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맛집

초밥에 진심인 장인의 '스시쿠니' 재개장

이규인(39) 대표, 영북면 운천에 명품 일식집 재오픈

 

지난 7일 오후, 기자는 영북면 운천에 위치한 '스시쿠니'라는 초밥집을 찾았다. 2017년 개업한 이 가게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년간은 홀 영업을 접고 배달로만 운영하다가, 최근 3개월간 리모델링을 작업을 마치고 6일 오후 재개장 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오후 6시께, 60대 남성 4명이 가게를 두리번거리더니 서슴없이 들어왔다. "여기가 저 밑에 있던 그 가게 맞죠?" 그렇다. 스시쿠니는 운천 상점가 안쪽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가, 최근 도로 확장공사로 인해 영북파출소 인근으로 이전했다.

 

이들은 몇 번이고 같은 가게가 맞는지 확인을 거듭하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가게의 맛은 검증된 셈이니, 적어도 오늘은 마루타(실험대상)는 되지 않겠네"라고 속삭였다.

 

 

세상의 요리를 단순히 형태로 분류하자면 만두·쌈·타코·피자·샌드위치 등 랩(쌈·wrap), 플랫(넙적·flat), 레이어(층·layer) 등 세 가지 형태로 나눠지지지만, 층 요리 중에서도 스시는 최고로 여겨진다.

 

내륙 분지인 포천에서 뛰어난 품질의 초밥을 맛보기는 어렵지만, 일본에서 수십여 년을 살다 온 기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가게가 바로 '스시쿠니'다.

 

이 집 주인 이규인(39) 장인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문화에 매료돼 다니던 대학마저 때려치우고 서울 강남에 있는 큰 스시집에 취업해 약 10년간 고품질의 스시를 만드는 일을 고되게 배웠다.

 

이규인 스시의 기본은 '밥'이다. 그 완성도 '밥'이다. ‘자포니카’로 불리는 이 쌀은 차진 성질로 주먹밥을 빚기 쉽다. 스시에 사용되는 밥을 '샤리'라고 부르는데, 이 밥을 짓은 쌀이 바로 포천 관인면산 '고시히카리'다. 밥 식힘통(샤리한)에 단촛물을 넣고 밥을 섞는 '밥 가르기' 과정에는 식초를 밥에 베게 하는 기술이 숨어있다고 한다. 수분은 날리고, 밥알은 살려야 하기 때문.

 

"쌀을 수확한지 얼마 안 돼서는 수분을 많이 품고 있기 때문에 물 조절도 잘해야 하고, 장마철에는 습기가 많기 때문에 또 물 조절을 잘 해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그는 약 15도의 온도로 수개월 묵힌 관인산 고시히카리를 사용한다.

 

밥에 올릴 생선을 '네타'라고 부르는데, 스시에는 밥 짓기 만큼이나 생선의 밑손질이 중요하다. 생선의 배를 가르고, 잔뼈를 제거하고, 어느 정도 숙성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생선의 종류와 특징에 따라 소금을 뿌리는 양도 재우는 방법도 각각 다르다.

 

하지만, 정작 스시를 만들 때는 두께와 신선도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고테가에시'라고 손가락을 바꾸어가며 최소한의 동작으로 밥알을 쥔다. 그 위에 고추냉이를 바르고, 생선을 올린다. 이 또한 생선 종류에 따라 '니기리'를 쥐는 힘, 밥알과 고추냉이의 양을 조절한다.

 

이날 기자가 주문한 것은 '오마카세 초밥'. "모든 것을 가게에 맡긴다"는 의미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준비해 달라"는 뜻이다. 손님의 취향을 알지 못한다면 '오마카세'는 할 수 없다. 이런 예약을 받으면 스시장인은 그 손님의 얼굴과 취향을 떠올리며 생선을 구입한다. 그 손님이 어떤 생선을 좋아했는지, 또 어떤 술을 좋아했는지 다 기억해 내야 한다. 그것이 장인 정신이다.

