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사람들

"봉사에는 정년퇴직이 없어요"

올해 말 정년퇴직하는 일동면 통합사례관리사 전윤숙 주무관

 

 

일동면 전윤숙 주무관은 통합사례관리사다. 통합사례관리란 여러 어려움을 가진 대상자에게 공공·민간의 서비스를 연결하고, 상담하며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이 일에는 따뜻한 가슴도 필요하지만, 철저한 판단력 역시 필수입니다”라며 대상자들의 복합적인 욕구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이 되도록 늘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윤숙 주무관은 올해 말 정년 퇴임한다. 2009년 통합사례관리사로 포천시에 들어온 이후 올해까지 만 14년을 조금 넘게 이 일을 해왔다. 일동면 행정복지센터에는 2018년에 왔다. 이곳에서만도 벌써 5년째 일을 했다. 

 

전 주무관은 1962년생으로 올해 61세다. 공무원들은 정년이 60세이지만, 전 주무관은 무기계약직으로 정년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었다. 이제 그 연장 기간까지도 모두 끝나 내년 1월부터는 일동면에서 더는 일을 할 수 없다. 그는 몹시 아쉽고, 또 안타깝다. 그렇지만 기회만 된다면 무보수라도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일동면 찾아가는 복지팀에서 주로 주거환경 개선에 관한 일을 해왔다. 코로나 시기인 2~3년은 빼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주거활동 개선 사업을 꾸준히 해왔다. 지난 14년 동안 대략 70~80군데의 집을 고치는 일을 했다. 사람들은 그를 '주거환경 개선의 달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일동면 가난한 자들의 천사'로도 불리는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집을 고쳐주는 이 일이 너무나 재미있다. 

 

"포천시는 곳곳에 주거환경이 취약한 집들이 너무 많습니다. 현재 포천시에는 여러 곳에서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유기적인 연계 없이 사업체마다 따로따로 중구난방으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포천시 주도로 운영하는 통합 주거복지센터 설립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총괄해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주거복지 사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 주무관은 포천시 주도의 통합 주거복지센터가 설립되면 지금의 사업 속도보다 두 배는 빨리 집을 고칠 수 있다고 했다. 이쪽 사업장에서 남는 재료는 부족한 곳으로 빨리 넘기고, 부족한 재료는 남는 사업장에서 빨리 공급받으면 사업에 훨씬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만큼 혜택은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봉사 사업도 효율적으로 하자는 이야기다. 

 

 


지난 2021년 12월에 일동면의 한 비주택인 컨테이너에 살던 청소년을 통합사례관리로 안전한 새집을 지어준 일이 화제가 되었다. ‘사랑의 집 짓기 1호’로 불리는 이 주택은 많은 사람의 헌신과 봉사와 노력으로 세워졌다. 그리고 그 미담의 뒤편에는 바로 통합사례관리사 전윤숙 주무관이 있었다. 

 

‘함께’의 힘은 민관이 함께하는 '사랑의 집 짓기’에서 빛을 발휘했다. 전 주무관은, “조사로 확인된 이 집은 그야말로 붕괴 직전으로 재건축 외에는 답이 없었어요"라고 당시의 까마득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그래도 ‘함께’의 힘을 믿고 도전했다. 어딘가 아이의 꿈을 위해 함께해 줄 사람들이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사업계획서를 들고 찾아간 곳곳에서 '사랑의 집 짓기'에 함께하겠다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다. 포천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비주택 청소년 든든울타리 사업 성금 2천만 원이 마중물이 되면서 여러 단체와 개인으로부터 후원도 이어졌다. 측량부터 기초 골조 공사, 설비와 내외부 마감에 가구까지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드는 건축이었지만, 전 주무관이 한 곳 한 곳 찾아낸 60여 개의 기업과 단체, 개인의 마음이 모이자 4개월 만에 81.09㎡의 번듯한 집 한 채가 완성됐다. ‘사랑의 집 짓기 1호’,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이뤄낸 기적이었다.

 

며칠 전 전 주무관은 허브아일랜드에 봉사를 다녀왔다. 허브아일랜드 임옥 대표는 이 집을 지을 때 큰 도움을 주신 분이다. 그 도움에 대한 고마움으로 그는 허브아일랜드에 한 달에 한 번씩 무료 봉사를 몇 년째 다니고 있다. 

 

퇴직을 앞둔 전윤숙 주무관이 다시 이 집을 찾아가자, 집 주인이 뛰어 나와 반겼다. 당시 고교 2년생이던 막내는 이 집에 완성되자 유난히 기뻐했는데, 그는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집 주인은 "전 주무관님은 우리 가족의 은인이시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이리저리 뛰어다니시며 6개월도 안되어 이 집을 완성했던 분입니다. 이제 은퇴하신다니까 너무 서운합니다"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이 밖에 일동 시내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정정숙(75세) 씨는 우울증을 앓던 아들(42세)에게 매일 구타를 당해왔다. 그런데 전윤숙 주무관 덕분에 장애인 판정을 받았고 포천 나눔의집을 통해 일을 하게 됐다. 또, LH의 전셋집도 얻어 따로 살게 된 이후부터는 폭행 버릇도 없어지고 온 가족이 행복해졌다며 "우리 가정을 살린 천사"라고 전 주무관을 치켜세웠다. 

 

올해 말 정년퇴직하는 전윤숙 주무관. 그는 지금도 포천시에 통합 주거복지센터가 만들어져서 자신이 몇십년 동안 익히고 배운 노하우를 살려 다시 한번 봉사할 그날을 꿈꾼다. 그는 봉사하는 데는 결코 정년퇴직이 없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