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제

"커피찌꺼기 활용한 신기술 개발 성공, 우리나라 최고의 합성목재회사 되겠다"

커피박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커피합성목재' 개발에 성공한 ㈜동하 황재순 대표

▲(주) 동하의 황재순 대표는 세계 최초로 커피찌꺼기를 활용해 커피합성목재 개발에 성공한 젊은 기업가다.

 

'커피박'은 커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흔히 ‘커피찌꺼기’로 불린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약 15g의 커피 원두가 사용되는데, 이 중 14.7g 즉 99.8%의 원두는 커피박이 되어 폐기물 쓰레기로 버려진다. 이 커피박을 활용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제품인 '커피합성목재' 개발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 (주)동하의 황재순 대표(45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학에서 기계설계를 전공한 황 대표는 만 30세가 되던 2006년 양주 옥정동에서 회사를 창업했다. 창업 당시 직원은 황 대표를 포함해 세 명뿐. 이 회사는 처음에는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가 2008년 옥정 신도시 개발 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포천으로 회사를 옮겼고, 2011년 주위의 권유에 따라 합성목재의 주원료인 팰렛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합성목재를 만드는 기업에 우리 회사에서 만든 합성목재의 원료인 팰렛을 납품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합성목재 기업이 비수기가 되면 우리 공장도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2013년 9월부터는 회사에 합성목재를 생산하는 설비를 구축하고, 기업에 판매하고 남은 팰렛으로 직접 합성목재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커피박'. 황 대표는 이 커피박으로 합성목재의 주원료인 목분을 대체하겠다는 기발한 생각을 했고, 3년의 연구 끝에 성공시켰다.

▲커피박을 이용한 '커피합성목재'가 생산되고 있다.

 

커피찌꺼기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커피합성목재' 개발에 성공하다

 

황 대표의 (주)동하는 이때부터 합성목재 전문생산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그러던 그는 2017년 우연히 '커피박'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연간 발생하는 커피박은 연간 약 13만 톤이나 되는데 전량 폐기물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이야기에 그의 귀가 솔깃해졌다.

 

그는 재활용 가치가 높은 유기성 자원인 커피박으로 합성목재의 주재료인 목분을 대체할 수 있지 않겠냐는 데 착상했다. 목분은 벌목한 나무를 분쇄기로 파우더처럼 곱게 갈아놓은 나뭇가루로, 국내에서 사용하는 목분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황 대표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3년 만인 2019년 드디어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커피합성목재'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최초의 일이었다.

 

황 대표는 2019년 ‘커피박 재자원화 공모전’에 자신이 연구 개발한 '커피합성목재'를 출품해 당선됐다. 그는 커피박이 포함된 건축자재 및 제조 방법에 관한 특허를 등록했고, KS 인증과 함께 작년 10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품성능인증'까지 받았다. 이와 함께 환경부, 한국생산성본부, 환경재단 등과 '커피합성목재'에 관한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황 대표는 '커피합성목재'의 장점으로는 일반 합성목재에 비해서 초기 강도를 유지하는 내구성이 커서 제품 수명이 길고, 커피의 주성분인 타닌의 영향으로 천연색소 역할을 하면서 변색이 되지 않는 점 등을 꼽았다. 또 가격 면에서도 기존의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월등해 무한의 성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주)동하의 25명 직원들은 황 대표가 어려웠을 때 함께 회사를 지켜낸 평생 동지들이다.

▲커피합성목재는 일반 합성목재에 비해 내구성이 커서 제품수명이 길고, 변색이 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황 대표는 현재 '커피합성목재'의 기술을 산림청에 '신기술인증'(NET) 신청을 해놓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합성목재 부문에서 '신기술 인증'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는 일만큼 어려운 일로 국내에서 '신기술 인증'을 받은 업체는 지금까지 한 군데밖에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황 대표는 "인증을 해주는 산림청으로부터 이미 긍정적 답을 들었습니다. 이번 달인 2월 중에 우리 (주)동하의 '커피합성목재'의 신기술 인증서가 틀림없이 나올 것입니다"라고 자신한다. 

 

산림청으로부터 '신기술 인증'을 받게 되면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합성목재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판매를 할 수 있게 된다. (주)동하는 2011년 합성목재 원료인 팰렛을 납품했을 때 총매출이 연 24억 정도였는데, '커피합성목재' 개발에 성공한 이후에는 총매출이 60억으로 신장했다. 황 대표는 신기술 인증 이후에 조달청의 우선 구매가 이루어지면 올해 (주)동하의 총매출은 연간 80억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의 부도 위기 극복하고, 국내 최고의 합성목재 회사 꿈꾼다

 

최근 (주)동하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동안 탄탄대로의 길만 걸어오지는 않았다. 몇 번의 부도 위기가 있었고, 또 한 때는 투자를 잘못해 자금적으로도 아주 힘들었다. 납품업체에 지급을 못해 물건 공급이 끊긴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물론이고 (주)동하와 관련된 업체들은 황 대표의 성실함을 높게 보고 그를 끝까지 믿어주었다. 

 

"플라스틱 사업에서 합성목재 사업으로 바꾸고부터 많은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합성목재에 관한 지식이 별로 없어서 일어난 일도 많습니다. 자금이 잘 돌지 않아 직원들 급여를 몇 달씩 못 주었을 때는 정말 괴로웠지요. 그래도 저를 믿고 묵묵하게 함께해준 직원들과 관련 업체 사장님들이 도와주셔서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직원들의 월급을 한 번도 미룬 적이 없고, 관련 업체의 미수금도 전혀 없다며 환하게 웃는 황재순 대표. 현재 그와 함께 하는 (주)동하의 25명 직원들은 모두 자신이 정말 어려웠을 때 회사를 끝까지 함께 지킨 형제보다 가까운 사람들이고, 또 평생 함께할 동지들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후 올해로 만 15년 됐다는 황재순 대표. 그의 꿈은 합성목재 업계에서 최고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로 침체된 경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동하를 나날이 번창시켜 나가는 그의 저력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포기할 줄 모르는 그의 끈기와 성실성 때문이라는 것이 황 대표 주위의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