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을 여는 집
당신의 불빛은 아직 꺼지지 않았고
그릇 위에 맺힌 김이
마음의 먼지를 조용히 덮습니다
국물 속에는 오래 끓인 시간의 냄새가 잠들고
젓가락 끝마다 사람들의 사연이 스며 있어요
그 따뜻함이 내 마음에 닿을 때
하루의 피로보다 먼저 눈시울이 젖어요
불 꺼진 도시의 유리창마다
당신의 온기가 달빛처럼 번져가고
식은 마음도 그 불빛에 데워져
조용히 살아갈 용기를 얻어요
오늘도 그 집 앞을 지나면
국물처럼 맑은 숨이 가슴에 번지고
떠난 이를 기다리던 그대의 별빛처럼
나도 누군가의 밤을 덜 외롭게 지키고 싶어요
새벽마다 마음속으로 되뇌이다
달은 아직 하늘에 떠 있다고
그대의 국밥집에서 배운 대로
내 안의 불도 꺼뜨리지 않으리라
새잎
하얀 입김으로 세상을 여는 아침,
너는 아직 연약한 숨결로 나를 부른다.
겨울을 견딘 나목의 어깨 위에서
나는 새잎으로 태어나
세상의 빛을 처음 배운다.
어미의 그늘이 따스하여
나는 그 품 안에서 자라나고,
그 손끝의 상처마다
햇살이 물들어 푸르게 번진다.
때가 되면
나 또한 바람에 흔들리며
어미의 길을 배울 것이다.
그리하여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겨울을 덮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커피
너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향기로 나를 유혹할 뿐
깊은 열탕 속에서
“와, 뜨거운 내 향을 가져가”
속삭이는 너
혀끝을 태우는 쓴맛에
중독된 나
오늘도 입이 먼저 간다
메뉴가 아무리 많아도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따뜻한 너를 마셔야
비로소 마음이 풀린다
너를 기다리는 시간
책장을 넘기는 순간
너는 약이 되어
내 하루를 전속력으로 읽어주네

김은경 시인
2015 포천문인협회
2016 여성기·예전 시부분 최우수상
2016 마홀문학회 사무국장
2019 계간 운율마실 신인상
2020 글로벌 21문학인협회
2022 제20대 새로운 대한민국
디카시 공모전 대상
2025 제5회 한용운문학상
수필부문 특선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