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완 칼럼]

여론조사는 정확,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본지 취재국장

 

여론조사는 정확하고 공정하게

시민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사로 이뤄져야 

 

'개별적인 면접이나 질문서 따위를 통하여 국가나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사회 대중의 공통된 의견(여론)을 조사하는 일.'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여론조사의 사전적 정의다.

 

하지만 근래 우리 사회의 여론조사는 많은 시민, 국민의 뜻을 가늠해 보는 행위라는 본래의 뜻을 훨씬 뛰어넘었다. 주요한 정치적, 사회적 논점 등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 위한 유력한 참고 자료라기보다는 결정 그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하나의 수단이 된 듯하다. 

 

포천시는 지난 8월 27일 SKT 가입자 중 포천시 거주 만 18세 이상 무작위 추출한 526명에 모바일 조사 방식으로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 제공 목적으로 주요 현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모바일 패널 조사 방식은 자체적으로 충분히 많은 수의 패널을 확보한 여론조사 기관들이 이 패널을 성별, 세대별 인구 구성비에 따라 가공하여 모집단을 조직한다. 이 가공된 모집단에 대해 문자를 보내서 여론 조사용 웹페이지의 접속을 유도한 후 조사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 방식은 앱을 통한 온라인 답변을 수행하므로 매우 긴 질문의 복잡한 조사 및 질문에서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안심번호 전화조사에 비해 표본의 대표성과 신뢰성이 확실하게 확보되지 않은 점과 통신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에 대한 조사가 어렵다는 점 등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조사라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번 포천시 여론조사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결정을 위한 참고 자료가 아닌 결정을 확보한 수단이라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설문 내용 중 한 예로 ④번 항의 '포천시 중요 전략과제' 질의에 지역 인프라 구축 및 교통망 확충 등이 56.2%로 높게 나타났으며, 드론 등 첨단사업 육성 2.7%로 미미했다.  

 

⑥번 문항에 '포천시는 6군단 반환 부지에 첨단산업과 직주 근접 환경의 복합단지 조성 계획'이라고 상황을 단정적으로 밝힌 유도성 질문에 따라 제한된 답변 중 첨단산업단지 중심 개발 32.8%, 산업과 주거시설의 조화로운 개발 36.1%로 공동주택 단지 중심 개발 11.0%를 압도했다.

 

이와 반면에 ⑫번 문항에 '인근 도시 대규모 택지 개발 배경 설명과 포천시 택지 개발 공동주택 개발사업 적극 추진' 질문에 적극 찬성 55.3%, 찬성 37.7%로 시민 93%가 찬성했다. ④번, ⑥번, ⑫번 등의 질문 내용이 따로 같이라는 모양으로 뒤섞여 상호 모순되는 결과가 도출돼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

 

또한, 끼워넣기식 문항과 주요 설문의 답변 선택에 매우 잘함, 잘함, 못함, 매우 못함의 4개 답변의 이분적 선택 방식을 유도해 시민 의사를 제한했다. 일반적 여론조사에서는 보통과 잘 모르겠음의 답변 내용이 추가된다. 사업 홍보를 겸한 나열식 질문이 곳곳에 나타나는 등 정확하고 공정하게 시민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사인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특히,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의 여론조사는 질문은 핵심적 요소의 단순한 질문 문항, 연계 질문 순서 배열, 응답자의 답지 선택 포괄성 등 정확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이번 여론 조사는 이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