 

 

이렇게 나온 초밥은 '모듬초밥' 14피스(21000원)와 광어초밥 10피스(23000원). 광어는 두께가 있으면서도 달콤하고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씹자마자 입안에서 부서지는 밥과 광어의 부드러움, 고추냉이와 간장이 조화롭게 이뤄져 맛있는 한입을 이룬다.

 

같은 광어지만 부위에 따라 맛을 즐기는 포인트도 다르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뱃살 부분에는 칼집을 넣어주는데,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손님 대신 미리 씹어 주는 셈"이라며 "먹기 쉽게끔 칼집을 내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듯이 사라질 수 있게끔 밥하고 같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추냉이의 향이 너무 강하면 생선의 맛을 다 잃어버리기 때문에 양을 신경 써서 조절하지만, 기름기가 많은 생선의 경우에는 조금 더 많은 양의 고추냉이를 넣는다"고도 했다. 요컨대 크기와 두께, 지방의 정도에 따라 각각 다 달라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고추냉이는 생선의 맛을 한층 더 돋우어 주는 핵심 조미료다. 간장 또한 조미료지만 스시 간장은 색깔이 진하면서도 아주 짜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간장새우는 검붉은 생김새와는 달리 외려 단맛이 강하다.

 

'가리'라고 불리는 생강은 스시를 처음 맛보는 이들에게는 신맛이 강해 놀랄 수도 있지만, 생선의 부드러움과 생강의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생강절임이 맛있다고 느껴지거나, 생강이 없으면 스시를 못 먹겠다는 경지에 이르면 이미 전문가 수준인 셈.

 

 

광어는 흰살생선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생선 중 하나다. 스시쿠니에서 취급하는 광어는 굉장히 큰 편으로 보기도 힘들지만, 뱃살 부위라서 맛은 굉장히 부드럽고 기름지면서도 달콤하다.

 

기름진 생선에는 "소금을 안에 살짝 넣었다"고 한다. 기름진 생선에는 식초향이 약해,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다. 소금의 살짝 짠맛이 생선의 기름기를 잘 잡아준다. 참, 세심하기도 하다는 느낌이다.

 

비린내가 하나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런 생선의 맛을 느낄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규인 장인은 "스시처럼 빠르게 만들면서도 고급인 것은 없다"면서도 "그렇기에 그 찰나의 순간, 그 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시는 순간적인 직관에 따라 결정되는 경험의 요리라는 것. 일본 특유의 미각적, 미학적 감각이 더해진 결과가 스시다.

 

생선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도 색감과 모양새도 중요한 포인트다. 그렇기에 스시는 하나의 예술이다. 맛도 맛이지만, 모양새도 아름다워야 하고 탁월해야 한다. 밥알을 감싸면서 살짝 휘어지는 생선의 모양, 가히 '곡선의 미'라고도 할 수 있다. 스시는 눈으로도 먹는 음식이다.

 

이 때문인지 '활어회'보다는 '스시'를 더 좋아한다는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시를 먹는 순서는 보통 기름기가 적은 것에서 많은 것으로, 담백한 맛에서 진한 맛으로 옮겨가는 것이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대체적으로 광어 같은 흰 살 생선에서 시작해 참치, 장어, 성게알 등의 순으로 먹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
    
하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니 손이 가는 대로 먹는 것이 제일 좋다고도 했다. 참고로 스시를 간장에 찍어 먹을 때는 ‘샤리’라고 불리는 밥 부분이 아니라 ‘네타’라고 불리는 생선 부분에 찍어 먹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밥알이 흩어지지 않고 편리하다.

 


    
운천에서 이전 개업한 ‘스시쿠니’는 전형적인 일본 스시집 모양새로 카운터와 테이블 4개, 노출된 주방이 특징이다. 만석이래도 손님 10명이면 꽉 찬다.

 

맛있는 초밥집이라는 입소문 탓에 저녁때 가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예약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