

건화 군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힘든 농사일을 한다는 것이 탐탁지 않았지만, 아들이 행복해하는 일이기에 돕고 있다”라면서 “아직 어린데 농사로 땀을 흘리는 것은 여전히 안쓰럽지만, 농작물을 재배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건화의 꿈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농부’가 되겠다는 건화 군. 이를 위해 상급 학교 진학도 농업 생명과학 분야 특성화 고등학교로 정했다. 바이오 시스템과 입학이 목표다.

 

건화 군은 “농사기술이나 농기계는 지금껏 많은 발전을 이뤄왔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방법이나 도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라며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을 위한 작물이 더욱더 손쉽게 생산되도록 연구, 개선해 장차 영세한 농업인과 농촌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꿈을 향해 가는 길은 즐겁지만, 항상 쉬운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농기계를 사용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굴착기 작업 중 궤도(바퀴)가 빠져 크게 다칠뻔한 일도 있었다. 다행히 아버지의 도움으로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직 어린 건화 군이 혼자 겪기에는 무섭고 아찔한 경험이었다.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던 일이었으나 건화 군은 더욱 신중하게 농기계를 대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을 뿐, 농사일에 대한 애정은 오히려 더욱더 단단해졌다. 실제로 이러한 건화 군의 이야기는 주변에도 널리 알려지며 농업방송 ‘나는 농부다’, MBC ‘생방송 오늘저녁’, KBS1 ‘인간극장’ 등의 TV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건화 군은 “농기계가 있으면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영세한 농업인에게는 여러 여건상 아직 먼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아직은 어리지만 앞으로 농업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가면서 포천지역 농업인에게 크게 도움이 될 농기계를 개발해 널리 보급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포천시 홍보전산과 공보팀 추영화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